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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나그네의 노래:슈베르트 방랑자 판타지

최현숙 교수의 문화 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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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길게 갈 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계속되는 팬데믹 상황이 이제는 단순하게 힘들고 어려운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나라와 인종을 막론하고 일상과 문화를 통째로 바꾸고 있다. 언제쯤 종식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지만 이조차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상태로 내일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 앞에서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삶의 이유와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일어날는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하루하루를 살면서 우리는 인간의 한계와 삶의 덧없음을 절실하게 깨닫는다.

 

보이지도 않고 제대로 실체를 만져 볼 수도 없는 바이러스로 인해 삶은 제한되고 일상은 통제되는 것이 인간의 유한성과 한계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무엇을 위해 그토록 치열하게 탐하고 욕망하고 살았던가 한 번쯤은 되짚어 봐야 한다.

 

무엇을 움켜쥐기 위해 그처럼 염치도 의리도 다 저버리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은지 우리의 내면을 들여야 봐야 한다. 팬데믹 상황은 우리들의 자성과 정화를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삶에서의 많이 가지고 누리는 것은 편리하고 편안하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영원하지도, 이 땅을 떠나면서 가지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의 삶은 나그네의 여정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영원하지도, 완전하지도 않은 이 땅에서의 여정이 방랑하는 나그네의 쓸쓸함의 연속임을 안다면 좀 더사람다운 따스한 시선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이 갖는 기본적인 외로움과 나그네의 황량함을 깊이 느끼고 그것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작곡가 있다.

 

바로 가곡의 왕으로 잘 알려진 프란츠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 1797~1828)다. 슈베르트는 600여 곡이 넘는 가곡을 작곡해 독일 가곡을 정립했고 그 가곡들을 통해 시와 음악의 아름다움을 후세에 선물로 남긴 작곡가이다.

 

그의 주옥같은 작품 중에서 “방랑자”라는 가곡이 있는데 슈베르트는 단순한 가곡으로 그치지 않고 그 선율을 그대로 피아노 작품으로 확대해 “방랑자 환타지”라는 전대미문의 대곡을 남겼다. 솔로 피아노 음악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장엄하고 웅장한 대곡으로 손꼽히는 “방랑자 환타지”의 2악장에서 슈베르트는 자신의 가곡, 방랑자를 그대로 옮겨 그것을 기초로 아름답고도 가슴 울리는 변주곡으로 만들었다.

 

슈베르트의 가곡 방랑자는 겨울에 더 잘 어울리는 음악으로 삶의 유한성과 덧없음을 아름답게 노래한다. 이 노래의 가사는 동시 대를 살았던 류베크라는 시인의 작품으로 영원한 그 나라를 갈망하는 조용하지만 처절한 외침이다.

 

시인은 그 희망의 나라를 찾고 있지만 우리는 안다. 우리들이 가야 하는 그 나라가 어디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이고 기쁨인 그 나라를 분명히 알기에 그곳을 향한 이곳에서의 방랑자의 여정이라 하더라도 기꺼이, 최선을 다해 살아낼 수 있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깊은 실망 속에서도 소망이 있는 것은 그 나라의 존재를 믿고 갈망하기 때문이다. 2022년을 시작하며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피아노 음악, “방랑자 판타지”를 들으며 그 나라를 향한 간절한 소망의 기도를 세워본다.

최현숙 교수

한국침신대 융합응용실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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