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하모니는 모양도, 크기도, 색깔도 다른 여러 악기들이 저마다 소리를 맞춰가며 일정한 법칙에 따라 화음을 낼 때 그 감동은 배가 된다. 한밭지방회(회장 이욥 목사, 총무 김종수 목사)도 이런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며 일주일간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지방회는 지난 3월 10~16일 지방회 소속 목회자와 사모, 아이들이 함께 한 가운데 이스라엘 성지순례(총괄진행 서광선 목사)를 다녀왔다. 11살의 어린 아이부터 60대의 선배 목회자까지 50여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함께 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나를 구원하신 예수님! 내가 만난 예수님 내가 전할 예수님’ 그 분을 더 가까이, 더 깊이 알고자 설레는 마음으로 이스라엘로 향했다. 머리에 키파를 눌러 쓰거나 검은색 중절모자와 흰 셔츠에 검은 코트의 유대인, 다윗의 별은 파란 별이 새겨진 국가기 곳곳에 나부끼는 곳에 도착했을 때 여기가 바로 약속의 땅의 이스라엘임을 실감케 했다.
첫째날 우리 일행들은 샤론평야를 내달렸다. 우기의 끝자락인 3월, 따스한 바람과 함께 푸른 초원 사이로 피어난 형형색색의 꽃들이 우리의 시선을 붙들고 놓지 않았다.
이스라엘 들판의 노란 겨자 꽃은, 한 송이 보다는 한 아름이 더 잘 어울리는 자태를 뽐내며 무리를 지어 우리를 맞이했다.
헤롯대왕이 지중해변에 세운 인공 항구도시 가이사랴
고넬료가 예수님을 영접한 배경이 되기도 했던 가이사랴의 유적들을 보며 당시 대도시의 모습을 그려 본 후 우리 일행들은 갈멜산에 도착했다. 엘리야기념교회 앞마당에 세워진 엘리야 석상은, 칼을 치켜들고 눈을 부릅뜬 채 우리에게 신앙을 재무장하라는 엘리야를 보는 듯했다. 서쪽으로는 지중해와 아래로는 이즈르엘 평야를 바라보며 엘리야처럼 영적 전쟁의 승리자가 되기를 사모하며 우리는 한 음성으로 찬양했다. 아름다운 지중해와 로마식 건물들이 웅장하게 세워졌던 가이사랴에서 바울은 어떤 말씀을 선포했을지 궁금했다. 이곳에서 로마로 압송되기 위해 2년간 머물렀던 바울은 초대교회에 서신을 발송하고 교회들을 권면했다.
인류의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의 고향 나사렛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날 수 있느냐”(요1:46)고 말했던 나다나엘의 얘기처럼 나사렛은 예수 그리스도가 등장하기 전까지 아주 작은 성읍에 불과했다. 이 곳에서 예수님은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삶의 흔적과 숨결들이 남아 있다. 창조주로서 피조물인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에 오신 예수님은 그 시절에 아버지 요셉의 일을 도우며 그 총명이 더했을 것이다.
‘수태고지 교회’ ‘요셉교회’ 정원에서 본 ‘마리아와 천사 가브리엘 조각상’과 ‘요셉 청동상’에서 마리아와 요셉의 표정 속에 드러난 마음을 읽었다. 예수님의 첫 기적이 일어난 가나혼인잔치교회에서는 순례객들을 위해 사람들이 결혼식 장면을 재현하고 있었다. 보존된 돌 항아리를 보니, 말없이 아귀까지 물을 채우고 떠다 주었던 하인들의 순종과 믿음을 묵상해봤다. 과연 그들은 항아리에 물을 채워 넣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예수님은 과연 왜 여기에 물을 채우고 그 물을 떠다 주라 했는지 그리고 그 물이 포도주로 변하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을 때, 잔치의 손님들보다 예수님의 명령을 따른 하인들이 더 놀랐을 것이다. 지금 나는 과연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살고 있는지 묵상해 본다. 갈릴리 호수에 띄워진 배를 타고 티베리아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며 드린 선상예배는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다. 말씀, 기도, 특송, 합창으로 드려진 예배는 별빛이 가득한 밤하늘을 채우고도 남았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의 발원지 헐몬산
헐몬산에서 발원한 힘찬 물줄기가 갈릴리 호수를 거쳐 요단강을 타고 흘러 들어가 발길 닿는 곳마다 푸르는 초장을 만들어 내는 풍경은 예루살렘 광야와 다른 새로운 경관이었다. 3년여의 공생애 기간 동안 수많은 이적과 기적을 행하신 예수님의 사역이 갈릴리와 나사렛을 중심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갈릴리 호수 북쪽에 위치한 가이사랴 빌립보에는 헤롯대왕이 로마 황제를 위해 세웠던 판신전, 제우스 신전의 우상 잔재들이 보였다. 바로 이 자리에서 베드로는 예수님을 향한 신앙을 고백했고,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든든히 서 있는 돌산의 위엄과 변치 않는 바위들 앞에서 견고한 믿음의 반석 위에 교회를 세우시겠다고 말씀하신 주님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팔복교회, 오병이어교회, 베드로수위권교회를 둘러보는 가운데, 예수님의 보배로운 설교와 놀라운 기적의 현장에 있었음에도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지 못한 제자들은 십자가 앞에서 예수님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이 우리를 돌아봤다.
우리 신앙의 정체성인 요단강 침례
요단강 줄기, 조그마한 강을 사이로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국경이 맞닿아 있는 예수님 침례터는 세계각지에서 온 순례자들이 엄숙히 침례를 받는 장면이 우리를 숙연하게 했다. 갈릴리 호수처럼 거대한 강을 연상했지만 막상 10여 미터도 안되는 폭에서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국경이 세워져 있는 곳이다. 진흙탕물이라 조금은 실망했지만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이 강을 건너갔음을 상상하며 이 곳에서 침례요한에게 침례를 받은 예수님과 이를 지켜본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삭개오의 돌무화과 나무, 여리고 성의 흔적들, 엘리사의 샘을 확인한 후, 다윗이 사울을 피하여 숨었던 엔게디 광야를 지나 마사다 요새에 올랐다. 로마군을 상대로 목숨을 내놓고 싸웠던 유대인의 항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마사다 요새는 이스라엘의 민족적 자긍심과 단결을 상징하는 곳이다. 아직도 중동의 여러 나라와 긴장관계에 있는 이스라엘의 산교육의 장소인 만큼 많은 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일제에 항거해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린 믿음의 선조들을 기억하며 우리는 얼마나 그때의 아픈 역사를 되새기고 교훈을 삼고 있는지 되물어봤다.
엘단에서 내뿜는 요단강
요단강 침례터
전쟁과 평화, 아픔과 희망을 동시에 품고 있는 예루살렘
따스한 봄바람 대신 거센 비바람에 우산조차도 무색했던 이 날. 높다란 성벽을 이루는 벽돌 하나하나마다 역사의 말없는 증언이 녹아 있는 예루살렘과 베들레헴으로 향했다.
베들레헴에 들어가 ‘예수탄생기념교회’와 ‘목자들의들판교회’에서 2000년 전 이 땅에 오신 아기 예수님을 만났다. 그리고 우리는 비아 돌로로사에서 십자가의 길을 슬픔의 길을 함께 걸으며 다시 한번 인류를 위해 고난당하신 예수님을 떠올렸다.
찢기고 지친 몸에 십자가를 지고 힘겨운 발걸음을 떼시며 겪으셨던 14가지의 중요한 사건을 통해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길이다. 거세어진 빗줄기와 추위는 차라리 감사했다. 빗물에 뒤섞인 눈물은 하염없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먹먹한 가슴을 안고 그저 걸을 뿐이었다.
예수님승천기념교회에서 우리에게 주님은 말씀하셨다.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고 하신다. 구원받은 자의 삶, 제자의 사명이 바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오셔서 십자가를 지시고 죽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 승천하시고 다시 오겠다 약속하신 예수님의 증인이 되어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의 구속사에 동역자가 되어야 함을 우리는 새기고 또 새겼다.
이번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통해 주님 앞에 겸손하게 내 자신을 내놓게 됐다. 예수님의 삶과 사역의 현장에서 새롭게 만난 예수님! 그 숨결과 체취와 음성과 발자취 속에서 얻은 뜨거운 감격과 결단을 가슴에 담고, 내게 주어진 삶과 사역의 현장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5박 6일 동안 함께 때론 웃으며 때론 함께 부둥겨 울며 감동과 감격의 현장을 둘러본 시간이었다. 모든 것에 합력해 선을 이루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려 드린다.
길갈의 히샴궁전
갈릴리 선상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