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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노인이 결정하고, 희생당하는 건 젊은이다”

6월이 우리 앞에 당도했다.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다. 6월을 우리는 호국보훈의 달이라 한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6월 한 달 만큼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 헌신한 순국선열들을 기리며 여러 행사들을 갖는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초등(국민)학교에 다녔을 때만 하더라도 “우리는 한민족”이라던지 “너희가 통일의 주역”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지난해 발표된 국민 통일의식조사에서 20대와 30대의 40.9%와 35.3%가 “통일은 불가능하다”라고 응답한 결과를 놓고 본다면 과거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구호나 교육들은 그다지 효과를 못 본 것 같다. 이제 점점 민족적 동질성마저 희박해져가는 요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말이 그저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2030세대들에게도 할 말은 많다. 지금 내 앞에 닥친 수많은 일들이 삶을 조여오는데 통일이 아무리 좋다고 떠들어봐야 쇠 귀에 경 읽기 수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통일 세대는 우리가 아닌 아버지 세대에서 결정지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사람들이 점점 통일에 대해 회의적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식의 변화를 이룰 수 있는 돌파구는 교회 뿐이지 않을까 싶다. 과거 평양은 동양의 예루살렘이라 불렸고 현재 우리나라 주류 교계는 서북세력이 적지 않은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우리 교단의 경우 근원과도 같은 원산이 북한에 위치한 것이 뼈아프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쉬운 점은 정작 한국 교계가 딱히 통일을 할 마음이 없어보인다는 것이다. 복음 통일이라고 말은 하지만 한국 교계가 원하는 통일은 북한이 무너지는 길 외에는 없는 것이 현실이며, 그들을 변화시켜야 할 대상이 아닌 쳐부셔야 할 적으로 여길 뿐이다.


언젠가 청년들이 모인 집회에 함께한 적이 있다. 그날 말씀을 전한 사람은 북한에 억류돼 온갖 고초를 겪고 풀려난 인물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분이었다. 그분의 설교는 북한에 대한 적개심으로 가득 찼다. 물론 자신이 당한 것이 있으니 그럴 수 있지만 사석이면 모를까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설교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면 무슨 유익이 있을까 싶다. 통일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보다 북한을 상종 못할 부류라 여기고 적개심만 드높일 것이다. 어떤 대통령의 탄핵은 북한이 사주한 것이라는 내용과 전 정권이 북한과 무언가 있는데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 알고 있다며 의미심장하게 설교하는 것을 듣고 내가 굳이 이런 설교를 듣고 있어야 하는지 안타까움이 몰려왔다. 공산주의에 대한 경계는 필요하나 말씀선포는 내가 하고픈 말을 하는 개인 SNS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그들이 적개심을 갖고 있는 것은 북한의 군, 당, 정이지 주민들이 아니라고 말이다. 그런데 현 시점에서 과연 북한 주민들과 군, 당, 정을 분리시켜 생각할 수 있는가? 통일 사역을 하는 이들이 자극적이고 적개심 가득한 발언들로 성도들의 귀를 채운다면 그것은 그저 북한을 때려잡기 위해 전쟁을 불사해야한다고 선동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전쟁은 노인들이 결정한다. 하지만 결국 피를 보는 것은 젊은이들이다. 북쪽이나 남쪽이나, 교회나 사회나 전쟁광밖에 없는데 과연 하나님께서 복음통일을 허락하실지 의문이다. 북한도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뻔히 알텐데 북한 정권이 무너지면 통일하자고 우리에게 손을 내밀지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우리가 북한과 공산주의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듯 그들 또한 자유진영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기에 북한이 무너져서 통일이 되는 시나리오는 헛된 망상에 불과하다. 


적어도 손양원 목사 정도의 신앙 수준이 아니라면 통일이나 북한에 대해 무턱대고 다가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6월 한 달 동안 과연 교회가 통일을 위해 어떠한 역할과 입장에 서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기도하는 시간들을 갖기를 기대한다.

범영수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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