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차인표가 진행하는 “땡큐”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았다. 마침 이효리를 중심으로, 10여년 선배로 유명 가수였다가 지금은 훌륭한 셰프(요리사)가 된 이지연, 그리고 10년 쯤 후배인 원더걸스의 예은이 이런저런 속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진행자는 공개적인 연인인 이상순이라는 답이 나오길 기대하며, “음악 멘토가 누구 있느냐?”고 했더니, 이효리는 의외로 윤영배라고 했다.(나는 처음 듣는 이름이다.) 음악적으로나 인생의 여러 문제를 그와 상담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런 관계가 되었는지 묻자, 이효리와 첫 만남에서 일반인들과는 다르게 ‘와~’라든지 ‘얼굴이 활짝 펴지며 반가워요~’라든지 하는 반응이 없이 그저 그렇게 별다른 표정이 없더란다. 오히려 그래서 진실하게 가까워졌다고 한다. (사실 그는 이효리에 대해서 잘 몰랐다고 한다.)
‘목사가 무슨 이효리 이야기를 이렇게 하고 있나?’ 하겠지만, 그들 삶의 이야기가 내게는 설교로 들려오더라는 것이다. 엉뚱한 생각 같지만 ‘우리가 부러워하거나 혹은 우쭐한 마음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나를 끌어당긴다. 우리가 인기에 편승하고, 세상적인 가치 기준과 비교 경쟁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유명해지는 것에 별 관심이 없으면, 유명한 사람에 대해서도 별로 특별한 것도 없지 않을까? 돈에 매이지 않으면, 우리교회에 부자성도가 왔다고 해도 그냥 성도일 뿐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않을까? 마찬가지로 사회적으로 높은 사람이나 인기 연예인이라고 할지라도 하나님을 사랑하는 성도로서 서로서로 사랑하고 어우러지는 지체 아닌가!
물론 이것은 교회론적인 원리이고,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교회의 원래 정신대로 그렇게 하려고, 늘 예수님을 바라보며 기도하고 나아가는 것이 목회자 아닐까. 이효리에게 정말로 사람들에게서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고 묻자 ‘너 진심이 담긴 목소리가 좋아!’라는 말이라고 했다. 나는 하나님 안에서 고유한 자기의 모습 그대로 빚어져 가장 나답게 살아가는 인생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말로 이해했다.
우리교회에서는 요즘 진실한 삶에 대해서 자주 나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우리가 예수님 안에서 회복된 진실한 나의 본 모습으로 살아가자는 것이다. 쇼(show)하지 말자고 설교한다.
우리의 모든 것을 꿰뚫어보시는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가, 사람들 듣기에 좋으라고 형식적이고 세련된 언어로 포장되기 쉽고, 울며 소리 지르고 기도하지만 기도를 끝내고 돌아서기가 무섭게 금세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간다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개그일까? 예배 찬양인도자들은 그 시간만 찬양에 도취하는 것처럼 하는 것일까 삶이 찬양일까? 그래서 보여주기 식이나, 사람들에게 눈도장 찍기 식 신앙생활을 하지 말자고 한다.
며칠 전 ‘교회와 신앙’(인터넷판)에, 4년 앞당겨 조기 은퇴하고 ‘목회자학교’를 준비하는 분당 아름다운교회 김기홍 목사 기사가 실렸다.
김 목사는, 많은 목사들이 유명한 목사가 되려고 하는 마음에는 폼 잡고 잘 먹고 잘 살려고 하는 것이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전에는 ‘부하게도 마옵시고 가난하게도 마옵소서’라는 말씀 중에 ‘부하게 마옵시고’라는 성구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은 부하려는 마음이 곧 망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김 목사는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에서 16년간 교수로 재직했다.
학교에서 박사과정 수업을 받는 목사들이 “교수님은 목회 경험이 없이 가르치니 공감이 가지 않는다. 장로와 싸워본 적이 있느냐? 돈이 없어 자녀를 학교에 보내보지 못한 경험이 있느냐? 경험 없는 가르침은 공허하다”란 하는 말을 듣고, 교수직을 내려놓고 52세에 교회 개척을 했다. 스스로 고난을 자처해 많은 어려움도 겪었다고 한다.
그도 돈 많은 교인이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도 해보고 돈 많은 교인이 오면 사라질까봐 전전긍긍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목회를 피부로 느끼면서 힘 있게 말한다. “목회의 목적을 정확하게 해야 합니다. 세속적인 목회 목적은 우상숭배입니다.
복음적 설교를 하기 위해 목회자 학교를 세울 생각입니다. 목회자들이 복음이 아닌 다른 것으로 교회를 세우고, 목회를 하고, 설교를 하려고 합니다. 학벌, 유명한 교회 경력 쌓기, 돈을 의지하는 목회를 벗어나야 합니다. 오직 하나님만 의지해야 합니다.
하나님을 섬긴다고 하면서 돈을 섬깁니다. ‘예수는 나의 힘이요’ 하면서 기쁨은 교인 숫자이고 교인 수가 줄면 기쁘지 않고, 교회 헌금이 많아야 힘이 됩니다. 하지만 교인 수는 영원한 기쁨을 주지 못하고 불안을 주는 것입니다. … 여생을 목사들에게 당신의 힘은 예수이지 돈이 아님을 깨닫게 하고 싶습니다.
이것만 정확하게 알아도 모든 것이 제대로 잡힙니다. 이 자세만 분명하면 목회가 됩니다. 설교를 복음으로 하지 않으면 말장난으로 발전합니다.” 아직은 말쟁이와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지만, 나도 은퇴할 때쯤엔 온 삶에서 우러나오는 그런 고백을 하고 싶다.
김효현 목사 / 늘푸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