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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영 목사와 함께하는 창세기 여행 22


사람이 땅 위에 번성하기 시작할 때에 그들에게서 딸들이 나니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자기들이 좋아하는 모든 여자를 아내로 삼는지라(창 6:1~2)


사람이 번창하면서 세상도 풍족해지면 좋았겠지만 창세기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기록합니다. 6장 1절과 2절에 묘사된 세상에는 ‘사람의 딸’과 ‘하나님의 아들’이 등장하는데요, 이들이 정확히 누구를 가리키는지에 대한 해석은 분분합니다.


창세기가 명확하게 설명해 놓지 않았으니 다양한 주장이 있을 수밖에 없죠. 사람의 딸을 가인 후손으로, 하나님의 아들을 셋 후손으로 보는 견해가 많긴 한데 확신하긴 어렵습니다. 6장 1~2절에서 우리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하나님 아들들이 옳지 않은 선택을 했고, 이로써 세상에 죄가 만연하게 됐다는 점입니다. 하나님 아들이라면 당연히 하나님 뜻에 따라 살아야 하는데, 자기들 좋은 대로만 살았다는 이야기죠. 결혼만의 문제였다기보다 하나님을 따라야 하는 이들이 죄의 길로 접어들었음을 비판하는 구절입니다. 

 

땅 위에 사람 지으셨음을 한탄하사 마음에 근심하시고 이르시되 내가 창조한 사람을 내가 지면에서 쓸어버리되 사람으로부터 가축과 기는 것과 공중의 새까지 그리하리니 이는 내가 그것들을 지었음을 한탄함이니라 하시니라(창 6:6~7)


이 길지 않은 구절에서 하나님께서 두 번이나 사람 창조를 후회하셨습니다. 하나님 창조에 문제가 있지는 않았습니다. 막 창조된 인간은 하나님 보시기에 너무 좋은 모습이었습니다. 다만 인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선택권을 남용해 문제가 됐을 뿐이죠.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가 그랬고, 가인과 그 후손이 그랬으며, 지금 하나님의 아들들이 또한 그렇습니다. 이것이 너무나 마음 아프셨던 하나님께서 인간을 모두 없앨 생각까지도 하실 정도였습니다. 다행히 하나님은 그 생각을 실행에 옮기시는 대신 새로운 계획을 세웠습니다. 기회를 주어도 달라지지 않고 죄짓는 데에만 열심인 인간 본성 자체를 아예 바꿔버리는 방법도 있었겠으나 창조 당시 인간이 이미 하나님 보시기에 완전하고 아름다웠으니 그럴 이유가 없었죠. 하나님께서 새롭게 선택하신 방법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었는데 인간에게 주어진 선택권은 그대로 유지될 예정이었습니다. 바로 하나님 자신이 희생양이 되어 구원을 이루고 인간이 믿음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방식이었죠. ‘구속’이라는 이 방법은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실 때부터 빈틈없이 설계된 계획이었지만 아직 실행할 단계는 아니었습니다. 우선은 세상에 만연된 죄를 없애는 일이 시급했으니까요. 

 

그러나 노아는 여호와께 은혜를 입었더라. 이것이 노아의 족보니라 노아는 의인이요 당대에 완전한 자라 그는 하나님과 동행하였으며(창 6:8~9)


하나님께서 심판을 결심했지만 인간 사회를 완전히 멸망시키고 싶지는 않으셨기에 심판하신 이후 세계를 가꿔나갈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이를 위해 선택된 사람이 노아였죠. 선택받기 이전에 노아가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해 창세기는 아주 짧게 설명합니다. 9절에 등장하는 ‘의인이요 당대에 완전한 자라 그는 하나님과 동행하였으며’라는 설명이 전부죠.


에녹에게는 하나님과 동행했다는 표현만 있었는데 노아에게는 이것 외에도 의인과 완전하다는 수식어도 붙었습니다. 이토록 강렬한 찬사가 9절에 담겨 있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구절은 앞선 8절입니다. 노아가 의인이고 완전하며 하나님과 동행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제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가 하나님께 은혜를 입었기 때문이었죠. 8절과 9절의 배치는 사람이 어떤 행실을 했는가보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가 먼저라는 의미를 전하기 위한 창세기의 의도로 보입니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노아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노아라는 이름만 들어도 그가 태어날 때부터 위대한 신앙인이었을 것만 같습니다. 어디 노아뿐인가요? 모세, 여호수아, 다윗, 엘리야, 베드로, 바울 등 성경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이들의 신앙은 가까이 갈 수 없을 만큼 크고 위대해 보이기만 합니다. 


그런데 이들이 선택받은 것과 큰 신앙을 가진 것 가운데 무엇이 먼저일까요? 대단한 신앙을 가져서 하나님께 선택받았을까요? 노아가 의인이고 완전해서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것이 아닙니다. 그저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에 충만한 삶을 살았을 뿐이죠. 은혜는 내 행위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조건 없이 주시는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유수영 목사
제주함께하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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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의의 사랑인 십자가 사랑을 나타내는 교단 되자”
114차 교단 정기총회가 지난 9월 9~11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렸다. 의장단 선거는 1496명의 대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총회장 후보로 나선 이욥 목사가 1차 투표에서 착석대의원 2/3 유효 득표를 얻지 못했다. 결국 이욥 후보가 총회장 후보를 사퇴하며 총회장 선출이 무산됐다. “생육하고 번성하라”란 주제로 진행된 이번 정기총회는 개회예배를 시작으로 2박 3일 동안 주요 안건을 다뤘다. 개회예배는 113차 총회 전도부장 최성일 목사(주신)의 사회로 침례교강원도목회자협의회 회장 김오성 목사(문막)가 기도하고 총회 공보부장 편용범 목사(대리)가 성경을 봉독했다. 하유정 집사(춘천한마음)가 특송하고 직전 총회장 김인환 목사(함께하는)가 “공의의 사랑”(갈 2:19~20)이란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김인환 목사는 말씀을 통해,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하나님의 공의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며 “공의의 사랑은 바로 십자가의 사랑임을 우리는 기억하며 교단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함께 한 우리 모두가 성령님이 우리를 주도하시고 풀어가시는 은혜를 경험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찬송가 315장을 찬양하고 71대 총회장을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