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에 화장품을 덜 때부터 알아챘어야 했다
깊은 바닷빛 병을 신기한 듯 쳐다본 게 화근이었다
아니 애초에 낯선 로션 병을 손댄 게 잘못이었다
쓰던 화장품이 아직 넉넉하게 남아 있는데
만화경 들여다보던 어릴 적 호기심으로
얼굴이고 목에 발랐다
화장실에서 거실로
나와 앉자마자
얼굴 피부가 뱀 허물 벗듯
떨어져 나갔다
여드름투성이 철부지 얼굴이 새살인 양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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