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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성경이 우리에게 오기까지(16)

조선의 “새빛” 선교사들


존 로스와 이응찬은 행보를 따로 하기로 했다. 존 로스는 안식년을 앞당겨 영국(스코틀랜드)으로 귀환했고, 이응찬은 관아에서 고용한 추노관을 피해 달아났다. 관아에서 고용한 추노관은 너무도 노련하게 이응찬을 추적했다. 그러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원래 직업이 무역 상인인 이응찬에게는 고려문 근방은 눈에 훤했던 것이다.


이것은 마치 스타 크래프트(미국 블리자드)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Maphacks(지도 전체를 볼 수 있는) Cheat Key를 사용해 상대방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것과 유사하다.


고려문에서 북쪽에 위치한 봉황산을 통해 중국(청나라)으로 가는 것처럼, 정보를 흘리고, 정작  이응찬은 고려문에서 동남쪽에 위치한 의주로 방향을 틀었다. 이렇게 제 아무리 날고 기는 추노관이라 할지라도, 이응찬에게는 당하지 못했던 것이다. 더구나 당시 이응찬에게는 그를 돕는 손길들이 꽤 있어, 결국 추노관을 따돌릴 수 있었다. 


존 로스와 이응찬이 역사적인 첫 만남이 이뤄지고 한글 성경의 번역의 마중물이 된 장소는  <고려문>이었다. 예전 회차에서 언급했듯이, 고려문은 현재의 중국 단둥시에 속한 ‘평청’이란 지역이며, 북한 신의주에서 약 50㎞ 떨어진 곳이다. 


일부 학자들조차 고려문을 ‘지명이나 마을’로 잘 못 알고 있는데. 고려문은 지명이나 마을이 아니다. 이곳은 중국과 조선의 국경지역이며, 목책(말뚝을 박아 만든 나무 울타리)을 둘러친 국경경비 시설이 있었다고 해서 책문(柵門)이라 부르기도 했고, 변경(영토 경계)에 있는 문이라 해서 변문(邊門)이라고도 불렀으며, 조선 의주의 관리들이 파견되어 상주하는 별정소(別定所, 출입국관리소)가 있었던 곳이다. 쉽게 말해 고려문은 조선과 청나라의 ‘국경지역’이다. 그 근방에 교역(무역)을 할 수 있는 장이 있었는데, 그 장을 통칭 고려문으로 부른 것뿐이었다.


그러나 당시 고려문보다는 <변문과 책문>으로 더 많이 불렸던 곳인데, 사실 이곳은 개신교보다는 천주교에서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왜냐하면, 1794년 12월 한국 최초 외국인 신부였던 주문모 신부(중국인)가 한복으로 갈아 입고 조선 선교를 위해 잠입했던 곳이며, 또한 조선 교구(천주교) 확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모방(Maubant) 신부’를 비롯해 ‘샤스탕 신부’, ‘앵베르 주교(주교 : 교구 책임자)’가 상복 차림에 방갓을 쓰고 조선을 향했던 곳이다. 


여기서 ‘방갓’은 무엇이냐 하면, 당시 조부모 혹은 부모의 상중에 있는 사람을 ‘상제’라고 하는데, 그 상제가 외출할 때는 대나무로 만든 갓인 ‘방갓’을 쓰고 다녀야 했다. 당시 상중에 있는 사람에게는 변문(책문)을 통과하는 검문과 절차 등이 관대했기 때문에, 서양 신부들은 신분을 숨기고 국경을 쉽게 통과하기 위해 상복을 입고 방갓을 썼던 것이다. 


또한 변문(책문)은 조선 천주교의 초대 교구장으로 임명된 브뤼기에르 주교(교황 그레고리오 16세로부터 임명)가 조선 땅을 그리며 밟고 싶었던 곳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브뤼기에르 주교는 뇌일혈로 소천해 조선에 들어오지는 못했다(이후 엥배르 주교가 조선 2대 교구장).


마지막으로 변문(책문)은 조선인 최초의 신부 및 순교자가 되는 김대건 신부와 최양업 신부, 최방제(신학 공부 중 소천)가 소년 시절 마카오로 신학을 공부하기 위해 떠난 장소다. 


그러니깐 변문(책문)은 조선 안으로 들어오는 이에게, 또 조선 밖으로 나가는 이에게 소중한 의미가 있는 관문이자 장소였던 것이다. 지금의 인천공항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변문(책문, 고려문)이라는 곳은, 이런 이유들로 개신교보다 천주교에게 보다 의미 있고 가치 있게 평가 받는 곳이다. 


여기서 개신교 목사라면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상식을 이야기하고 싶다.


‘한글 최초의 성경’은 개신교과 천주교 모두 같을까? 아니면 다를까? 정답은 ‘다르다’이다. 


개신교의 한글 최초의 성경은 1882년 존 로스가 편찬한 ‘예수성교젼서’가 맞다. 그러나 천주교는 그보다 더 이른 1784년에 편찬한 ‘성경직해광익’이라고 주장한다. ‘성경직해광익’은 복음서 해설서인 ‘성경직해’(1636)와 복음서 묵상서 ‘성경광익’(1740)을 우리말로 옮겨 하나로 합한 책이다.


총 86장으로 구성된 ‘성경직해광익’은 성경 전체를 번역한 것은 아니지만 교회력에 따라 매주 천주교 미사에 봉독되는, 복음서 일부가 수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한글 최초의 성경으로 주장한다.

(다음에 계속)

백정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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