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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판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서서’

발로 쓴 프랑스, 칼뱅 개혁주의 종교개혁┃조재석 지음┃424쪽┃20000원┃에디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부분의 하늘길이 막혔다. 매년 여름, 한국교회는 단기선교 혹은 성지순례를 떠났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쉬운 마음만 달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상에 빛을본 조재석 전 성결신문 편집국장의 발로 쓴 프랑스, 칼뱅 개혁주의 종교개혁은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서울신학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했으며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에서 발행하는 한국성결신문편집국장을 역임했다. 성락성결교회(지형은 목사) 소속 목사인 그는 2017년부터 독일 함부르크 인근 사회 복지시설에서 장애인과 함께 살며 그들을 섬기고 있다.

 

이번 책은 2018년에 출간한 발로 쓴 루터의 종교개혁’(도서출판 창과현)의 후속작으로 프랑스의 종교개혁과 칼뱅, 개혁주의 종교개혁자들이 활동한 현장을 방문하며 느낀 감동과 성찰을 담아냈다. 단순한 순례 여정이나 감상, 피상적인 내용이 아닌 종교개혁의 역사와 그 내용을 종합적으로 연구, 성찰하며 기자와 함께 현장을 발로 뛰는 생동감과 감동으로 녹여 내고 있다.

 

우리는 보통 종교개혁의 시작을 마르틴 루터가 15171031일 비텐베르크 대학의 교회당 정문에 95개조 반박문 게재한 사건으로 본다. 물론 해당 사건이 본격적인 종교개혁의 서막을 알린 계기가 되긴 했지만, 저자는 발도 파, (Meaux) 그룹 등 루터 이전에 활동했던 여러 운동들을 조명하며 그들의 헌신과 고난으로 인해 종교개혁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음을 알 수 있도록 인도한다.

 

 

책은 프랑스 리옹에서 설교자의 삶을 시작한 발데스(Waldes)를 시작으로, 종교개혁 시기 개혁을 시작한 취리히의 츠빙글리(Zwinglie), 독일 남부에 속했지만 지금은 프랑스 땅이 된 알자스 지방의 스트라스부르와 그 중심인물인 마르틴 부처(Martin Bucer), 개혁주의의 토대를 형성한 장 칼뱅(Jean Calvin)을 고향 누아용과 그의 활동 무대인 제네바를 통해 다루고 있다. 또 자신들의 신앙적 꿈을 프랑스 남부와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산악 지대에서 가꾼 발도 파와 프랑스 땅에 실현코자 했던 위그노 활동을 그들의 활동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역추적한다.

 

저자는 프랑스와 칼뱅, 개혁주의 종교개혁의 역사를 개혁자들이 활동한 현장을 방문해 느끼고 경험한 내용과 함께 생생하게 서술한다. 여행기처럼 단순한 순례 여정이나 감상, 피상적 느낌만을 기록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종교개혁 역사를 연구, 성찰하고 당시의 역사를 글 속에 녹여 냈다. 저자의 순례 여정은 20171월 리옹과 제네바 방문을 시작으로 20~30여회 프랑스 동서남북에 위치한 여러 도시를 찾아 진행됐다.

 

저자는 짧게는 23, 길게는 89일에 이르는 기간 동안 등에 작은 배낭을 맨 순례자로서 각 역사의 현장을 찾았다. 때로는 인적이 없는 새벽의 도심을 홀로 떠돌기도 했고, 추운 겨울 기차역 대합실에서 다음 장소로 가기 위해 오랜 시간 추위에 떨기도 했다. 어떤 때는 4~5일을 심야버스에서 잠을 청하며 순례하기도 했으며, 2020년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에는 마스크를 쓴 채로 여정은 계속했다.

 

순례 이후 저자는 며칠 밤을 책상에 앉아 여정에서 정리한 내용과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글을 쓰고 부족한 내용이 생기면 다시 자료 찾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죽음 앞에서도 신앙을 지킨 이들의 이야기를 정리하며 눈물을 삼키기도 했고, 감동이 몰려올 때는 글쓰기를 멈추고 홀로 방안을 서성이며 가슴을 진정시키기도 했다고 책을 통해 고백했다. 그렇게 4년의 시간이 흐른 후 프랑스와 칼뱅, 개혁주의 종교개혁을 담은 이 책은 완성됐고, 순례여정에서 찍은 300여장의 현장 사진과 함께 독자들의 손에 전해지게 된 것이다.

 

저자는 프랑스 개혁교회가 당했던 핍박과 순교의 역사를 이야기하며 한국교회의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일제 압제 시대와 군사 독재 시절 기독교 주류는 친정부, 친권력 입장에서 섰고 박해받은 이들은 저항하는 소수 그리스 도인들이었다. 주류 교회에 대한 탄압이 있었다면 한국전쟁 전후 공산주의 세력에 의한 탄압이 전부라며 한국교회는 부흥이 가져온 거만과 방종으로 인해 한 세대가 지나면 큰 역풍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경고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신교에게도 핍박을 받았던 침례교의 역사 때문에 종교개혁을 다룬 이 책이 우리 교단 공동체 입장에서는 그리 달갑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침례교의 시작을 침례 요한에서 찾는 이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렇게까지 종교개혁을 외면해야 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침례교는 일반적인 통설로는 유럽의 재침례파(Anabaptist)와 이들 가운데 네덜란드에서 활동했던 메노나이트파(Mennonite), 그리고 17세기 영국의 회중교회에서 분파된 청교도들로부터 유래됐다고 알려져 있다. 침례교회란 이름이 정식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1644년쯤 영국침례교회의 발현에서부터이다.

 

때문에 종교개혁이 침례교와 무관하거나 외면받아야 할 역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 또한 이러한 역사를 발굴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향한 이정표를 세웠으면 좋겠다.

범영수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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