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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식혀주는 분수와 같은 음악

최현숙 교수의 문화나누기

침신대 피아노과

덥다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더운 여름철은 무엇이든 시원한 것을 찾게 된다. 삼복더위라는 말이 실감날 만큼 더운 요즘에는 입음새와 먹거리는 물론이고 잠시 서있을 때에도 시원한 그늘만을 찾게 된다.
기온과 습도가 높아 불쾌지수도 높아지는 여름철에는 신체적 건강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도 많이 지치게 된다. 몸은 처지고 마음은 무겁고 조금만 움직여도 더위에 지치는 여름을 잘 날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도 삶에서 꼭 필요한 지혜일 것 같다. 덥다고 해서 일상을 멈출 수도 없고, 또 무조건 시원한 곳만 찾아다닐 수도, 차가운 것들만 곁에 둘 수도 없는 여름에는 무엇보다 매사에 균형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음의 평정과 균형을 위한 음악을 생각하다가 멘델스존(Jakob Ludwig Felix Mendelssohn-Bartholdy, 1809~1847)의 핑갈의 동굴이라는 작품을 떠올리게 됐다. 아무리 무더운 여름날에도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 추위를 느낄 정도로 시원함을 느낄 수 있기에 제목부터가 여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기도 한 이 음악은 멘델스존의 여행의 결과물 중에 하나이다.
독일 뿐 아니라 영국에서도 명성이 있었던 멘델스존은 영국을 여행하면서 스코트랜드까지 간 일이 있었는데 거기서  스코틀랜드 북서쪽 연안의 헤브리디스 제도에 속한 스태퍼 섬이라는 곳까지 간 일이 있었는데  거기에 있는 동굴이 바로 핑갈의 동굴이라고 한다.


핑갈은 스코틀랜드의 전설에 등장하는 영웅적인 왕의 이름인데 고고하고 기운이 넘치는 이 동굴의 경관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고립되었지만 파도가 마주치는 장관을 가진 섬에 자리 잡고 있는 이 동굴은 멘델스존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파도가 부서지는 동굴의 풍경을 음악으로 묘사했다.
바그너(Richard, Wagner, 1813~1883)가 이 곡을 들은 후 멘델스존을 가리켜 “일류 풍경화가”라며 그의 상상력과 음악적 표현력에 대해 극찬했다고 하는 이 곡은 듣기만 해도 마음이 시원해지는 명곡이다.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이 음악을 듣노라면 바다 한 가운데 떠있는 섬에서 바람과 파도를 온 몸으로 부딪히는 동굴의 모습과 함께 그 주위를 날아다니는 갈매기의 모습도 상상할 수 있으니 마음의 피서를 위해 손색이 없는 음악이라 할 수 있다.


한 곡의 음악이 이렇듯 마음을 시원하게 할 수 있다는 것에 새삼 감탄하며 우리 주위에 이런 시원함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공적인 일에도 개인적 욕망과 탐욕이 앞서면 그 공동체는 답답한 걸음으로 퇴보하게 된다. 누구에게나 딱 한번 주어진 인생을 살면서 더 많이 가지려는 헛된 노력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연구에 대해 읽은 일이 있다.


바로 하버드대학의 연구팀이 75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진행해온 프로젝트인데 무작위로 수백명의 사람들의 삶을 모니터링하며 그들의 행복지수를 알아보는 연구인데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들 중 대다수가 십대 때는 부자가 되고 명성을 얻는 것이 목표이고 그것을 이룬다면 행복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그들의 삶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했고 그 중 다수는 세상을 떠나기도 했는데 황혼이 된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돈도 명예도 유명세도 아니었다고 한다. 그들의 행복의 근원은 바로 사람들과의 관계였다.


좋은 관계를 가지고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훨씬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사납고 거센 파도를 온몸으로 막아내려는 마음을 가지고 주위의 사람들에게 좋은 관계가 되어주는 사람들이 많은 공동체는 투명하고 시원할 뿐 아니라 서로에게 행복지수를 상승시켜 주는 긍정의 에너지로 가득할 것이다.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과 함께 우리들의 행복지수를 높여 시원한 여름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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