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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지상교회가 사회주의적 기독교?

정교진 박사의 북한 바로보기-13



어느 기독교역사연구소에서 책을 내면서 북한 지상교회를 사회주의적 기독교로 평가했다. 책의 저자도 기술했듯이 이러한 평가는 북한 교인들의 자발적인 모색을 전제로 한다. , 북한지역 기독교인들이 해방 후 사회주의를 처음 만나 수용, 갈등, 대결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이다가 6.25전쟁 후 분단이 고착되면서 사회주의 체제 내에서 생존을 모색했다는 것이다. 그 노력의 결과로 북한 사회에 적응하는 사회주의적 교회를 만들어내었다는 것이 주요논지다.


사회주의적 기독교는 사회주의체제 내에서 생존을 모색하면서 기독교 성격 및 형태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가리킨다. 그런데, 그 변화를 책의 저자는 자발적이라는 것에 방점을 두었다. 이러한 시각(관점)수정주의’(북한 중심적)라고 칭한다. 하지만, 면밀히 검토하면 자발적이기 보다 피동적인 것에 가깝다


1970년대 북한정권이 대남통일전선전술을 위한 정치적 도구로 기독교를 활용하고자 했다. 1960년대 중반, 북한의 종교들을 완전히 제거했던 북한정권은 1972<7·4남북공동성명>이라는 중대 전환점을 맞아 북한 종교들의 활동을 재개 시켰다. 이때 조선그리스도연맹(조그련)의 역할은 남한 내 반정부 기독교 인사들과 전선을 이루어 대남비방 및 주한미군철수 주장에 앞장서는 것이었다. 북한 기독교의 대표적 기관이었지만 이 당시는 종교적 기능은 작동되지 못했다.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북한정권이 종교정책의 변화를 꾀함으로 북한 내에서 종교적 행위가 표면적으로 이루어졌고 이것이 점차 제도화되어 종교적 기능이 안착되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뚜렷하게 종교 안에 이중적 기능, 통일전선 등의 정치적 기능과 종교본연의 활동인 종교적 기능이 맞물려 작동되었다. 특히, 1988년에 대외선전목적으로 외형적 건물(봉수교회, 장충성당)을 세우면서부터 서서히 종교 본연의 기능이 강화되었다. 북한 땅에 정식예배가 행해지게 된 것이다. 다음해인 19893월 봉수교회를 방문한 문익환 목사(기장)가 예배를 드리는 장면이 북한 조선중앙TV에 방영되기도 했다. 이로써, 북한지상교회의 존재가 북한주민들에게도 알려지게 되었는데 기독교에 대해 비판적으로 교육을 받았던 그들에게는 가히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북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본 한국 보수(복음)교회들도 19907월부터 조그련과 모임을 정례화하면서 진보진영이 꺼내지 않았던 선교에 대한 담화도 이끌어내었다. 이후, 수많은 보수 교회 지도자들도 평양을 방문, 봉수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면서 설교를 담당하기도 했다. 이에 북한은 19924월에 헌법을 개정(568)해서 반종교 선전의 자유란 문구를 삭제하고 종교 건물을 짓거나 종교의식 같은 것을 허용한다는 문구를 넣었다


물론, 바로 뒤에 누구든지 종교를, 외세를 끌어들이거나 국가사회질서를 해치는데 리용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 수정법안에 따라 북한은 199211월 평양에 또 하나의 지상교회인 칠골 교회를 증축했고 더불어, 30여개의 가정교회(지방에는 450여개)를 만들었다. 이 같은 양상은 북한 내 기독교 활동이 종교 본연의 기능을 한다고 평가할 수게 만든다.


하지만, 기독교 조직 현황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조그련은 당중앙위원회 대외연락부 산하 통일전선부의 하부조직인 조선종교인협의회에 속해있고, 교회건립문제나 종교적 활동 및 제반사항에 대해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없고 반드시 통일전선부의 결정과 감독을 따르도록 되어있다


북한 지상교회가 표면적으로 종교적 기능을 하고 있기에 사회주의적 기독교라고 볼 수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정권의 어용단체임을 증명해주는 것이 바로, 조그련 지도자들이 김일성, 김정일 부자 우상화·신격화 선전에 선봉대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1997108일 김정일이 당총비서로 추대되기 전인 91일에 조그련은 노동신문에 담화를 내면서 김정일을 하느님이라고 칭했다. 북한교회 지도자들이 김일성, 김정일을 조선의 하나님으로 부르는 한 가짜교회, 어용단체라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평양의 봉수교회를 다녀온 분으로부터 주일예배 장면 영상을 본 적이 있다. 흰 가운을 입은 성가대원들,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달지 않은 신자들의 담담한 모습들이 담겼는데, 특이하게도 어린아이와, 학생, 청년이 단 한사람도 눈에 띄지 않았다. 악을 선케 만드시는 하나님의 강력한 역사로 인해 그들의 사상이 무너질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대외선전일지라도 학생, 청년들을 동원시키기에는 엄두를 못내는 것이다. 동원된 장년 공산당원들 중에도 성령의 역사로 인해 어둠속에 빛 한줄기를 체험했다는 이야기를 필자는 전에 왕왕 듣곤 했다. 이것이 비록 북한지상교회들이 어용(가짜)교회일지라도 우리가 기도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이유일 것이다.

 

정교진 소장

침례교통일리더십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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