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024 주요사회현안에 대한 개신교인 인식조사 연구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전국 만 18세 이상 기독교인 남녀 1058명과 동일 나이 기준 비기독교인 남녀 109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해 조사했다. 조사기간은 지난해 11월 13~22일이다. 이번 연구는 기독교인의 사회 현안에 대한 인식을 명료하게 알기 위해 비기독교인을 비교군으로 했다.
가나안 성도 증가세 지속… 20대 기독청년 44% ‘출석 교회 없다’
탈종교화의 대표적인 현상인 가나안성도의 증가를 이번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2012년 교회 비출석 기독교인, 즉 가나안 성도는 11% 수준이었다. 2017년은 20%를 넘어섰고, 2023년 29%까지 올라갔다. 이번 조사인 2024년은 31%로 30%대에 진입했다.
연령 별로 살펴보면 청년세대의 종교성 약화가 뚜렷하다. 20대가 44%로 ‘출석 교회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고, 30대와 40대도 각각 38%, 39%로 중노년층 세대보다 높은 편이었다.
종교 생활의 가장 중요한 목적을 물은 결과, 기독교인을 포함한 모든 종교인, 무종교인이 공통적으로 ‘마음의 평안’(기독교인 46%, 가톨릭인 65%, 불교인 72%, 무종교인 66%)을 1순위로 꼽았다. 2순위부터는 다소 차이를 보였으나, 전체적으로 종교 목적이 이제는 ‘진리와 구원’ 같은 근본적, 초월적 차원이 아닌 ‘마음의 평안, 인격 성숙’과 같은 부수적이고 기능적 차원에 더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무종교인 6명 중 1명도 ‘평소에 기도한다’
평소에 기도를 하는지를 물었을 때 기독교인의 대부분(84%)이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연령별로 보면 20대는 70%로, 60대 92%, 70세 이상 93%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앞서 청년층에서 가나안 성도 비율이 높은 것과 동일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도생활 지표에서도 젊은 층 기독교인의 종교성이 약화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기독교를 제외한 종교별로 보면 가톨릭인 70%, 불교인 49%가 각각 평소 기도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무종교인의 경우도 16%가 평소 기도한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6명 중 1명꼴이었다.
평소에 기도한다고 응답한 사람에게 기도의 이유를 물은 결과 기독교인과 비기독교 모두 ‘가족과 친구의 안녕을 위해’를 가장 많이 꼽았다. 종교별로는 ‘무종교인’은 기독교인과 동일하게 ‘가족과 친구의 안녕을 위해’(66%)를 기도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고, ‘가톨릭인’과 ‘불교인’의 기도의 이유 1위는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각각 60%, 62%)였다. 기독교인이나 비기독교인이나 앞서 언급한 ‘종교의 목적 인식’과 마찬가지로 ‘기도하는 이유’ 역시 종교의 기능적 차원(가족과 친구의 안녕, 마음의 평화)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바람직한 신앙인의 기준, ‘윤리적 삶’과 ‘겸손한 태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신앙인은 어떤 모습일까? 신앙인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확인한 결과,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간 비율의 차이는 있으나 ‘윤리적인 삶’과 ‘겸손한 태도’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사회적 위기상황에서 종교가 도움이 되는지를 물은 결과, 기독교인의 71%가 ‘그렇다’(매우+대체로)고 응답한 반면, 비기독교인은 29%에 그쳐 두 집단 간 뚜렷한 견해 차이를 보였다. 종교별로는 ‘사회적 위기 시 종교가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톨릭인’ 60%, ‘불교인’ 42%, ‘무종교인’ 16%로 나타나, 종교인 중 기독교인의 종교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사회적 위기가 있을 때 교회가 사랑과 돌봄의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은 결과, ‘기독교인’ 70%, ‘비기독교인’ 28%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좋은 교회의 기준
기독교인 “예배” 비기독교인 “사회적 책임 실천”
기독교인은 ‘경건한 예배와 말씀’(39%), ‘사회적 약자를 향한 봉사와 구제’(26%), ‘서로 돌봄’(13%) 순으로 응답했고, 비기독교인은 ‘사회적 약자를 향한 봉사와 구제’(43%)를 압도적으로 꼽았다. 이어 ‘경건한 예배와 말씀’(13%), ‘서로 돌봄’(9%) 등의 순이었다. 비기독교인은 교회의 역할이 사회적 책임 실천, 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봉사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교회 내에서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들이 안전함을 느낀다고 생각하는지를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에게 각각 물었다. 기독교인의 경우 ‘노인’(75%)의 교회 내 안전도를 가장 높게 응답했고, ‘여성’(71%), ‘장애인’(67%), ‘기초생활수급자’(60%)도 60%이상이었다. 반면 ‘비기독교인’의 교회 내 안전도 인식은 ‘노인’ 43%, ‘여성’ 34% 등으로 모든 항목에서 절반에 못 미쳤다. 교회 내에서 여성이 안전한가에 대한 기독교인의 인식을 연령별로 살펴본다. 20대 61%, 30대 58%, 40대 61%로 40대까지는 교회 내 안전도 평가가 평균(71%)보다 낮았다. 반면 50대 이상에서는 70% 후반 이상을 기록했다. 젊은 세대가 고연령층보다 교회 내 여성의 안전도에 대해 더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종교인, 기독교인 향한 호감도 9%
종교인에 대한 호감도를 종교별로 살펴본 결과 모든 종교인이 자신의 종교에 대한 호감도를 가장 높게 응답했고, 무종교인의 경우 ‘불교인’에 대한 호감도가 가장 높았다. 가톨릭인에 대한 기독교인의 호감도가 2순위(38%)였으나 기독교에 대한 가톨릭인의 호감도는 4위(21%)였고, 불교인(19%)과 무종교인(9%)의 기독교 호감도도 4~5위로 나타나 기독교인에 대한 비기독교인의 불신과 반감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같은 기독교인에 대한 호감도를 ‘연령별’, ‘출석 교회 유무별’로 살펴본 결과, 연령대가 낮을수록 ‘긍정적이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20대의 동료 기독교인에 관한 호감도는 48%, 30대 47%인데 반해 60대는 77%, 70세 이상 78%로 젊은 기독교인은 같은 기독교인에 대해 중노년층 대비 호감을 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출석교회가 없는 ‘가나안 성도’(43%)의 경우 ‘출석 교인’(73%)보다 같은 기독교인에 대한 호감도가 크게 낮았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기독교인에 대한 낮은 호감도는 전도의 장애 요소가 될 수 있으므로, 이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진리와 구원’, 곧 복음과 말씀 가운데 바로 서고, 이를 세상에 전하는 것이야말로 교회만의 차별성이며, 교회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범영수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