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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문학상을 받고

부족한 사람이 금년 현대시선 신인 문학상 수필부분에 당선이 되었다. 무슨 늦은 나이에 신인 문학상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하나님께서 주신 또 하나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감사한다

나의 어린 시절을 더듬어 보면 아직 우리 동네에 TV는 고사하고 라디오도 아직 그리 흔 하지 않은 때가 있었다.

농한기가 되면 우리 집 안방은 동네 할머니들이 모여서 이런 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는 공간이었다. 가끔은 기나긴 겨울밤 간식으로 찐 고구마와 동치미 무를 쭉쭉 쪼개서 잡수시면서 담소를 나누시곤 했는데 아주 가끔은 감자떡이나 무 설기 같은 별미를 해서 나누어 드시던 모습이 눈에 아련하다.

그럴 때면 할머니들에게 유일한 낙이 한 가지 있었는데 옛날 이야기책 읽는 것이었다. 눈도 어두우시고 한글을 잘 모르시던 할머니들이 책을 읽는다는 말은 다른 사람이 읽어드리면 할머니들은 읽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나는 책읽기를 유난히 좋아했는데 할머니들 앞에서 책을 읽어드리면 너무 좋아하셨고 고마워하셨다.

나는 그게 좋아서 밤늦은 시간까지 이야기책을 읽어드리곤 하였다.

그때 읽었던 책은 주로 명사십리, 장화홍련전, 콩쥐밭쥐. 어사 박문수, 을지문덕, 강감찬. 장끼전. 별주부전 등등 이었다.

다 읽은 책을 며칠 있다가 또 읽어드려도 처음 듣는 것처럼 재미있어 하셨다. 그러고 보니 저는 어린 시절을 할머니께 옛날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란 것이 아니라 할머니들께 옛날이야기를 해 드리면서 자란 셈이다. 그것이 나의 자산이 되었을까. 나는 자라서 평생을 책과 함께 하는 목회자의 길을 가게 되었고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나의 사역이 되었다.

책을 읽어 드리는 것 말고도 또 한 가지 추억이 있는데 그것은 동네 할머니 댁에 온 편지를 읽어 드리는 것이었다.

할머니들 가운데는 집안에 군대를 간 아들이 있는 경우에 집안에 편지를 읽어줄 사람이 없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으레 것 우리 집으로 자져 오시곤 했는데 나는 그 편지를 읽어드릴 뿐 아니라 그 자리에서 바로 답장을 써 드리고는 했다. 편지 답장을 쓸 때면 하시고 싶은 내용을 대충 이야기 해 주시면 거기에 맞추어 구수하게 내 나름대로 편지를 써 드리면 우리 집에 우편배달부가 매일 들리기 때문에 편지 부치는 일도 내가 맡아서 해 드렸다. 물론 우표 값은 둔으로 배달부에게 주면 그분이 알아서 부쳐줬다.

나는 목회자가 되면서부터는 글을 써야 했고 책을 더 많이 읽어야 했다. 말하기 위해서 글을 썼고 쓰기 위해서 책을 읽었다.

그러나 한 번도 내가 쓴 글에 대해서 검증 받아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현대시선 신인 문학상 안내를 받고 아무도 모르게 조심스럽게 수필 부분에 장하의 계절을 지낸 인생1편의 작품을 응모하게 되었다.

한 없이 부족한 작품을 예쁘게 봐 주셔서 당선을 시켜 주신 심사위원들께 감사드린다. 심사위원들이 보내 주신 심사평을 보면 수필은 무형식의 형식을 가진 비교적 짧고 개인적이며 서정 적인 특성을 가진 산문이라고 할 수 있다.

수필은 자유로운 마음의 산책, 즉 불규칙하고 소화되지 않은 작품이며, 규칙적이고 질서 잡힌 작품이 아니다라는 S존스나, ‘수필은 마음속에 표현되지 않은 채 숨어있는 관념. 기분. 정서를 표현하는 하나의 시도다. 그것은 관념이라든지 기분. 정서 등에 상응하는 유형을 말로 창조하려고 하는 무형식의 시도다라는 M. 리드의 정의 등도 모두 대동소이하다.(수필창작이론)

당선작 장하의 계절을 보낸 인생/ 어이 친구 막국수나 한 사발 하세화자의 글발에는 특유한 글의 멋까지 배어있어 읽는 이에게 흥미를 유발 시켜주고 있다.

장하의 계절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길에는 햇볕이 따가워 곡식이나 장이 잘 익는다 하여 장하라고 불렀다고 한다. 당선작으로 뽑은 두 편의 수필에는 산문 정신과 교훈적 가치로 남는 작품들이다. 폭넓은 수필로 많은 독자들에 관심을 끌어냈으면 좋겠다. 당선을 축하드리며 문단에 역량 있는 작가로 정진하기를 바란다.”로 평을 달아 주었다.

나는 나의 삶을 이끌어 가시는 하나님을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하나님께는 우연이란 없다. 강원도 첩첩산골에서 태어나 서 두메산골에서 자라게 하시고 어린 시절 동네 할머니들께 옛날이야기 책을 읽어드리게 했던 날들 이미 하나님은 내 인생을 섭리하고 계셨음을 나는 믿는다. 편지를 써 드리던 기억은 성경기록의 성령감동과 유기체적 영감 설을 폭넓게 이해하게 되었고 성령의 조명하심을 확실히 깨닫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제 좀 더 자신 감을 가지고 글 쓰는 사람의 존재감을 나타내고 싶다.

늦은 나이지만 노력하고 잘 배우고 다듬어 좋은 작가로 거듭나겠다고 나 스스로에게 다짐도 해본다.

반종원 목사 / 수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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