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기 목사
새누리2교회 협동목사
대전MBC 신우회 지도목사
교회 이외의 다양한 곳에서의 예배
한국교회는 예배에 대해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배당 이외의 가정, 병원, 사업체 등 다양한 곳에서 이른바 ‘심방’을 통해서도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순종’의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뿐인가요? 가정예배와 매일매일의 삶 속에서 말씀을 묵상하는 QT를 통해서도 ‘하 나님의 부르심에 반응’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의 예배로 볼 수 있을 겁니다. 이처럼 한국교회는 이렇게 각자의 다양한 환경 속에서도 모이기를 힘쓰며 부흥을 경험해 왔습니다.
모이기를 힘쓰는 한국교회의 원동력
한국교회 부흥의 원동력을 다양한 측면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 그중에서 하나를 찾으라면 저는 “모이는 것”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의를 위해 자료를 조사하다 재미있는 기록을 발견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초기 한국교회는 청일 전쟁 이전 1000명이던 교인이 4000명, 러일전쟁 이후 3만5000명에서 5만5000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이것을 통해 절망 속에서 조선인들이 희망의 도피처로 선택한 것이 바로 교회였음을 알게 됐습니다.
당시 일제는 교회를 외국인의 소유로 인정하여 치외법권의 영역으로 인식했습니다.
그래서 이때부터 교회는 입구에 성조 기와 십자가를 걸게 됐습니다. 백성들은 불안함을 달래기 위해 교회로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한국교회는 백성들의 유입이 증가한 이후 평양 대각성 운동을 통해 신앙의 부흥까지 경험하게 됩니다.
디지털 혁명과 코로나19가 가져온 대학의 변화
코로나19가 대한민국을 휩쓸기 시작한 2020학년도 1학기는 2주 늦게 시작하고 개강 후 2주 동안 임시로 비대면 강의로 진행했습니다.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은 교수들뿐 아니라 학생들에게 큰 당혹감을 줬습니다. 초기 비대면 온라인 강의 자료는 자료 화면에 교수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어도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남은 학기 전체를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며 교수들은 나름대로 동영상 강의 제작의 노하우를 익히게 됐습니다. 학생들 역시 동영상 강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강의 영상의 질은 날로 높아져 갔습니다.
이런 대학교육의 변화는 디지털 혁명으로 인해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요?
디지털 혁명으로 생긴 망각의 은사
저는 디지털 마니아입니다. 2000년대 초반에 PDA를 사용하며 연락처와 일정, 그리고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을 활용했으니 얼리어댑터인 셈입니다. 예전에는 지인들의 연락처는 어느 정도 외우고 다녔습니다. 또한 한 권의 지도에 의지해 다른 지역에 운전을 하며 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PDA가 생긴 이후 연락처는 제 기억 속에 있지 않고 PDA의 메모리 안에 넣어두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는 한글과 헬라어 성서까지도 저장해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내비게이션도 흔하지 않을 때라 주변에서 무척 신기한 눈으로 봤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PDA 배터리가 없어 꺼지게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지인의 연락처도, 가야 할 길도 잘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새롭게 등장한 “디지털 인지장애”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디지털과 AI시대에 머리와 마음 속에 말씀을 담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과 저장매체에 마구 저장하고 필요할 때만 꺼내보는 디지털 인지장애를 겪고 있지는 않을까요?
언택트(Untact) 시대의 나비효과
뉴-밀레니엄이 시작되고도 20여 년이 지났지만 그때의 디지털 혁명은 오늘 대한민국 교회에 나비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시대에 한국교회는 제한된 대면 예배와 함께 비대면 온라인 예배로도 모이기를 힘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예전에 전교인이 함께 촬영한 야외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얼마나 낯설고 그리웠는지 모르겠습니다. 현재 우리는 언택트 시대의 온라인 예배로 우리의 신앙을 버텨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소중한 예배는 0과 1로 변환되어 인터넷의 저장된 영상으로 남아 언제든 편하게 다시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말씀으로 인해 뜨거웠던 예배의 감격은 함께 모여 찬양하고 뜨겁게 기도하며 말씀을 듣던 모습은 기억 저편의 추억이 됐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소망대로 코로나19가 끝난 다고 하더라도 이미 익숙해 버린 비대면 온라인 예배는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비대면 예배” 에 익숙한 우리의 습관을 바꿔 “그리운 대면 예배”의 감격을 회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처럼 같이 모이는 일을 폐지하지 말고 서로 격려해서 자주 모입시다. 더구나 그 날이 가까이 오는 것을 아는 이상 더욱 열심히 모이도록 합시다.”(히브리서 10장 25절, 공동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