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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야 채워지는 창의적 사고



1년 전쯤 이 맘 때 인터넷에는 이색적인 대회가 있었는데 그 때의 기사를 보면 이렇게 쓰여 있다.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제 1회 멍때리기 대회가 열렸다. 나이, 성별, 직업을 불문하고 멍때리기에 일가견이 있는 50명의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그들은 이미 사전에 신청서를 내고 3:1의 경쟁률을 뚫고 대회 참가 자격을 얻은 선수들이었다. 스트레스 쌓인 직장인, 공부에 지친 수험생, 쉬다가 과로사 한다는 백수·백조까지. 평소 멍때리기의 달인이라 불리는 이들의 치열한 경합 가운데, 세 명의 탈락자와 한 명의 기권자를 낳으며 대회는 말없이 이어졌다.

멍 때리기 대회는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현대인들의 뇌를 쉬게 해주자는 취지에서 열렸고 공정한 심사기준과 진행을 위해 신경정신과 전문의의 자문을 얻어 진행됐다고 한다.


우승은 아홉 살 여자 아이에게 돌아갔다. “멍때리는 것이란 아무 생각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라고 차분하게 말하던 그 어린이는 엄마가 멍때리기 대회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듣고 적극적으로 참가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그런데 하필 멍때리기 대회를 연 이유는 빠른 속도와 가열된 경쟁의식에서 요구되는 스트레스로부터 한 걸음 떨어져보자는 것이었다고 한다. 1등을 한 그 소녀에게 주어진 트로피는 로뎅의생각하는 사람모양이었다는 것이다. 멍해지는 것과 깊게 생각하는 것 그 둘 사이의 무게감은 전혀 다르게 느껴지지만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 속에 멍한 브레이크가 끼어들지 않는다면 깊은 사유가 가능할까? 뇌 과학자들도 우리의 창조적인 뇌는 집중할 때보다 휴식을 취할 때 활성화된다는 연구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이남희 박사는 창조적인 생각을 하려면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껴야한다. 연속극 다가고 모임에 다 나가면 창조적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멍해지기라는 휴식시간이 있어야 우리 각자의 깊숙이에 묻혀있던 그 무엇- 반짝이는 아이디어여도 좋고, 누군가를 향한 내면의 깊은 깨달음의 경험-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어떤 형태이든 분명한 것은 그런 창조적인 모멘트(Aha moment)가 우리 인생을 풍성하게 하고 스스로에게 자존감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그런 순간에 우리는 굳이 다른 사람의 앞섬과 다른 사람의 많이 가짐에 대해 비교당하기를 거부할 수 있고, 비교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 삶의 구멍을 뚫어야 한다는 정신과 의사의 말도 들었겠다. 또한 옆에서 부추기는 사람도 있어서 며칠 전에는 단풍이 물들어가고 있는 설악산에 잠시 다녀왔다. 그 곳에서 장사하는 분들의 바가지 서비스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시간도 있었지만 나를 향한 아버지의 특급서비스에 감격하면서 그 단풍에 그리고 그 사랑에 그리고 아버지의 숨결에 염색되는 시간을 가져봤다.


늘 오는 것같은 계절이지만 이 가을에 난 또 다시 성경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를 자연을 통해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또 다른 버전(another version)으로 들어본다. “ 어떠한 환경에도 하나님은 너를 향한 나의 생각은 평안이며 소망이다. 평안하라 잠잠히 기다리라 나를 의지하고 바라라 네가 나를 의지하고 바라면 내가 너와 함께하고 너를 도우리라


이 말씀에 아멘으로 화답하면서 저의 작은 바램도 누군가의 글귀를 빌어 적어본다. 그냥 주님으로 푹 물들이면 좋겠다. 물감이 천에 물을 들이듯 주님으로 제가 물들면 좋겠다. 가르치는 것과 사는 것, 아는 것과 행하는 것, 깨달음과 실천이 따로가 아닌, 주님의 삶이 내 몸에 배어버려서 주님 닮을 수 있다면, 주님 말씀 줄줄이 외우지 못해도, 조리있게 변증하지 못해도, 주님으로 푹 물을 들어버리면 참 좋겠다.

윤양수 목사 / 한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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