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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 이야기

1970년 말 미국의 행정학자 제임스 마치가 완성한 ‘쓰레기통 모형(Garbage Can Model)’이라는 의사결정 방법이 있다. 보통 적용되는 모델은 아니지만, 상황이 복잡하고 무질서할 때는 정책 결정자들에 의해 이뤄지는 의사결정 과정이 흡사 쓰레기통이 일시에 비워지는 것과 같다는 얘기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평소에는 소모적인 논쟁이 되풀이되다가도 어떤 순간에 무슨 사건이 발생한다든지, 시기적으로 꼭 해결해야 할 시점이 되면 꽉 찬 쓰레기통을 비우듯이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상황이 꼭 그렇다. 조직화된 무질서(organized chaos)로 정치가 어떤 합의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겉보기에는 출근도 하고, 학교도 가고, 연휴에 해외여행도 떠나고, 그럭저럭 굴러가는 나라처럼 보이지만, 많은 국민들 마음속에는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불볕더위보다 몇 백배 더 뜨거운 용암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학생들은 입시라는 수레바퀴 아래서, 청년들은 취업의 고통으로, 중년들은 실업의 가능성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다. 폐지 수집 어르신의 손수레가 보여주듯 많은 노년층이 빈곤한 나날을 보내고 있고, 어느 정도 부를 쌓은 사람들도 자녀들이 자신들보다 행복한 삶을 살 것이라는 희망이 없어져간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지금 대한민국은 집단불안, 집단불만, 집단분노의 사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용암이 부글부글 꿇고 있다. 용암은 본질적으로 감정적이다. 언제 어떻게 분출될지 예측조차 어렵다. 그저 누군가 툭 건드리기만 하면 터질 준비가 돼 있다. 광우병이 그랬고 사드가 그렇다.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고 정치적 포퓰리즘이 이를 부추기고 있다. 누구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 좋은 의원을 뽑기만 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생각했고, 또 누구는 대통령을 잘 뽑기만 하면 만사형통할 것처럼 주장한다.
그러나 틀렸다. 이 뜨거운 용암은 어느 당이 다수당이 되고, 누가 대통령이 된다고 식을 수 있는 그런 용암이 아니다. 그만큼 뿌리 깊고 복잡하고 뜨거운 현상인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인한 외부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대한민국이지만 그보다 먼저 우리는 사회 내부로부터 서서히 붕괴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 공동체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싸우면서 배운다고 했던가? 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3300여개의 교회가 있지만 교회는 없고 목사만 있는 교회가 늘어나고 있다. 가정에서 예배만 드리며 교회를 지탱하는 문 닫은 교회가 많아지고 있다. 농촌교회보다 도시교회가 더 심각하다. 생존의 욕구조차도 채울 수 없고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이미 잃어버렸다. 이것은 우리교단의 문제만은 아니다. 한국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빈익빈(貧益貧) 부익부(富益富)의 격차’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여러 개의 대형교회를 가지고 있는 목사와 내 교회조차 지탱할 수 있는 힘을 잃어가고 있는 교회로 나눠지고 있다. 우리사회의 갑질현상은 이미 그 뿌리를 깊이 내리고 있듯이 교회의 갑질현상이 보여 지고 있다. 어쩌면 갑질은 인간 깊은 본성에 기인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완장’만 차면 섬기기보다는 군림하고 싶어 하는 게 인간인 모양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손 놓고 화산폭발을 기다리고만 있어야 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100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해야 할 것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신속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 당장은 서로 합의가 가능한 것과 합의가 불가능한 것을 나누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선 합의가 가능한 것은 하나라도 지금 바로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만큼 용암의 온도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침례병원 문제, 학교문제, 연금문제, 총회문제는 전문가들이 모여 외부 기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합의가 가능한 정책은 다른 쟁점과 연계해 일괄 타결하려고 하지 말고 바로 시행해야 한다.  합의가 어려운 정책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소위 ‘교차 법안’의 채택이 필요하다고 본다. 즉, 갑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안과 을이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안을 바로 시행해 보는 방법이다. 그저 싸움질만 하고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기 보다는 마치 ‘쓰레기통 모형’처럼 보일지라도 과감히 시행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어차피 불확실성의 시대에 정확한 성과를 예측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우리에게는 더 이상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흘려보낼 만큼의 시간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제발, 싸우지 좀 말자. 지금 국민은 먹고사는 문제가 어렵고 교회는 생존의 문제 앞에 서 있다. 매우 위험하다. 화급한 현안 앞에서 제발 정치꾼들의 말도 안 되는 일로 싸우지 말았으면 좋겠다. 어느 누구든지 “교회를 세우자”는 목회의 본질에는 싸움을 걸지 말아야 한다. 더 이상 손가락질만 하면서 정치적 입지를 위해 노이즈 마케팅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집단불안이라는 용암이 화산폭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한민국의 미래가 지금보다는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이 땅의 교회가 온 몸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 교회만이 세상을 이기고, 교회만이 세상을 변화시키며, 교회만이 세상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오늘도 운명처럼 흘러만 가고 있다.


김근중 목사 늘푸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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