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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자를 위한 단순하고 명확한 설교 준비 노트

박찬익 목사


크리스토퍼 라이트의 십자가┃크리스토퍼 라이트 지음┃박세혁 옮김┃224쪽┃13000원┃CUP


얼마 전 치과 치료를 받으러 갔다. 치과 치료 의자에 앉아 있는 공포감과 통증은 굳이 설명 안 해도 잘 아시리라. 먼저 의사는 최첨단 의료기구를 통해 정확히 문제를 짚어냈다. 그리고는 비전문가인 나도 알아듣기 쉽게 상황을 설명하고 어떤 치료가 진행될지도 친절히 알려줘 마음을 준비하게 해 줬다. 의사는 여러 가지 치료 도구를 능숙하게 사용했고, 마침내 2시간여의 치료를 무사히 마쳤다.


특별히 의사가 실력 있는 분이었고, 개인적으로도 관계가 있는 신뢰할 수 있는 분이었기에 더더욱 치료과정과 결과에 대해 안심할 수 있었다. 저자는 국내에 ‘현대인을 위한 구약윤리’(IVP) 외에도 많은 저서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구약경제윤리를 전공한 성공회 사제이다.


개인적으로 기독교윤리학을 전공하면서 접하게 된 저자는 존 스토트 만큼이나 탄탄한 성경주해와 이를 삶의 자리와 연결하는 탁월한 통찰력을 가진 분이다. 이런 이유로 ‘십자가’는 기대와 신뢰를 두고 읽을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설교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성경을 얼마나 능숙하게 다루고 있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저자는 본문이 이끄는 십자가의 의미를 연관성 있는 구약성경에서 자유자재로 인용하며 깊이 있고 입체적으로 조명해나간다.


저자의 성경해석은 “성경은 성경으로 해석한다”란 기본적인 해석원리에 충실하다. 책은 최후의 만찬, 베드로의 부인, 군인과 구경꾼들의 조소와 조롱, 십자가형의 고통과 같은 수난 사건이 오늘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설명한다. 저자는 예수의 십자가 죽음이 타락한 인간의 사악한 행동이면서 동시에 “하나님께 정하신 뜻과 미리 아신 대로” 이뤄진 구속사건이라고 한다.


십자가 사건이 “모든 악 중에서 최악의 것조차도 하나님이 모든 선 중에 최선의 것(세상의 구속)을 성취하시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신비”임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저자가 전개해 나가는 십자가 설교 중에서 눈에 띈 부분 중 하나는 “어둠에서 빛으로”란 제목의 마가복음 15장 33~39절 설교이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해석학적 상상력을 발휘한다.


십자가 사건 당시 어두움이 내린 이유 중 하나가 예수님이 당하신 공적인 수치에 대한 노출로부터 그분을 숨기기 위한 것으로 추측했다. 그로 인해 사람들의 조롱이 경외와 두려움으로 바뀌게 됐으리라는 것이다.
저자의 행간을 읽는 상상력은 최소한의 배경과 논리적 기초를 담보하기에 결코 과도하게 비약해서 오류의 길로 인도하지는 않아 보인다.


오히려 우리에게 십자가의 의미를 더 풍성하게 누리도록 안내해 준다. 이 점은 설교자의 깊이 있는 성경 연구에 기초한 묵상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준다. 그래서 요즈음 개신교 내에서 일고 있는 본문에 천착하는 것을 강조하는 본문이 이끄는 설교 운동과 함께 “묵상”에 대한 관심은 균형감각으로 가지고 주목할 일이다.
책은 저자가 런던 랭엄 올 소울스교회의 요청으로 몇 년간에 걸쳐 부활절 기간에 십자가를 주제로 한 설교 중 일부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한 설교집이 아니다. 설교원고를 실었다는 부분도 문어체에 강해 노트라고 보일 정도다. 그래서 오히려 저자가 밝히고 있듯이 성경을 더 깊이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과 설교자들을 위한 설교 준비 노트에 가깝다.


장마다 ‘개인적 논평’을 둬 본인이 설교 본분 중에 주안점을 두게 된 해석 방향, 설교의 구조, 강조점과 그 이유를 설명한다. 이런 점에서 많은 도전과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설교자들을 위해 구성했다는 점에서 독자의 주의도 요구된다.


영국교회의 상황과는 달리 한국교회의 주일 예배 설교시간은 길어야 30분 남짓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저자처럼 성경에서 캐어낸 보화를 다 담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설교 본문에 이끌려 발견한 보화를 빠짐없이 전달하려면 적절히 나누어 담는 지혜도 발휘하길 바란다.


그리고 탄탄한 주해에 기초한 설교가 영양가 높기는 하지만 내 설교를 듣게 될 청중이 알아듣기 쉽게 전해야 말씀의 영양분이 잘 흡수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하자. 치과에서 의사가 전문 용어로만 설명했다면 나는 그저 그러려니 하면서 막연한 불안과 공포 속에서 치료를 받았을 것이다.


그 치료가 내게 어떤 유익이 있는지 확신도 못 하고, 치료 후 어떻게 주의하며 사용해야 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설교를 준비하며 보화를 발견한 기쁨과 감격을 청중들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잘 알아듣기 쉽게 전하는 것 역시 설교자의 과제이자 최고의 미덕이지 않을까? 그래서 명설교는 쉬운 설교이기도 한 것이리라. 진리는 단순하며, 고수일수록 힘을 빼고 자연스러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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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다시 사셨습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나님을 찬송하리로다 그의 많으신 긍휼대로 예수 그리스도를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하게 하심으로 말미암아 우리를 거듭나게 하사 산 소망이 있게 하시며” (벧전 1:3) 2024년 부활절을 맞이하여 3500침례교회와 목회 동역자. 성도들 위에 그리스도의 부활의 생명과 기쁨과 회복의 은총이 충만하시기를 축원합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가 죄인으로 영원한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에서 예수님의 죽으심과 다시 살아나심으로 영원한 생명으로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이 부활의 기쁨과 감격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입니다. 이 땅의 창조주이신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에 직접 주관하시고 인도하시며 이제는 구원의 완성으로 진정한 하나님 나라의 백성을 몸소 가르치시고 보여주시기 위해 그의 아들을 보내주신 사실을 믿고 기억해야 합니다. 그 분은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셨고 가르치셨으며 가난한 자, 병든 자, 소외된 자, 고난 받는 자를 치유하시고 회복시키셨습니다. 그 회복을 통해 우리는 이 땅에 믿음의 공동체를 세웠습니다. 그 공동체의 핵심은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과 부활의 놀라운 소식입니다. 이 소식이 복음의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