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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 place (영혼의 안식처)

 

죽어도 좋을 만큼 가슴 뛰게 하는 그 곳, 오랜만에 가도 시간의 거리를 금새 뛰어넘는 곳, 그 곳에서의 일들이 생생히 기억나서 빙그레 미소 짓게 하고, 그리운 사람이 생각나며 다시 돌아가 보고 싶은 그 곳, 또는 가 볼 수 없어 꿈속에서만 상상의 나래에서만 들여다보는 그 곳, 사랑하는 사람하고는 꼭 가보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그 곳, 생애 마지막 순간에도 가보고 싶은 곳 그곳을 일컫는 말이 ‘soul place(영혼의 안식처)’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한 단어이고, 두렵기도 하고, 가장 기대가 되는, 설렘이 동반되는 단어이다. 나에게 ‘soul place’27년을 살던 나의 고향집과, 아내와 같이 갔고 지금도 가곤 하는 그 은밀한 곳 그리고 은혜로 들어갈 담대함을 얻은 아버지의 집이 생각난다.

 

까까머리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지난해와는 다르게 살아보리라고 마음먹고 야심차게 하는 새해액션 중의 하나가 다이어리 정리였다. 가족의 생일은 안 적어도 친구들의 생일을 옮겨 적으면서 동그라미 해놓기도 하고, 하루에 할 일을 나름 알차게 적어놓고 보기만 해도 흐뭇해 하다가 작심삼일로 끝났던, 그러면서도 꼭 옮겨 적은 것 중에 어른이 되면 가보고 싶은 곳의 목록이었다.

 

거기에는 스위스도 있고, 에펠탑도 있고, 뉴욕도 있고 그리고 히말라야가 있었다. 그 당시 라디오에서 들었던 청취자 사연 중에 하나가 히말라야의 중간지점 정도 되는 해발 4,000미터 지점에서 바라보는 하늘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별똥별이 3D로 떨어지고 촘촘히 박힌 별이 너무 많아서 별자리를 찾을 수 없는 그 시린 밤의 야경은 세상사에 지칠 때마다 힘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더불어 자기 애인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고 같이 가보고 싶은 곳이라고 했다. 쉽게 갈 수 없어서 그 사연이 인상적이었는지 낱낱이 그 표현들이 생각은 나지 않지만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었다. 그러고 보니 그런 간절함이, 동경이 언제부턴가 갈수 없는 더 많은 타당한 근거에 밀리고 산 세월이 꿈 꾼 시간보다 많아졌음을 알게 된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가고 또 하고 싶어 한다.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저절로 울려나는 탄성이 나올 때의 환희와 경이로움 그리고 숙연함은 여행자의 권리일지도 모른다. 여행자의 시선으로만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대할 때 가능하다. 내 이름으로 되어 있어야 내 것이고, 그런 것들이 많아야 만족이 되는 소유주의 체질에 물들어 있는 나에게 즐거움 너머의 무엇을 느끼게 하는 새로움과 관조적인 느낌은 낯설기도 하지만 에너지원이 되곤 하기에 그것을 마주해보고 싶어서 여행을 하는 것이다.

 

그런 곳에서 느껴지는 관조적인 생각의 결론은 진정한 소유가 무엇이냐, 무엇을 소유해야 할 것이냐, 놓치지 말고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을 난 잘 가지고 있는가이다.

 

난 어느 곳에서 와서 어디로, 누구에게로, 갈 것인지를 모르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 내가 인생에서소유하고 있는 가장 큰 경이로움이며 또한 나로 하여금 매 순간 soul place를 보게 하는 원동력이다. 영혼의 안식처인 soul place의 짝은 soul mate이다. 나의 영혼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같이 알아봐주고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과 바라보는 시선의 끝자락이 soul place이다.

 

나의 이번 새해의 시간들은 좀 더 많은 여행을 통해 비둔해진 관념의 비늘을 털어내고, soul place의 견본품만 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피조물의 영원한 soul mate를 통해 진정한 soul place를 알려주는 나의 소명을 게을리 하지 않는 새해였으면 좋겠다.

이해인 시인의 싯귀처럼~~

 

나의 주변 정리는 아직도 미흡하고

어제 하던 일의 마무리도 남았는데

불쑥 들어서는 손님처럼

다시 찾아오는 새해를 친구여

우리는 그래도

망설임 없는 기쁨으로 맞이하자

 

우리의 좁디좁은 마음엔

넓은 바다를 들여놓아

넓은 사랑이 출렁이게 하고

얕고 낮은 생각 속엔

깊은 샘을 들여놓아 깊은 지혜가 샘솟게 하자

 

살아 있음의 축복을 함께 끌어안으며 친구여

새해엔 우리 더욱 아름다운 모국어로

아름다운 말을 하고

아름다운 기도를 하자

- ‘새해 첫날의 엽서에서 -

 

윤양수 목사

한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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