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문화선교가 일반문화 영역으로 퍼지지 못하고 교회 안에만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교회와 세상문화의 관계를 살펴보고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고찰해보는 포럼이 열렸다.
목회윤리연구소는 지난 8월 17일 한국기독교회관 에이레네실에서 제9회 목회윤리연구소포럼을 개최했다. ‘교회와 세상문화, 어떤 관계인가?’를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김진명 교수(장신대), 김승호 교수(영남신대), 옥성삼 박사(크로스미디어랩 원장)가 발제자로 나섰다.
‘성경에 나타난 문화 수용성과 배타성’을 주제로 발제한 김진명 교수는 구약을 중심으로 성경에 나타난 각 시대별 문화의 특징들을 정리하고, 성경에 나타난 문화 수용성과 배타성을 살펴봤다.
김교수에 따르면 구약의 내용에는 넓은 세계 안에 다양한 종류와 내용, 상황, 시각들이 함께 담겨 있다.
김 교수는 이를 ‘다양성의 공존’이라고 정리했다.
구약은 모든 다양한 존재들이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 속에서 공존하는 세상을 그려주고 있다. 율법서에는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건설해야 할 공동체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예언서에서는 메시야가 세상에 나타날 때 이뤄질 공동체의 이상적 모습이 묘사되기도 한다.
김교수는 “이를 위한 가르침의 내용들은 신약성경에서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말씀으로 정리됐으며, 예수 그리스도의 핵심적 가르침으로써 ‘사랑’의 계명으로 요약됐다”고 설명했다.
김교수는 “그러므로 ‘다양성의 공존’이라는 개념은 기독교 복음의 핵심인 ‘사랑’의 계명과 내용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며 “이 내용은 앞으로 진행하게 될 문화목회의 성서적 근거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대에 따라 혹은 상황에 따라 구약시대 이스라엘 사람들은 고대 소아시아 지역의 문화와 문명, 종교와 공존하는 길을 모색하거나 때로는 투쟁하기도 하면서 구약의 신학적 사고의 지평을 확장해 갔다. 또한 선교적 사명을 확인하고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김교수는 “성경의 처음 자리로 돌아가 봤을 때 다양한 내용과 시대마다 나타나는 많은 변화들에도 불구하고 그 절대적 기준과 근거는 하나님의 말씀에 있었음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며 “성경에서 보여주는 문화의 수용성과 배타성이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그 평가와 분별의 기준은 언제나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지적했다. 김승호 교수는 ‘한국교회의 문화 수용성과 배타성’에 대해 발제했다.
김교수는 문화신학, 문화선교, 문화목회에 대한 학자들의 논의를 탐구하며 “각각의 개념은 서로 분리된 독립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상당부분 중첩된 의미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각각의 개념이 문화라는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신학, 선교, 목회를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그동안 문화선교는 한국교회 목회현장에서 문화를 향한 선교라기보다 문화를 통한 선교로 이해돼 왔다. 즉 복음전도의 수단으로 문화를 사용한다는 개념이 일반적으로 수용돼 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의 문화선교는 기독교 내부에서 바람직한 기독교문화를 창출해야 한다는 동기부여의 측면으로 나타난다. 김 교수는 “이런 식의 문화선교는 기존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을 고취하는 측면에서는 상당한 기여를 했지만 기독교 밖의 일반문화 영역과 활발한 소통을 하는 차원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 원인을 기독교 신앙을 갖지 않은 이들의 문화 및 정서와 교감하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파악했다.
김교수는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교회 밖의 일반 문화 영역에도 깊은 관심을 가질 것 △우리나라 전통문화와 해방적, 축제적 성격을 포함하는 한국적 문화신학의 전개를 위한 연구와 노력에 힘쓸 것 △문화현상에 대한 성급한 비판을 수행하기 전에 먼저 탈근대 시대의 문화 현상에 대한 심층적 의미를 탐구할 것 △모든 문화를 복음적 가치로 변혁해야 하는 과제에 관심을 기울일 것 △기독교문화와 일반문화 모두가 변혁의 주체이자 대상이라는 상호변혁 가능성을 수용할 것 등을 제안했다.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옥성삼 박사는 ‘디지털 문화에 대한 한국교회의 수용성과 배타성’을 주제로 발제했다. 옥박사는 현실과 가상공간이 상호작용하면서 형성되는 문화로의 디지털 문화 개념을 통해 한국교회의 문화적 수용과 배타성을 서술했다.
옥박사는 한국교회의 디지털 문화에 대한 관계적 특성에 대해 △이해 없는 사용 △디지털 미디어 문화에 대한 반기독교적 비판정서 및 문화지체 △디지털 미디어 사용의 일상화와 비판적 정서의 통합이라는 이율배반적 문화 등으로 나눴다. 옥박사는 “디지털 문화는 성경과 청각중심의 개혁교회 문화와 차이점을 가지며 한국교회의 수직적 관료주의 문화와 상충된다”며 “현재 한국사회 저널리즘이 타종교보다 한국교회를 비판 프레임으로 보도하는 것은 이러한 한국교회의 문화지체 현상에 대한 경종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옥박사에 따르면 하나님의 구원 행동과 메시지는 변하지 않는 실재로써 있지만, 문화의 옷을 입고 다가오는 복음의 형태는 지속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은 디지털미디어를 익숙하게 사용하면서도 동시에 디지털 문화가 반기독교적 위험이 많을 것이라는 이율배반적인 현실에 불편해 한다. 옥박사는 “한국교회는 디지털문화의 이해 없는 사용에 대한 교회차원의 성찰을 더 이상 회피하고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디지털문화가 일상이 된 시대에 수용과 배타라는 선택의 관점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사회문화로써 위험성과 가능성으로의 분석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제안도 덧붙였다.
범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