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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예배를 시작하다

우리의 예배, 메타버스로 구현되다-2
이병문 선교사
침례교 해외선교회(FMB)
세계선교훈련원(WMTC) 부원장

앞선 글에 메타버스는 가상현실(VR) 기술을 바탕으로 열리고 있는 새로운 세상을 말한다고 했다. 하지만 메타버스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아직 낯설다. 메타버스를 접해 본 사람의 비율은 너무 낮아서 통계조차 없다. 짐작할 수 있는 통계는 가상현실 사용 기기인 헤드셋의 전 세계 출하량이 2021년에 1100만대(전 세계인구 78억의 0.1% 남짓)에 불과하니, 아직 메타버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다수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어른들에게 그것이 낯선 또 하나의 이유는 지금 메타버스의 사용 연령층이 매우 낮아서 남의 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또한 그럴 듯한 콘텐츠를 만들려면 상당한 기술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아직은 기업 차원에 머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부 메타버스 플랫폼(예를 들어 게더타운, 제페토, 로복스 등)에는 개인적으로 아이템을 제작해 월 1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크리에이터도 있다고 한다. 더욱이 코로나로 인해 대면 접촉이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메타버스는 더 뜨거운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됐다.

 


올해 일부 대학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입학식이 불가능하자, 메타버스로 입학식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도 메타버스를 통해 제공함으로 가상현실에서 먼저 학교를 경험하게 했다고 한다. 지난 2021년 한국침신대에서도 코로나19로 선교축제를 열지 못하게 되자 ‘게더타운(gather town)’이라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해 인터넷 상에서 선교축제를 가진 적이 있다. 


이미 활용되고 있는 메타버스 사례로는 ‘제페토(ZEPETO)’라는 플랫폼이 있는데, 여기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아바타를 만들어 그 공간에 들어와서 다른 사람(아바타)과 대화도 하고 취미를 공유하고, 물건을 팔기도 한다. 예를 들어, 그 안에는 구찌(Gucci) 스토어가 있는데, 그 스토어에 가면 구찌 상품을 구입해 자신의 아바타에 착용하게 할 수 있다. 단지 만원 정도만 지출하면 온 몸에 구찌 상품을 휘감을 수 있기 때문에 실생활에서 명품을 구입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들의 욕구를 대리만족할 수 있다고 한다.

 


그보다 더 많이 발전된 플랫폼이 디센트랜드(Descentaland)이다. 그곳에는 하나의 도시를 구축해 놓고, 실제로 땅(가상공간)를 판매했다. ‘실제 존재하지도 않는 가상공간을 어떻게 판매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디센트랜드 안의 땅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비싼 값으로 매매되고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 공간을 이용해 전시관이나 매장을 세워서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이 그 땅을 사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놓을 수도 있지만,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사서 가상공간 안의 갤럭시 전시장을 만들 수도 있다. 실제 명동에 전시장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싼 가격에 많은 젊은이를 모을 수 있기 때문에 미래지향적으로 투자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메타버스는 공연, 전시, 스토아로 발전하고 있으며, 입학식이나 세미나로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메타버스가 가상공간에서 교류하는 장소를 만들어놓았다면 당연히 ‘예배도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질문을 가지게 된다. 예배는 하나님을 만나고, 사람들과 교제하는 장(場)이기 때문에 그것이 현실세계에서 가능하다면 가상공간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어차피 하나님은 무소부재(無所不在)하시기 때문에 현실공간에서도 물리적인 만남은 불가능하다. VR의 기술이 사람과의 교제를 가능하게 한다면 현실세계 못지않은 예배가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의문을 가진 젊은이들을 통해 메타버스 예배가 현실화됐다.

 


이런 메타버스 예배가 2020년 대전에 있는 장년 150명 정도 모이는 ‘마중물침례교회’에서 시도됐다. 너무 큰 교회와 대단한 전문가 그룹이었다면 시작하지도 못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마중물교회 메타버스 예배’는 고3 학생 안형제로부터 시작됐다. 그의 아빠는 안형제가 고3인데도 공부하지 않고 컴퓨터에 빠져 있다고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형제는 아무도 해보지 못한 메타버스 예배를 시도한 것이다. 마중물교회는 오전 9시(1부)와 10시 30분(2부)에 두 번의 예배를 드리고 있었고 코로나19로 인해 2부 예배를 유튜브로 실황중계하고 있었다. 따라서 2부 예배의 시간에 그 영상을 사용해 메타버스 예배를 시작하기로 했다. ‘마중물교회 메타버스 예배’가 시작된 지 몇 주 후에 나는 안형제와 함께 예배를 참석했다. 그날은 내게 또 하나의 세상이 열린 날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