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성탄절에는 호박꽂이를 넣은 시루떡을 만들어서 교우들과 함께 나눴다. 올해는 특별히 떡 한 가지를 더 했는데 무설기 시루떡이었다.
가난했던 시절 시골에서 싸레기 쌀가루에 무를 듬뿍 넣어서 시루에 쪄서 온 가족이 먹던 생각이 나서 연세가 드신 어르신 교우 들게 향취를 느끼게 해드리면 좋겠다 싶은 뜻에서 한 일이다. 광고시간에 담임목사보다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 성도들은 무설기를 드리고 그 외에는 찹쌀시루떡을 나눠 드린다고 했는데 막상 김이 무럭무럭 나는 무설기떡을 보더니 너도나도 무설기파로 몰려들었다. 그야말로 완전무설기 대박이 난 것이다.
사실 젊은이들은 무설기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호기심에 몰려든 것 같다. 사실 무설기 떡이 가난했던 시절에도 아이들에게는 그다지 맛있는 음식은 아니었던 기억이다.
오늘은 지면을 빌려 어려서 부흥목사님으로부터 들은 무설기떡에 이야기 한 토막을 소개할까 한다. 어느 날 목사님은 지나는 길에 그 교회 연세가 지긋한 어느 집사님 댁을 예고도 없이 심방을 하시게 됐다고 한다.
지금은 심방을 미리 알리고 날자와 시간을 약속을 잡지만 통신 수단이 별로 없던 옛날에는 아무 때나 목사님이나 전도사님들이 성도님들의 가정을 방문해서 기도해 드리고 그러면 교우님들은 반갑게 영접하고 즐거워하던 시절이 있었다.
목사님이 불쑥 대문을 열고 들어서서 마루에 올라서니 안방 윗목에 무설기 떡 소쿠리가 있는 게 아닌가?
목사님은 고개를 숙이고 우선 그 가정을 위해 축복기도를 했다. 그리고는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하나님은 이 종을 사랑하셔서 떡을 먹이시려고 이렇게 떡이 준비된 집으로 발걸음을 인도해 주신 것을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떡 도 먹기 전에 김치국부터 마시는 기도를 드리고 나서 눈을 떠 보니 떡 소쿠리가 보이질 않는 것이다.
목사님은 내심에 생각하기를 아마도 집사님이 상에다 잘 차려서 내오려고 치웠나보다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미적거리고 앉아 있었다. 그런데 이 집사님은 떡 내올 생각은 안하고 목사님 앞에 앉아 이야기보따리만 풀어놓는 것이다. 목사님은 이때나 저때나 떡 상 나오기만을 기다라다가 시간은 자꾸 가고 배도 출출하고 은근히 서운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목사님은 집사님께 이만 가겠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속도 모르는 집사님은 기도해주시고 가란다. 목사님은 기도할 기분이 아니라서 아까 기도했는데 뭘 또 하느냐고 하면서 나와 버렸다. 사택에 도착한 목사님께 심방 잘하고 왔느냐는 사모님의 질문에 목사님은 대답도 안하고 혼자 말처럼 중얼거리다. “그래 떡소쿠리를 치워, 내가 안 봤으면 몰라, 뻔히 다 봤는데 그래 떡 소쿠리를 감춰” 밥 빨리 달라고 소리치는 목사님께 사모님은 무슨 일 있으셨느냐고 묻는다.
“무슨 일은 무슨 일, 밥이나 내와” 사모님은 부랴부랴 밥상을 차려놓고 궁금해서 집사님 댁으로 달려갔다.
“집사님 그래 목사님이 떡 소쿠리를 목사님이 봤다는데 왜 그걸 감추셨어요?” “예? 떡소쿠리를 감추다니요.
아 그 떡소쿠리요. 그 떡 보름도 더 된 거예요, 싸레기 찧어서 무설기를 만들었는데 맛없다고 안 먹어서 굴러다니다가 굳으면 밥 위에 쪄놓고 또 굳으면 쩌 놓고 그렇게 한지가 보름은 됐어요. 사모님 내가 목사님께 안 드리면 안 드렸지 어떻게 그 떡을 드려요”
무안한 사모님은 집으로 달려와 “ 목사님! 그 떡 보름도 더 된 거래요.” 하면서 자초지종을 이야기 했다. 그때 그 목사님은 하나님께 부끄럽고 죄송해서 “아이구 이 먹사야, 먹사야” 하면서 밤새도록 회개하며 기도했다고 하는 이야기다.
한해가 저물고 새해가 됐다. 새해는 사랑하는 교우들과 함께 주님의 교회를 섬겨갈 꿈에 벅차있다. 교회는 떡집이다. 떡집에는 떡이 항상 있어야 한다. “나는 하늘로부터 내려온 생명의 떡”이라고 주님은 말씀하셨다. 주님이 떡이다. 주님은 내가 주는 물을 먹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할 것이라고 하셨다. 교회는 영생하는 샘물이 돼야 한다.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넘치게 해야 한다.
소떼와 양떼의 형편을 부지런히 살피라고 말씀한다. 성도들의 형편과 사정을 살피기 위해 가정을 방문하는 목사는 성도들의 가정의 떡 소쿠리에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방문하는 주의 종이 떡 소쿠리를 들고 가야한다. 영적으로 주리고 목마를 영혼을 배부르게 할 말씀의 떡을 지니고 가야 한다. 영혼의 갈증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말씀의 생수통을 걸머메고 가야 한다. 뜨끈뜨끈한 김이 무럭무럭 올라오는 따듯한 무설기 떡이라도 맛있게 배부르게 해드리는 목회를 꿈꾸어 본다.
반종원 목사 수원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