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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목사의 서재
박군오 목사
유튜브 ‘목사의 서재’ 운영자
벨국제아카데미 교목

┃김지수 지음┃320쪽┃16500원 ┃열림원

 

저자는 프롤로그부터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프롤로그가 ‘스승이 필요한 당신에게’ 저자는 프롤로그부터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프롤로그가 ‘스승이 필요한 당신에게’ 다. 책장이 좀처럼 넘겨지지 않았다. 잠시 동안 나는 삶의 스승들을 떠올려 보게 되었고, 이내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미소의 의미는 여러 감정의 복합체 일거다. 


이 책은 선한 영향력을 우리에게 남겨주신 고 이어령 교수와의 16번의 만남을 인터뷰 형식의 이야기로 담아 놓았다. 젊은이와 중년을 넘어 노년에 이른 사람들에게 아버지의 유언처럼 단단한 문장들로 가득한 내용들은 분주한 우리의 인생에서 우선으로 추구해야 할 것들을 명확하게 말해주고 있다. 시한부 선고로 죽음을 앞두고 있었던 그가 우리에게 하고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죽음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는 것이 교수님의 핵심 메시지였다. 시한부 생명을 받은 그가 느꼈던 부정, 분노와 타협, 우울과 수용을 넘어 하나님과의 더 깊은 만남을 통해 마음(마인드)을 비워 몸뚱이에 영혼을 채울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우리는 열심과 열정으로 마음을 가득 채우려고만 해서 영혼이 들어 올 공간이 없는 듯하다. 육체는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우리는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아가고 있다.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너무 익숙해져서 정말 중요한 것들에 우리의 시간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죽음 후에도 남는 것은 무엇일까?


“내 육체가 사라져도 내 말과 생각이 남아 있다면 나는 그만큼 더 오래 사는 셈이지 않겠나.” 


이 문장을 읽을 때 전율이 흘렀다. 군 복무 시절 아버지의 임종과 장례를 직접 치렀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빈자리는 가족들에게 큰 슬픔을 줬지만, 돌아가신 아버지는 가정예배 때마다 가족들을 위로(?)하신다. 아버지가 좋아하셨던 찬송가 28장을 가정예배 때 부르면서 아버지가 평소에 말씀하셨던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이다. 


한 번도 할아버지를 보지 못한 우리 집 손자들에게도 할아버지는 찬송가 28장으로 죽음이 아니라 생명으로 생생하게 살아계신다.


죽음과 늘 함께 하는 운명론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AI와 빅 데이터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결정해주고 선택해주는 사회가 되어가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교수님은 계속 말해주고 있다. 그리스에서 말하는 운명론이란, 있는 힘껏 노력하고 지혜를 끌어모아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아무리 뛰어나다 할지라고 죽을힘을 다해 노력해도 어찌할 수 없는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과 그것을 인정하고 겸허해지는 것이 우리가 걸어야 할 성숙의 길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교수님에게 마지막 한 질문 “당신의 삶과 죽음을 우리가 어떻게 기억하면 좋겠습니까?”를 나에게 한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는데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책의 300페이지에 마음을 가볍게 하는 교수님의 해답문장이 눈에 확 들어왔다. 


“남은 내 생각만큼 나를 사랑하지 않아. 그런데도 ‘남이 어떻게 볼까?’ 그 기준으로 자기 가치를 연기하고 사니 허망한 거지.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