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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세계관 운동 보수화는 필연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20주년 기념 강좌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보수화는 태생적 필연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원장 양승훈)은 지난 3월 22일 100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에서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강좌를 개최했다.
발제는 양승훈 교수(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와 전성민 교수(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가 맡았다.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어제와 오늘에 대해 논한 양승훈 교수는 이 운동이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일어난 운동이 아닌 외부에서 전해진 운동임을 밝히며 이 사상의 시작을 제임스 오르와 아브라함 카이퍼라고 소개했다. 이 두 사람의 견해는 헤르만 도여베르트에 의해 체계화돼 유럽과 북미로 퍼져나갔다.


한국 기독교 세계관 운동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1970~1980년대로 양교수는 “70~80년대 군사독재와 경제적 고도성장에 따른 물질만능주의 성장주의 상황 속에서 예수를 믿는 사람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느냐는 고민에 대학생들과 지식인들이 외국에서 출판된 기독교 세계관 서적 등을 읽으면서 점차 국내로 유입되기 시작했다”고 그 기원을 설명했다.


기독교 세계관 운동 보수화 논란과 관련해 양교수는 “기독교 세계관 운동이 70년대 말에는 가장 진보적이었지만 어느 사이에 극우가 돼가고 있다. 이것은 북미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 원인에 대해 그는 “뚜렷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그 당시 함께했던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서 보수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하며 “보수화가 돼 가는 기독교 세계관 운동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지금 우리 앞에 놓여진 과제”라고 밝혔다. 양교수의 발제가 끝난 후 단상에 오른 전성민 교수는 한국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전교수는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개념 자체에서 이미 보수화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관이라는 자체가 전체주의적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자칫 잘못하면 기독교 세계관이라는 것이 억압적 이데올로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이다.
전교수는 전체성과 포괄성을 과도하게 강조하거나 보편적 최종성에 도달했다고 생각해 다른 세계관에 대한 주의와 관심이 필요 없다고 느낄 때 기독교 세계관이 억압적 이데올로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성경의 역동성을 잃어 이미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존 세계관을 재확인하거나 강화하기만 할 때와 교회를 세상으로부터 격리 보호하고자 폐쇄적 공동체적 사고로만 나아갈 경우에도 억압적 이데올로기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교수는 “지금 한국 교회는 어느 것보다 폐쇄적 공동체에 대한 위험성이 존재한다”며 기독교 세계관 운동이 주지주의와 전체주의, 전통주의, 최종성, 배타성, 부족주의 등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교수의 발제가 끝난 후 이강일 소장(IVF한국복음주의운동연구소)과 양희송 대표(청어람아카데미), 유경상 대표(CTC 기독교세계관교육센터)가 논평을 이어갔다.
논평에서 이강일 소장과 양희송 대표는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보수화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먼저 이소장은 “기독교 세계관 운동은 보수화 된 것이 아니라 원래 보수”라고 지적했다.
19세기 계몽주의와 자유주의, 세속주의 등의 거센 도전으로부터 교회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시작된 운동이니 만큼 진보에서 보수로 변한 것이 아닌 보수적 경향이 더욱 강해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양희송 대표는 최근 보수화 논란이 벌어졌던 월드뷰 사태를 거론하며 그 기저에는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근원과 미국 기독교 세계관 운동가들의 우파적 입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결과임을 지적했다.
그는 “오스 기니스 등 미국의 기독교 세계관 운동 관련 인물들을 살펴보면 우파적 입장과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미국의 기독교 세계관 운동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적절한 평가를 거쳐 수용할 것을 권면했다.


유경상 대표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가자는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목표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독교 세계관을 이성적으로만 접근하려는 모더니즘의 틀에서 벗어나 삶 속에서 이를 실천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상대주의적 관점을 전파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경쟁적인 세계관들보다 기독교 세계관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탁월한 삶임을 보여주는 것에 힘써야 한다는 대안도 덧붙였다. 논평시간에는 다음세대에 대한 문제도 언급됐다.


이강일 소장은 기독교 세계관 운동을 3세대로 분류하며 “현재 3세대는 우리 운동과 관련 없는 채로 각자 활동하고 있다”며 차세대와의 소통문제를 언급했다.  이소장은 “차세대들은 1세대들에게 통하지 않을 만큼의 새로운 언어로 무장하고 기존 기독교 세계관 운동 세대들과는 달리 정적인 제도화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양희송 대표는 지금의 기독교 세계관 운동이 제도적 기반 위에서 매너리즘에 빠져 방향을 상실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2000년대 이후 신규세대의 유입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기독교 세계관 관련 학술지나 학회에 신진 학자들이 적극적으로 합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등의 활동이 필요하다 조언했다.


범영수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