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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 내가 조퇴 한 이유”

정윤미 집사
수원중앙교회


직장에서 허둥거리며 점심 식사도 놓치고 허기진 배를 쥐어 잡고 핸들을 잡았다.
‘합창공연에 괜히 참석하겠다고 했는가?’하는 갈등이 속에서 물씬거린다. 세상의 평화, 예수님이 탄생하신 날 모두가 행복해 하는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인데 식사도 거르고 이게 무슨 고생인가?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남들이 들을까? 몰래 한숨을 쉬고 있는데 아이들이 노래를 시작했다.


청아하게 예배당을 울리는 소리에 번거로웠던 마음이 한순간 눈물로 변한다. 천사의 소리인가? 마치 인류에게 평화를 선물하신 예수님이 아이들의 모습으로 변장하여 천사를 보내시고 노래하게 하신 듯 마음이 화들짝 신선해졌다. 왠지 모를 설명하기 어려운 그 무언가의 은혜가 두 눈을 벌겋게 충혈시켰다. 참으려고 애써봤지만 떨어지는 눈물방울이 옆 사람에게 금세 들통이 나버렸다. 


지난 15년의 세월이 나뭇잎 떨어지듯 쏟아져 내린다. 3년 전부터 우리 아이는 수원굿윌스토어의 노래하는 일자리 JL희망합창단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다. 합창단이 분당우리교회가 예배당으로 사용하는 분당송림중학교 강당에서 12월 24일 크리스마스 합창공연 요청을 받아서 활동보조 선생님께 아이를 공연장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지만 다른 일정이 있으셔서 우리 아이는 합창공연에 참석할 수가 없었다. 때마침 나는 직장에서 각종 평가회의를 진행해야 해서 빠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이 ‘합창공연을 포기할까?’ 고민이 많았었다.


노래를 좋아하는 아이, 공연장 무대에만 올라서면 세상을 다 가진 듯 즐거워지는 우리 아이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산타’가 되어주기로 했다. ‘그래, 내가 가자. 내가 산타가 되어주자’그렇게 해서 빨간 가디건 복장을 하고 무대 위에서 우리 아이가 노래를 했다. 아니, 예수님 보내신 천사가 우리 아이랑 같이 노래를 했다고 생각했다.


노래하는 아이들이 행복했고 듣는 이들은 울컥거렸고 하늘은 파랬다. 그렇게 올해 크리스마스는 나의 불편한 조퇴가 모두에게 평화가 됐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평화를 기도한다.
(정윤미 집사의 딸인 김희진 자매는 발달장애1급으로 현재 수원굿윌스토어 발달장애청소년의 노래하는 일자리 JL희망합창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