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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를 위한 죽은 자의 위로


주보에 실린 강영우 박사의 유고작인 책 내눈에 희망만 보였다을 소개받고 새삼스럽게 살아가는 힘에 대한 짧은 생각을 하게 됐다.


12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축구공에 맞아서 실명이라는 진단을 받게 됐는데 그 충격을 못 이기고 어머니가 사망하게 되고 누나를 잃는 비운을 겪게 됐다. 그 후 모진 비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면서 자신에게 허락하신 평생의 별이며 지팡이가 되어 준 아내 석은옥 여사와 함께 하나님의 계획과 목적을 깨닫게 되고, 학업에 전념하여 한국 최초의 시각 장애인 박사가 된다.


그는 대학교의 교수로 백악관 국가장애인 위원회 정책부의장으로 활동한다. 20122월 췌장암으로 타계하기까지 장애인의 인권과 복지를 위해 힘썼다.


저자는 자신의 삶과 더불어 헬렌켈러, 프랭클린 루즈벨트 등 장애를 타인과 함께하는 축복의 도구로 받아들이며 어둠속에서 장애의 고난을 극복하고 하나님의 비전을 발견하여 나아가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쓴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서 들려준다. 이 책은 강영우 박사가 살아있는 이들에게 들려주는 희망과 소망의 메시지다.


198924살의 영국군 병사 스테판 커밍스가 아일랜드 폭탄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던 사건이 있었다. 스테판은 생전에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열어보라면서 한통의 편지를 남겨뒀는데 그 편지에 이 시가 들어 있었다. 스테판의 아버지는 아들의 장례식이 열리던 날 편지에 있는 시를 읽었고 이 모습이 BBC에 방영하는 순간 반향을 일으켰다.


그 후에 영국을 비롯한 영어권 나라에서는 소중한 사람을 잃은 자리에서는 늘 이 시가 함께했다. 영화감독 하워드 혹스의 장례식에서 존 메인이 낭독했고, 마를린먼로의 25주기에도, 우주비행선 챌린저호에서 사망한 비행사 추도식에서도 이 시가 함께 했다. 그리고 미국 9.11테러 1주기때 아버지를 잃은 11살 소녀가 시를 낭독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뭉클하게 했다. 바로 <천 개의 바람이 되어>이다.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마세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지 않아요.

나는 천개의 바람, 천개의 숨결로 흩날립니다.

나는 눈 위에 반짝이는 다이아몬드입니다.

나는 무르익은 곡식 비추는 햇빛이며 나는 부드러운 가을비입니다.

당신이 아침 소리에 깨어날 때 나는 하늘을 고요히 맴돌고 있어요.

나는 밤하늘에 비치는 따스한 별입니다.

내 무덤 앞에 울지 마세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죽지 않습니다.

 

이 시가 특별한 이유는 다른 추도사에서처럼 산 사람들이 죽은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을 위로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알고 이 시를 읽으면 끝이 아니라 단지 모습을 바꿨을 뿐 예전처럼 변함없이 우리 곁에서 아침햇살과 밤하늘의 별, 바람, , 공기, 겨울에 내리는 눈도, 가을에 내리는 비가 되어 슬퍼하지 말라고, 울지 말라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 같은 위로를 얻게 된다.


목회현장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 앞에서 나는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은가하고 묻는다. 누구나 수없이 스스로에게 물었던 질문일 것이다. 결코 간단치 않은 물음이여서 수백, 수천가지 각자 다른 대답들이 돌아올 거 같은데 동서고금 현인들이 들려준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순리대로이다. 성경은 그것을 하나님의 뜻라고 표현한다. 모든 사람이 제각각 다른 개성을 갖고 태어났고 개성을 따라서 사는 게 순리일테니까. 이처럼 지금의 순리가 무엇인지 알기도 쉽지 않고, 설령 안다고 해도 따르기 쉽지 않다.


순리를 거스를 수밖에 없을 때가 생각보다 많고 그게 순리대로 자연스럽게 사는 게 어울리는 우리 인간들에게 커다란 억압으로 작용한다.


성경은 이와 같은 사람들에 대해 그가 죽었으나 그 믿음으로써 지금도 말하느니라”(11:4)고 말하며, 그런 사람의 삶은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로다(고후6:10)”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윤양수 목사

한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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