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108회 총회신학대학교미래발전위원회(위원장 신영균 목사)는 지난 8월 5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신학대학교 미래 발전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예장통합 산하 7개 신학교 총장과 이사회를 비롯해 총회 신학교육부 임원 등이 참석해 교단 산하 신학교의 미래에 대해 심도있는 고민을 나눴다.
앞서 예장통합 총회는 목사고시 응시자 수의 감소와 함께 신학대학교의 정원 조정,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의 확립, 각 신학대학교의 특성화, 신학생들의 각 신학대학교 순회 수업 등 제도를 수립하기 위해 총회 지도자와 학교 대표들이 함께 간담회를 개최한 바 있다. 여기서 총회 총대 측은 신학대학교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궁극적으로 하나의 신학대학교로 통·폐합하는 구조조정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신학대학교 대표들은 각 학교의 학교 법인으로서의 독립성을 주장하며 먼저 신학교들의 개별적인 자구책을 마련한 뒤 총회에서 후속조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상생과 협력으로 신학대 위기 돌파해야
토론회는 신학대학교미래발전위 신영균 위원장의 기조발제로부터 시작했다. 신 목사의 발제에 따르면 예장통합 총회는 30년 전인 88회 총회 때부터 신학대의 위기를 직감하고 공적으로 관심을 가져왔다. 그 후 93회기 특별위원회의 연구에 이어 105회기에 ‘하나의 신학대학교’를 주제로 연구안을 내놓고 그 다음해부터 단계별 정착방안을 시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이유는 당사자인 7개 신학대학교의 의견수렴 없이 진행한 연구안이라는 점, 105회기 연구안이 소망성은 대단히 높았으나 실천가능성이 매우 낮았다는 점,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점 등이다. 105회기 당시 예장통합 총회가 발표한 연구안을 살펴보면 기반조성기(2021~2022년)를 시작으로 위상확립기(2023~2025년), 도약조정기(2026~2028년)로 나뉜다. 기반조성기는 신학대학교 운영위원회를 설립하는 등의 조직을 구성하고 신학대학원 교육과정 연구, 학교 홍보, 목회실습 및 인턴십 강화, 전문가 육성프로그램 마련, 원격강의 구축 등의 각종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또한 졸업기수 동일 적용과 신학대학원 발전 비전 재수립, 세부적인 학점교류 마련 등의 제도를 보완하고 역사자료 제작 및 도서관의 디지털화를 위한 재정 수요를 충족시킨다.
위상확립기는 디지털 정보화 캠퍼스를 구축하고 학술대회 개최, 선교 코스 프로그램화, 교회 커리큘럼 공동개발 등을 실시한다. 제도보완으로 캠퍼스 재정지원 원칙 규정을 확립하고 각 영역의 교과서를 제작하고 공동 (인터넷) 방송국 설립을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도약조정기는 지역별 영성훈련센터 건립과 도서관 특성화, 특정시설 강화에 나선다. 프로그램으로는 원격교육 시스템 강화와 영어 연구소 건립 및 방학기간 내 어학연수, 외국 유명 신학 교수의 원격 강의 실시, 이민교회 및 교환 프로그램 운용 등이 있다. 제도보완은 생활관 시설 강화와 연장 교육 체제 포괄정비, 총회의 우수학생 선발 및 유학 지원 등이 있다.
이대로 진행이 됐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당사자 간의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과 이를 뒷받침할 재정 마련과 기반이 갖춰지지 않아 탁상공론에 그치고 말았던 것이다. 신 목사는 “따라서 105회기의 연구안을 재진단해 면밀히 분석한 후 합의수용이 가능한 방안, 실효성이 있는 재정 조달 방안, 실현 가능한 방안, 실효성이 있는 방안, 실천적인 로드맵 등을 구축하고 과감하게 수용합의가 가능한 수정안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목사는 신학대학교와 총회, 총동문회라는 세가지 카테고리로 나눠 7개 총회신학대학교의 발전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먼저 신학대학교는 학내 갈등이 표출되지 않아야 할 것, 더욱 꼼꼼한 재정 절감 방안 수립, 교육부의 특별감사 등의 표적이 되지 말 것, 교육부의 다양한 지원 평가지표에 맞춰 지원을 받도록 할 것, 사회친화적 사업을 통해 재정지원을 확장할 것, 수익사업 개발 및 학교경영을 위한 외부전문가의 컨설팅,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정관 재정비 등을 주문했다. 즉 교육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일에 문제가 없도록 할 것과 일시적인 지원에 만족하지 말고 지속 가능한 재정 확보를 위한 노력이 강구돼야 한다는 것이다.
총회 차원에서는 소속 교회의 협력이 강조됐다. 신학교 주일 정착, 교인 100명당 신학생 1인 지원체계 확립, 신학대학교 입학 회피 현상, 젊은 층들의 목회 회피 현상 등을 극복하기 위한 심층적 연구 등을 요구했다.
총동문회에서는 모교 살리기 운동과 총동문회 장학위원회의 활성화 등이 거론됐다.
신 목사는 “7개 신학대학교와 동문회, 총회가 상생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성해 폐교, 통합 조정보다 발전, 성장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발제를 마쳤다.
지역 신학교 사라지면 현장도 무너져
오후는 자유토론 시간으로 진행했다. 각 신학대학교 대표들은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신학대 졸업생들이 위로는 파주, 아래로는 수원 밑으로는 내려가려 하지 않는 상황에서 해당 지역에 신학대가 없어지면 그 지역의 목회자 수급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또한 만약 폐교가 된다면 그 재산이 자연스레 총회로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학교 법인의 특수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현실적으로 교육부를 통해 받는 재정 지원을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기에 총회 입장이 아닌 교육부 입장에서 학교를 바라보는 시각 또한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교 재정 마련을 위한 정원 외 외국인 학생 모집에 대한 문제도 거론됐다. 서울 장신대 관계자는 “예수님을 모르는 불교권 국가에서 학생들이 온다. 이를 통해 신입생 충원은 될지 몰라도 학교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 이에 그들을 선교의 대상으로 삼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에 대한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호남신학대 관계자는 학생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전에는 교회에서 권면하면 소명이라 생각하며 신학대에 입학하곤 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신대원까지 하면 7년을 공부한 고급인력이 졸업 후 생활이 어려울 정도라면 그 누가 선뜻 지원을 하겠는가”라며 목회 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 참석자는 “이번에 총회에서 무언가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내년이나 그 후년에는 폭망”이라며 “총장이 모금하는 사람이라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제 대학이 살아남으려면 돈 가지고 사업을 해서 자생할 수 있어야지 총장이 기금이나 모금하러 다니는 시대가 계속 이어진다면 그 학교는 망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장통합의 노력과 한국침신대
예장통합의 이번 토론회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부분은 과연 무엇일까? 가장 큰 방향성은 상생을 위한 합의와 협력이다. 현재 한국침신대의 경우 표면상으로는 각자 학교를 위한다고는 하지만 정치적 진영논리에 갇혀 학교살리기에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학교법인 이사회가 정치 싸움의 장이 아닌 진정 학교 발전을 위한 논의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목사에 대한 비중보다는 전문경영인에 대한 비중을 높이는 것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구성원들의 희생과 헌신도 매우 중요하다. 교수·직원들에 대한 급여 재조정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저연차의 낮은 급여를 받는 이들이 대상이 아닌 고연차의 고연봉자들이 솔선수범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항간에는 수도침신과의 통합 이후 제대로 된 급여체계의 정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소리도 들린다. 급여와 관련된 부분은 침례병원에서도 있었기에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이사들의 헌신 또한 중요하다. 취재 결과 학교법인 이사들이 학교를 위해 후원한 금액은 외부에 내어놓기 부끄러울 지경이다. 적어도 후원을 많이 못한다면 학교의 발전을 위한 몸부림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그저 총장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 이사장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에 대한 고루한 싸움만 이어가고 있다. 교단의 정체성과는 상관없는 사람들이 들어온다고 우려했던 관선이사 때는 오히려 아무런 탈이 없었던 것을 보면 오히려 목사가 이사를 하는 것이 침례교의 정체성에 위배 되는 것은 아닐까?
총동문회 또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학교 문제에 있어 총동문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체육대회 하려고 총동문회가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모교를 정말 사랑한다면 이제는 발벗고 나서야 할 때이다. 이제는 친선모임을 가장한 정치대회가 아닌 장학 혜택이나 졸업 이후 사역의 길을 열어줄 수 있는 동문회가 돼야 할 것이다.
물론 예장통합 또한 7개 신학교 당사자들과의 합의 없이 진행한 연구방안으로 3년의 시간을 그대로 흘려보냈지만 이렇게 토론회를 통해 각자의 입장을 표명하고 논의를 이어가는 모습은 본 받을 만 하다. 쉽지 않겠지만 총회와 학교법인, 교수협의회, 학생대표 등이 모여 허심탄회한 토론의 장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자생을 위한 자구책의 수준이다. 한국침신대를 취재하면서 아쉬움이 남았던 부분이 학생들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과연 무엇을 보고 대학을 지원하는가에 대한 니즈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에 장학금에 매달리거나 일시적인 후원을 받는 일에 급급한 모양새이다. 결국 제대로 된 신입생 유치가 학교를 살리는 최우선의 방안이기에 이 부분에 대한 고심이 없다면 어떠한 계획도 밑빠진 독에 물 붓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가령 교단을 막론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면 가장 많이 찾는 곳이 침례교 소속 7대 신학교이다. 이 7대 신학교에서 강의하는 유명 신학자의 강의를 한국 침신대에서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기획과 투자가 지금은 필요한 것 아닐까?
비록 재정이나 제도의 미비로 인해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예장통합의 신학대학교를 살리기 위한 방안은 생존에 급급한 단기적인 방안이 아닌 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재도약을 꿈꾸는 내용들로 구성됐다.
우리교단의 뿌리가 되는 한국침신대를 살리기 위한 심폐소생술을 위해 우리 또한 하루 빨리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일어나기를 소망한다.
범영수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