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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에서의 챗GPT : 그 ‘양날의 검’ 활용에 대하여”

챗GPT 목회자는 어떻게 사용할까│서경원 지음│생명의말씀사│232쪽│18000원

챗GPT는 OpenAI가 만든 대화형 인공 지능 서비스(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이다. GPT-1(2018. 6) 출시 이후 업그레이드를 거쳐 2022년 11월 말 GPT-3가 대중에게 공개됐고 현재 GPT-4까지 나와 있다. GPT-4는 이미지를 인식하고 해당 이미지에 관한 텍스트 정보를 생성할 수 있다. 단적으로 미국 변호사 시험(Uniform Bar Exam)에서 298점(400점 만점)을 받아 상위 10%로 통과했다는 사실이 그 능력을 짐작케 한다. 그러나 한계도 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인공 지능이 오류가 있는 데이터를 학습해 틀린 답변을 맞는 말처럼 제시하는 현상인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환각)을 꼽는다. 즉, 팩트 체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경희대 이경전 교수가 “AI역사는 챗GPT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진단한 것처럼 챗GPT의 등장은 인터넷, 아이폰 등장 전후로 구분되는 혁명적인 라이프스타일과 사고의 변화 즉 패러다임 시프트를 가져온 것은 분명해 보인다.


챗GPT는 목회영역에도 큰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2023년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이미 목회자 47%가 챗GPT 사용 경험이 있으며 5명 중 1명꼴로 챗GPT로 설교 준비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는 챗GPT라는 양날의 검이 이단에게 악용되기보다는 선제적인 관심과 활용을 통해 “선한 정보”를 생성, 공유하기 위해 바른 사용법과 윤리적 기준 설정이 필요함을 역설하며 구체적인 활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전공자, 목회자로서 미래 목회 전략연구소 사역을 통해 챗GPT 기술의 속성, 활용 능력에 대한 지식과 목회에 대해 이해를 바탕으로 설명을 이어 나간다. 저자가 제안하는 목회자의 챗GPT 활용방안은 한마디로 “맞춤형 목회 비서”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 책을 가장 잘 이해하고 빠르게 활용하는 방법은 저자가 소개하는 설교, 주보 및 각종 홍보물, 목회 행정 영역에서 활용법을 그대로 따라 해 보는 것이다. 


논자의 경우, 이미 챗GPT를 등장 초기부터 다양한 글쓰기와 교회 교육 프로그램 계획 등에서 활용해 왔다. 설교 영역에서는 이번 서평을 위해 처음 사용해 봤는데 개인적인 평가로는 설교 구성, 내용 파악은 비교적 이른 시간에 쉽게 할 수 있었다. 이점은 설교 횟수가 많은 한국 목회자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나이별 설교문, 설교 메시지를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한 다듬기, 설교에 따른 성경공부 만들기, 목회글 포스팅도 유용한 활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유명한 설교자 스타일”로 설교문 바꾸기 기능 사용에 대한 유혹이나 의존은 설교를 쉽게 준비함으로써, 깊이 없는 설교가 될 위험과 자신만의 설교 스타일을 개발하는데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음도 주의해야 한다. 참고로 논자의 이 서평을 챗GPT에게 ‘스티브 잡스 스타일로 이해하기 쉽게’ 바꾸어 달라고 해 봤다. 그 결과 글쓰기 향상에 참고할 만한 결과가 나왔지만, 그대로 가져다 쓰려는 유혹은 경계해야 할 것 같다. 또한, 설교 구조 이해, 구성 아이디어, 원문연구, 단어 분석 및 해석, 평행본문 비교, 성경 본문 분석 등의 내용은 아직은 로고스 성경연구프로그램과 같이 자세하고 방대하며 입체적인 결과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물론 로고스도, 사용자의 활용 수준에 따라 결과치는 달라진다. 챗GPT도 아직은 마블 영화에서 아이언맨이 사용하는 인공 지능 컴퓨터 ‘자비스’ 같은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사용자가 입력하는 프롬프트 내용의 수준이 얻을 수 있는 답변이나 결과물의 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에,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명령을 잘 내려야 한다’. 또한, 본서는 유용한 프롬프트 명령어와 응용 프로그램, 교회에서 자주 사용하는 주보, 각종 홍보물, 행정 영역에서의 유용한 활용의 예도 제시하고 있다. 잘 사용하면 훌륭한 비서를 몇 명 둔 것 같은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챗GPT 활용 시 고려 사항으로는 학습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일반 매장에서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에서와 같이 목회영역에서도 세대나 학습역량에 따라 정보격차, 기술 활용 격차로 인한 접근성의 한계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본서와 같이 다양한 활용에 대한 안내서와 동영상을 이용하면 좋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할루시네이션에 대한 경계와 확인을 위한 팩트 체크도 잊지 말아야 한다. 동시에 계속해서 발전하는 기술에 대한 신학적, 목회적, 윤리적 성찰도 지속해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인공 지능을 소재로 한 영화의 결말이 대체로 비극적으로 그려지고 있음도 주목해야 한다. 저자의 표현대로 챗GPT가 “양날의 검”이라면, 유익한 부분은 극대화해서 활용하고, 해가 될 수 있는 부분은 명확하고 냉철한 성찰을 통해 최소화하며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급격한 기술사회 발전의 영향에 함몰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시대를 초월해 변치 않는 진리를 챗GPT라는 첨단 기술을 이용해 변형된 복제 설교나 깊이 없이 포장된 가공품 설교를 전달하려는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챗GPT가 말씀을 계시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와 하나님 앞에서 말씀을 독대하는 설교자의 수고 산물이라는 설교 고유의 특징까지 담아내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본질적으로 비서가 사장을 대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날이 갈수록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전함이 더 절실히 요구된다.

교회진흥원 박찬익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