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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하는 묵상-2

임경미사모
(비전교회)

달맞이꽃


서글픈 이들이 쪼그려 앉은 밤,
시들어가는 그들 곁에 다가가
조용히 어깨를 감싸주는
포근한 꽃
밤이 깊으면 꽃 이파리 더욱 펼쳐
용기 주다가
동녘이 밝아오면 꽃잎 접어
서글픔도 사그라진다 위로하는 꽃
그러나, 때로는
아침이 와도 피어 있는 꽃
아직도 아파하는 그들을 위해
뜨거운 땡볕 마다치 않고
함께 버티어 주는 꽃
착한 꽃
따뜻한 꽃
엄마 닮아 강인한 꽃


습기가 가득 내려앉은 밤, 강줄기를 따라 잔잔하게 달맞이꽃이 피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달맞이꽃이 피었고,
어김없이 그 곁에 고개 숙인 한 사람이 있다.
이 늦은 밤에 왜 홀로 고개 숙이고 있는가.
하염없이 시들어가는 그에게 달맞이꽃이 말한다.
 “잡초라 부르며 뽑아버리는 이도 있지만, 소중하다
이름을 부르며 1년을 기다린 이도 있습니다.
보잘것없는 풀을 귀하다 아껴주는 이가 있으니, 그러면 됐습니다.
알아주는 이가 있으니, 그러면 된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알아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소중히 여겨주고 귀하다 말해주면,
그러면 된 것입니다.”
깊어가는 여름밤, “그러면 된 것입니다.”
다독이는 달맞이꽃의 울림이 고개 숙인 습기의 밤을 일으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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