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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염병이 주는 신학적 의미-3

기획연재 코로나 팬데믹 시대의 목회·신학의 조명-9

코로나19의 상황에서 교회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 교회가 역사적으로 급성전염병을 어떻게 해석하고 대처해 왔는지 살펴보는 것은 해답을 찾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종교개혁자들의 전염병에 대한 해석과 대처

종교개혁자들은 급성전염병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고 다양한 각도로 해석했다.

 

울리히 츠빙글리

스위스 종교개혁자 츠빙글리의 활동 무대였던 취리히는 1519년부터 1520년 2월까지 창궐한 흑사병으로 인구 7000명 중 25%가 죽음을 당했다. 츠빙글리 역시 흑사병에 감염되어 죽을 고비를 넘기고 극적으로 회복됐다.

 

츠빙글리는 죽음 앞에서 인간의 무능과 하나님의 절대 주권을 깊이 깨닫게 되면서부터 인간의 이성과 자유의지를 긍정하는 인문주의자에서 개혁주의 신학자로 변하게 됐다.

 

그는 흑사병에서 회복된 후 하나님께 감사의 찬양 시인 역병가를 썼는데, 역병 가는 ‘토기장이와 토기’의 비유를 들어 하나님의 주권과 섭리를 강조하였다. 흑사병은 츠빙글리가 개혁주의 신학자가 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하인리히 불링거

불링거가 츠빙글리의 후임 목사로 목회하던 때 취리히에서는 흑사병이 1564~65년에 발병해 시 인구의 3분의 1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불링거의 아내와 3명의 딸과 사위, 그리고 손자도 흑사병으로 사망했다.

 

불링거는 1535년 10월 ‘자들의 보고서’를 출판해 두 가지 관점에서 역병을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 신자는 하나님이 허락한 질병과 죽음은 저주가 아니라,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가는 길임을 믿고 낙심하지 말아야 한다. 2) 의사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의료적 치료를 거부하는 것은 하나님을 시험하는 죄를 짓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불링거는 천국 신앙을 굳건히 하면서, 동시에 의사의 치료를 받을 것을 권고했다.

 

마틴 루터

루터가 목회하던 비텐베르크시에 1527년 7월 흑사병이 찾아왔다. 사람들은 인근 도시로 피난을 갔으나, 루터는 흑사병 환자들을 집으로 데리고 와서 돌봐줬다.

 

루터는 슈팔라틴에게 다음의 편지를 보냈다: “비텐베르크에서 지금까지 18명의 장례를 치렀는데, 오늘은 이곳 시장 데네의 아내의 장례를 치러야 했습니다.

 

그녀는 어제 거의 내 품에서 임종했습니다.” 루터는 6남매의 자녀가 있었으나 흑사병으로 고아가 된 6명의 아이들을 입양하기도 했다.

 

루터는 흑사병이 번졌을 때 목회자의 처신에 대해 두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첫째 목회자는 죽음의 위기에서도 주님의 명령을 지켜야 한다.

양들을 버리고 본인이 살려고 도피하는 것은 선한 목자가 아니고 삯꾼의 모습이다. 죽어가는 자들에게 영적 보살핌을 해줬어야 한다.

 

둘째, 이웃을 보살피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도피하는 것은 불의한 행동이 아니다. 즉 루터는 역병을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것도, 반대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맹목적인 만용도 경계한 것이다. 하나님을 향한 담대한 믿음을 유지하면서 이성적으로 행동할 것을 당부했다.

 

장 칼뱅

칼뱅은 6살 때 어머니를 흑사병으로 잃은 것부터 시작해 일생동안 역병의 영향을 받으며 살았다. 칼뱅은 역병에 대해 다음과 같은 해석과 대처를 제시했다.

 

1) 역병은 하나님의 심판과 훈련의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죄에 빠진 사람에게는 하나님의 심판이지만, 하나님의 백성에게는 훈련의 과정이다.

2) 죽음은 영원한 생명으로 옮겨가는 과정이므로 신자는 역병을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3) 역병은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일어난 일이니 아무것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오류이다. 병든 자를 치료해야 하며, 스스로 조심하여 병에 걸리지 않게 해야 한다.

4) 역병의 상황에서 교회는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야 한다.

 

칼뱅은 흑사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심방하고 치유 센터인 구빈원을 후원했다. 칼뱅을 비롯한 종교개혁자들은 역병의 시기에 하나님을 의지하며, 이성적으로 대처하고, 교회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믿었다.

 

코로나19의 상황에서 교회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 교회가 역사적으로 급성전염병을 어떻게 해석하고 대처하여 왔는지 살펴보는 것은 해답을 찾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근·현대 교회의 전염병에 대한 해석과 대처

근·현대시대에 급성전염병은 과학적, 의료적 방법으로 극복되기 시작했다. 흑사병이 세균에 의해 발병되고 쥐에서 기생하는 벼룩에 의한 확산이 밝혀졌다. 구한말 한국에 온 의료선교사들은 근·현대 교회가 역병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 잘 보여준다.

 

개신교가 한국에 들어오는 시점에 조선에서는 천연두와 콜레라가 주기적으로 유행했다. 천연두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전염시키는 여신이라 하여, ‘손님마마’, ‘역신마마’, 혹은 줄여서 ‘마마’라고 불렀다. 한국인들은 마마 귀신을 달래기 위해 ‘손님굿’을 하고, 부적을 붙이고, 절에 가서 공양을 드렸다.

 

의료선교사 알렌과 헤론에 따르면, 당시 조선인 중에서 천연두를 겪지 않는 사람은 100중 1명도 되지 않았으며, 조선인의 50% 가 그 병으로 사망했다. 의료선교사들은 천연두의 유행을 종식시키기 위해 우두 접종을 실시하고 제중원이라는 병원을 세웠다.

 

한편 콜레라가 유행하는 해는 평균 20~40만 명이 사망했다. 치료법을 몰라 공포에 떨었던 사람들은 질병을 악귀의 소행으로 보아서 굿판을 벌이고 축사(逐 邪) 행위를 했다. 콜레라를 쥐 귀신의 소행으로 보고 곳곳에 고양이 그림을 붙이 거나 고양이 시체를 부적으로 설치했다.

 

에비슨과 커틀러는 1895년에 콜레라 유행기에 “콜레라는 악귀에 의해 발생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세균이라 불려지는 아주 작은 생물에 의해 발병됩니다. … 만약 당신이 콜레라를 원치 않는다면 균을 받아들이지 않아야 합니다.”라는 공고문을 전국에 붙였다. 의료선교사들은 ‘과학적 치료’를 강조하고 위생 시설의 개선을 촉구했다.

 

의교선교사들은 전염병의 치료와 함께 기독교 신앙을 전파했다. 그들은 주사와 약은 육체의 병을 치료하지만 인간의 영혼을 치료하는 길은 따로 있는데, 그것을 알려면 가까운 교회를 찾아가 성경을 읽으라고 권면했다. 한국에 온 의료선교 사들처럼 근·현대 교회는 과학과 신앙의 영역을 구분하여, 질병은 과학의 영역에서 구원은 신앙의 영역에서 다뤘다.

 

전체 요약 및 교훈

교회사에 나타난 급성전염병에 대한 교회의 해석과 대처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초기교회는 1) 구원의 감격을 원동력 삼아 죽어가는 환자를 돌보는 등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데 중점을 뒀다. 2) 천국 소망으로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고 역병으로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일에 뛰어들었다.

 

2. 중세교회는 역병을 하나님의 징벌로 보고, 성모 마리아나 성인들을 통해 하나님의 진노를 누그러뜨려 역병을 극복하려 했다. 잘못된 신학은 잘못된 대처를 낳았다. 내적인 회개나 하나님의 뜻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이 현상을 극복하는데 관심을 쏟았고, 성직자 다수는 역병의 상황을 이용해 수입과 지위를 올리는 등 신앙과 동떨어진 처신을 했다. 그 결과 백성들은 성직자를 불신하고 교회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3. 종교개혁자들은 다양하게 반응했으나, 칼뱅의 생각이 종교개혁자들의 다양한 주장들을 포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1) 역병은 하나님의 심판과 훈련의 두 가지 측면이 있다. 2) 신자는 영원한 생명이 보장되어 있으므로 역병을 지나치게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3) 운명론적 해석 즉역병은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일어난 일이니 아무것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오류이다. 병든 자를 치료해야 하며, 스스로 조심해 병에 걸리지 않게 해야 한다. 4) 목회자와 교회는 목회적,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4. 현대 교회는 과학과 신앙의 영역을 구분하여, 질병은 주로 과학의 영역에서 구원은 신앙의 영역에서 다뤘다.

교회의 급성전염병에 대한 해석과 대처의 역사를 통해 다음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믿음의 중요성을 확고히 인식해야 한다. 교회는 역병을 믿음으로 이겨낸 역사를 가지고 있다. 물론 질병은 과학적, 의학적 시각으로 해석하고 대처해야 하지만, 그것이 믿음의 중요성을 약화시키는 쪽으로 발전하면 안 된다. 역병의 기간에 신앙을 잃으면, 역병이 극복되고 난이후 교회는 연약한 상태가 될 것이다.

 

교회는 믿음으로 존재하며 교회의 흥망성쇠는 믿음에 달려있다. 믿음은 교회의 생명이며 대체불가한 것이다. 살아계신 하나님은 코로나19의 상황에서도 여전히 역사하시고 교회를 지키신다는 믿음을 굳건하게 가져야 한다.

 

둘째, 목회자는 목양에 더 열심을 내야 한다. 예배당에 모일 수 없으면, 전화나 가정예배를 위한 설교 제공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성도들과 접촉하고, 어려움에 처한 교인들을 즉각 도와야 한다. 그리고 모일 수 없는 상황에서의 모든 사역은 임시적인 조치이며 교회는 모여야 된다는 것을 성도들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교회는 본질상 모임이며 모이지 않는 교회는 생명력을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셋째, 교회는 사회적 책임에 대해 평소보다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세상을 정복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특히 역병과 같은 위기의 시기에 희생적인 봉사와 사랑의 실천은 사람들로 하여금 교회에 마음의 문을 열게 했다. 코로나19의 상황에서 교회는 국가의 방역에 협력해야 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 실천해야 한다.

<끝>

 

김용국 교수

한국침신대 신학과(교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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