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기대와 설렘으로

 

 

새해가 되어 호스피스 센터에 초청받아 예배를 인도했다. 좀 특이한 예배다. 설교를 듣는 성도들은 각각 병실에 있고 목사는 병실 밖에서 마이크 앞에서 설교한다. 병실에 설치된 스피커로 병상에서 환우들이 설교를 듣는다. 예배 후 병실을 돌아보며 기도를 해 드린다.

 

대부분이 임종을 바로 앞에 둔 환우들이다. 나이에 관계가 없다. 49살의 젊은 나이로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해 입종을 앞둔 남자 환자의 내가 인생을 잘못 살긴 잘못 살았는가봅니다.” 라는 고백은 차라리 나에게 절규로 들린다. 그는 자신의 얼마 남지 않은 임종을 예견한 듯 이혼한 처와 딸, 형제를 보고자 며칠 동안 연락을 시도했으나 아무도 받아 주지 않았다고 하는 이야기를 관계자에게 듣게 됐다.

 

지난날 살아온 인생의 날들을 모아 압축을 하면 두 개의 단어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감사또 하나는 후회라는 단어일 것이다. 헤아릴 수 없는 감사한 일들, 측량할 수 없는 고맙고 감사한 일들이 많다. 그러나 그것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 이면에는 후회할 일들이 더 많으니, 그러면서 또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았다.

 

대개의 환우들은 임종이 가까우면 지내온 인생을 회고하면서 보편적으로 다음의 3가지를 후회한다고 한다. 첫째는 베풀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둘째는 참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셋째는 좀 더 행복하게 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라고 한다. 그래서 사람은 새 해가 되면 좀 더 잘 살아야겠다, 바른 길을 가고 싶다는 소원을 새롭게 품게 되는가 보다.

 

목사는 특별히 복은 많이 받은 사람이다. 많은 복 가운데 하나는 절대자이신 하나님의 뜻을 헤아릴 수 있는 기회를 남들 보다 더 많이 갖게 되는 것이다. 목사는 살아가면서 인간은 무엇이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하는 우리 인생 최대의 질문을 답하게 되고, 바른 인간 애해를 위해 노력하게 되고, 헛된 것을 좇다가 후회하는 덧없는 인생이 되는 것을 피하게 되는 그래서 보다 행복한 삶을 위한 하나님의 은혜를 입게 되는 것이 복이 아닐까?

 

우리 속담에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에게는 뜻을 바로 세우기보다는 길을 먼저 찾으려는 어리석음이 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기리지 않고, 좀 더 갖기 위해, 좀 더 오르기 위해, 좀 더 누리기 위해, 어려운 순간에 일을 모면하기 위해 적당히 타협하면 살아간다. 과연 그렇게 해서 얻어진 명예와 부가 인생의 성공과 행복이라고 공감할 사람이 있을까?

 

그래서 올해 교수 신문의 사자성어는 온 세상이 모두 탁하다라는 의미의 거세개탁’(擧世皆濁)이라고 정했다고 하니 이렇게 탁해지고 허우적거리는 이 시대의 세속의 늪에서 나를 향한, 이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고 사는 지혜를 달라고 두 손 모아 본다.

 

두 가지를 생각하고 하고 싶다. 첫째는 기대와 설렘이 있는 삶이다. 사람은 나이를 들어가면서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세월이 빠르게 지나간다는 것이다. 송구영신 예배드린 것이 엇 그제 같은데 어느새 일월도 중순을 넘지 않았는가? 우리의 어린 시절은 시간이 더디게 갔다. 설날이 기다려지고, 소풍날, 운동회 날이 기다려졌다. 추석날, 생일날이 기다려졌다.

 

왜 그랬을까? 기대와 설렘 때문이다. 새 날에 대한 기다림, 설렘, 그래서 그 날과 그 시간들은 늘 더디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나이를 들면서 세월이 빠르게 지나가는 이유는 기대와 설렘을 잃어버린데 있다. ‘익숙함이란 도적한테 빼앗긴 것이다. 새로운 날에 대한 기대감도, 설렘도 익숙함이 다 빼앗아 갔다.

 

그러나 속지 말아야 한다. 오늘 아침 동녘에서 떠오른 태양은 같아도 날은 같은 날이 아니다. 지나간 하루는 영원히 내 날이 아니다. 하나님은 매일 매일 새날을 주신다. 매일 매일 새롭게 살아가기를 원하신다. 매일 매일 새 일을 행하시며 살아가기를 원하신다.

 

아침 조간을 펴 들고 새로운 뉴스를 기대하듯이 하나님 앞에 매일 매일 기대하며 살아가기를 소원한다. 매일 매일 새로운 말씀을 기대하며 새로운 은혜를 기대하며 살아가는 설렘이 있는 삶이 있기를 소원한다. 날마다 더 새로운, 그래서 주일이 기다려지고, 예배와 성도들의 교제가 기다려지고 설렘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시편기자의 인생이 날아가는 것 같다고 표현 했는데 그 의미는 그렇게 살지 말라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하루를 살아도 천년을 살듯이 가치 있게 사는 삶, 그것은 기대와 설레임으로 사는 인생일 것이다.

 

둘째는 약속을 붙드는 삶이다. 인간에게는 시간 감각이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과거를 바라보며, 오늘이 어제만 못할 지라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여 오늘을 살아간다. 비록 미래를 향한 부푼 기대와 더불어 불확실성으로 인한 불안, 초조, 절망이 상존하지만. 이럴 때 마다 필자에게 힘이 되어준 말씀 렘29:11이다.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

 

반종원 목사 / 수원교회



총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