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대담하면서도 확고하고, 정확하면서도 위대한 창세기 1장의 첫 구절은 신앙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구절은 아닙니다. 조금 더 친절한 방식으로 쓰였다면 쉽게 느껴질 수 있었겠지만 이 구절을 읽을 때면 성경이 이것을 논리적으로 입증하거나 감성적으로 설득할 마음이 조금도 없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성경은 그저 성경으로 존재할 뿐, 우리가 요구하는 대로 맞춰 쓰이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죠. 성경은 자신이 의도하는 메시지를 먼저 던진 후에 우리가 받아들이기를 요구하는데요, 이렇게 단호한 구절을 처음 접하는 사람으로서는 난처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처음 교회에 나온 사람에게 ‘일단 먼저 믿어봐라’라고 하면 새신자 본인이나 인도한 사람 모두 당혹스럽겠죠. 창세기 첫 구절이 딱 이런 태도입니다. 

성경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두말할 것도 없이 이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사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여지를 전혀 두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창조한 것은 말 그대로 창조한 것입니다. ‘어떤 방법으로?’ ‘왜?’ ‘언제?’ ‘어디까지?’와 같은 질문을 허용하지도 않고 대답할 마음도 없습니다. 독자 입장에서는 오로지 두 가지 선택만 할 수 있습니다. 그냥 받아들이던지, 아니면 거부하는 것이죠. 사람에 따라서는 “좀 더 읽어보고 결정하겠어”라며 유보하는 태도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것 역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받아들이지 않은 사람을 설득하려는 의도로 쓰인 구절들이 이후에 나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구절을 재확인해 주려는 시도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성경을 계속 읽으려면 싫든 좋든 1장 1절을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죠. 

만일 이 구절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다면 성경 전체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반대로 이 구절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면 성경을 이해하는 것이 꽤나 어려워질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성경은 수많은 사건과 인물이 펼치는 다양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읽어 나가는 독자는 어떤 장면에서 감동하고나서 바로 다음 장면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고개를 젓는 일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런 모든 이야기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아마도 ‘모든 것이 하나님으로부터 나왔다’라는 점일 겁니다. 일단 이걸 인정하고 나면 이해되지 않던 것이 차츰 이해가 가기 시작합니다. ‘하나님이 하신 일이라면 여기에도 분명 하나님의 섭리가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게 되면 어렵던 성경이 조금씩 풀리는 경험을 할 수 있죠. 따라서 성경을 이해하는 첫걸음은 성경 속에 펼쳐지는 모든 이야기가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온 세계가 하나님의 피조물임을 선언하는 창세기 1장 1절이야말로 성경을 이해하는 만능열쇠가 아닐 수 없습니다. 

많은 분이 성경을 이해하기 위한 열쇠를 찾기 원하지만, 이 열쇠가 맨 처음 문장에서 이미 주어졌다는 사실은 쉽게 잊습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심지어 2000년 전에 태어난 사람이 나를 구원하기 위해 죽었다는 사실만큼이나 세상이 하나님으로부터 창조됐다는 이야기는 믿기 힘듭니다. 그럼에도 이것을 극복할 수만 있다면 신앙이라는 세계, 그리고 하나님의 주권과 통치라고 하는 크고 넓은 세계에 한 발을 내디딜 수 있게 됩니다. 미세먼지만큼 작은 의심도 허용하지 않는 1장 1절의 단호한 선언 안에는 세상을 창조하신 분이 하나님이라는 단순 정보를 넘어서서 조물주와 피조물 사이의 확고한 선도 엿보입니다. 인간의 세계가 아무리 발전하고 사람의 지식과 지혜가 아무리 늘어난다고 해도 조물주와의 격차는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이죠. 하나님의 권위에 절대 복종하라는 위협을 하기 위해 주어진 구절은 절대 아닙니다. 그보다는 인간이 하나님 앞에 겸손해야 하며,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을 누리는 만큼의 책임감을 가져야 함을 일깨우려는 의도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비밀을 깨닫는 것은 동시에 그 세계의 일부로서 주어지는 사람의 역할에 대해서도 책임을 가지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