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벤치에 앉아있는
아버지가 아들의 그림에
나무 위의 새를 보고
저게 무슨 새니
아버지가 물었다
아들은 참새라고 대답했다
거듭거듭 묻는 소리에
아들은 귀찮아 읽던
책을 던져버렸다
오래지 않아
치매로 돌아가셨고
유품 속에 낡은 일기장에서
3살 된 아들과 공원에 갔다
참새가 날아와 아들 머리 위
나뭇가지에 앉았다
“아빠, 저게 무슨 새에요”
“아들아, 저건 참새란다”
스물 한 번이나 물어 대답했다
아버지의
낡은 일기장 위에
눈물 뚝뚝 떨어트리며
목놓아 우는
아들의 그림을 보았다
시인은 ‘문학과의식’으로 등단했으며 기독문학상을 수상했고 목산문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시집으로는 ‘산울림을 기다리며’ ‘서동마을’ ‘흰돌산기도원 가는 길’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