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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위기 우크라이나를 탈출하다

 

안녕하세요. 저는 FMB 소속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사역하고 있는 한재성 선교사입니다. 지난 2004년도 카자흐스탄에서의 순교사건(김진희 선교사)으로 인해, 다시 카자흐로 돌아가지 못하고 주님의 인도하심으로 2006년도에 동유럽 땅 끝나라 우크라이나로 들어와 사역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한 몸을 이루었던 구소련 70년의 시간을 1991년에 종식함으로 독립국으로 출범한 지 이제 31년째가 됐습 니다. 그러나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야욕은 옛소련 땅이었던 주변국들에게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었음은 지난 2014년도에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병합하는 사건을 시점으로 동부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2개 주를 자국으로 편입시키려는 시도를 진행해 왔습니다.

 

이에 우크라이나 정부는 자국의 힘으로는 러시아의 침략을 막아낼 수 없다는 판단에 속히 EU와 NATO 가입을 서둘러 진행했습니다. 러시아는 우 크라이나의 친 유럽화 행보를 두고만 볼 수 없었 기에 이번 대대적인 군사훈련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전쟁의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형국에 이르렀습니다.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해 오면서 우크라이나의 모든 선교사들은 2주간 온라인 특별 새벽구국기도회를 진행했습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지금은 13만명의 러시아 군대와 병력이 동부는 물론, 북쪽에 위치한 벨라루시까지 포위해 전면전의 양상까지 보이며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까지 전쟁의 위기로 몰아갔습니다.

 

선교사와 유학생, 그리고 사업가들을 포함하여 800여명의 교민이 살고 있었던 평화롭고 아름다운 땅 우크라이나는 한순간에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갔습니다. 우리 침례교단 소속으로는 6가정이 현재 사역 중이며, 한인선교사 50가정과 6명의 싱글 선교사가 복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선교사로서 전쟁의 위기 속에서도 모두 우크 라이나를 떠나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버티고 떠나지 않겠다는 결의에 찬 다짐을 했지만 대한민국 정부에서 여행경보 4단계, 즉 여권법을 발효하면서(1년 이하의 징역, 혹은 1000만원의 벌금형) 눈물을 머금고 부르신 그 땅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내의 미 대사관 직원들의 철수와 함께 자국민들까지 모두 48시간 이내에 출국하라는 강력한 권고와 더불어, 2월 16일에 러시아의 침공 설로 인해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항공편과 육로를 통한 피난길에 올라섰습니다.

 

저 역시 주일예배를 마치고 남은 여덟 명의 자녀와 함께 육로를 통해 출국을 결정했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불가리아 동료 선교사가 직접큰 자동차를 몰고 우크라이나 키예프까지 밤샘 운전을 해서 주일 새벽에 도착했습니다.

 

갑자기 항공권의 취소로 난감한 선교사님과 양딸로 입양한 까짜와 아내와 자녀들 모두를 실은 2대의 자동차로 남쪽 육로를 택해 국경을 향해 떠났습니다. 떠나오는 내내 아내와 저의 마음은 너무나 아팠고 흐르는 눈물을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선교사로 이 땅에 와서 이 민족을 위해 목숨이라도 아낌없이 내놓겠노라는 그 결심 앞에 지금의 피난길이 부끄럽기까지 했습니다.

 

남겨진 우리 성도들과 사역자, 그리고 집과 애정을 갖고 키우던 강아지까지 놓고는 30분만에 서둘러 간단한 짐만 쌓아 피난길에 올랐습니다.

다시 곧 돌아올 것이라고 당부하고, 현지사역자 발로자와의 마지막 포옹도 가슴이 아리도록 아팠습니다. 우리가 살던 집도 태권도 제자에게 열쇠를 맡기고 곧 돌아오겠다고 말하고 떠나는 제 모습이 싫었습니다.

 

최종 목적지는 불가리아 소피아였기에 일단 루마니아 국경까지 안전하게 가야 했습니다. 그런데 약 200㎞ 즈음 남쪽으로 내려오던 상황에서 갑자기 10년 동안 잘 타던 승합차가 핸들이 잠기며 배터리에 빨간 경고불이 들어옵니다. 어쩔 수 없이 급하게 찾은 정비공장에서 부품을 조달해 3시간을 넘게 기다린 끝에 수리를 마치고 다시 남쪽으로 달려 내려갔습니다.

 

자정 12시가 넘으니 갓난아기까지 있는 우리 가족 형편상 국경도시인 체르닙찌에서 급하게 숙소를 찾아 하룻밤을 머물렀습니다. 아침에 다시 채비를 하고 루마니아 국경에 다다랐습니다. 생각 외로 국경은 아직 한산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무사히 우크라이나 국경을 통과해 루마니아 땅으로 진입했습니다.

 

 

또 한시간 가량 남쪽으로 이동 중에 다시 제 승합차에 비행기 엔진소리처럼 굉음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아, 이건 또 뭐지? 하고 다시 주변 정비소를 찾아갔습니다. 이번엔 트랜스미션의 문제가 발생한 겁니다. 하긴 벌써 40만 ㎞를 선교사와 함께 달렸던 고령의 자동차라, 여기까지 달려준 것만 해도 고맙고 감사한 차량입니다.

 

정비소에서는 부품을 구해야 하기에 하루에서 이틀을 기다려야 정비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함께 오던 동료 선교사의 자동차에 모두 옮겨타고는 불가리아로 이동하게 하고 나만 루마니아에 남아 자동차가 수리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루를 기다렸는데, 또 다시 부품이 없어 하루를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지금은 이렇게 루마니아 로마라고 하는 작은 도시에 발목을 잡혀 있습니다.

 

“기도하옵기는 하나님께서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막아주시기를 비옵니다. 땅을 흔드심은 하나님의 역사가 시작됐음을 알려줍니다. 전쟁은 하나님께 속했나니,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를 기대하게 됩니다.”

 

선교사로서 나름 산전수전 다 겪어보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의 IMF 당시 선교비 지원없이 살아남음도, 사랑하는 제자의 배신과 집단구타 당함과, 교회개척을 이유로 추방당함과 사랑하는 배우자의 순교사건과 화재로 집이 전소된 사건, 열악한 환경의 현지 병원에서도 6명의 아이들을 출산했던 경험 등 모두 감사와 은혜로 넘어갔는데, 이제는 전쟁의 위기 앞에서 선교지를 임시로 철수해야 하는 경험을 하게 됐습니다.

 

 

또 놀라운 역사가 우크라이나 땅에 준비되고 있음을 믿습니다. 여러분, 함께 기도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오직 주님이 주시는 평강이 우크라이나 백성들과 복음을 전하는 모든 주의 종들에게 함께 하시길 기도드립니다.

한재성 선교사님 후원계좌 KEB하나 : 181-040115-7834

예금주 : 한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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