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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옷을 입자

순례자의 묵상 - 4
김형윤 목사
FMB 순회선교사

우리나라에는 각종 기념일들이 많이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매달 14일마다 지키는 비공식적인 기념일들이 있습니다. 매달 14일에 ‘ㅇㅇ데이’를 붙여서 기념하고 있는데, 1월은 ‘다이어리데이’, 2월은 ‘밸런타인데이’, 3월은 ‘화이트데이’, 4월은 ‘블랙데이’, 5월은 ‘로즈데이’, 6월은 키스데이’, 7월은 ‘실버데이’ 등 수식어도 매우 다양하기 이를데 없을 정도이며, 다분히 상업적인 냄새가 나긴 하지만 어찌 되었든지 요즘 젊은이들은 이런 날들을 기억하고 일종의 문화현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지요. 우리에겐 기독교 정신이나 가르침과는 동떨어진 허황된 개념으로만 비쳐지지만, 비신자들은 그런 날들에 의미를 붙여서 즐기고 서로 소통한다는 것이지요. 여기에 우리의 과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분히 반기독교적 혹은 비상식적이라고 해서 무시하거나 배척만 하면 오히려 우리가 따돌림을 당하기 일쑤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기독교 국가도 아닌데다 기독교적인 전통과 가치관에 입각한 어떤 기념일이나 다 같이 즐길 만한 축제일 같은 것도 없으므로 비신자들을 마냥 나무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들에게 대안을 주지 못하면서 무조건 잘못이라고 지적만 할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우리나라에 개신교가 들어온지 어언 140년을 바라보고 있으며, 가톨릭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거의 300~400년은 족히 되었으니 나름대로 기독교문화가 뿌리를 내렸을 법도 한데 아직 이렇다 할 만큼의 기독교 문화 현상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음은 우리의 한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는 우리가 자성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요?


세계 굴지의 대형교회들을 수두룩하게 보유하고 있고 기독교 인구도 많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문화라고 내세울 만한 것을 찾아보기 어려운 게 솔직한 현실입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동안 한국 기독교가 외형적인 성장에만 집착하고, 양적인 부흥에만 몰두할 뿐 진정으로 세상에 영향을 미칠 만한 문화적 역량을 키워내지 못한 결과라고 봅니다.


종교와 문화는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불가분리적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종교가 정신이라면, 문화는 육체”라는 말이 있듯이, 문화를 통해서 종교를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문화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어떤 종교든지 자신의 신앙을 표현하고 담아내는 문화적 접근이야말로 매우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20세기의 저명한 신학자 중 한분인 ‘폴 틸리히’는 그의 저서 ‘문화의 신학’에서 종교와 문화의 관계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궁극적 관심으로서의 종교는 문화의 의미를 제공하는 실체이고, 문화는 종교의 기본적 관심이 자신을 표현하는 형식들의 총체이다. 간략히 말해 종교는 문화의 실체이고, 문화는 종교의형식이다” 갈수록 복음 전도가 어려워지고 거꾸로 공격을 당하는 시대적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접근하고 표현할 수 있는 ‘문화선교적 전략’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시대가 됐습니다. 우리가 옷을 입고 있듯이, 종교는 문화의 옷을 입을 때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독교 신학자들과 영적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이들은 기독교문화에 대해서 심도있는 고민과 연구를 하고 대안을 제시할 것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신학이 그 시대에 필요적절한 방식으로 신앙이라는 본질을 이해하고 해석하고 전해주듯이, 문화라는 창구를 통해서 신앙과 진리를 담아내고 영적인 필요를 채워주는 일을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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