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묵상집 ‘사랑하는 데오빌로에게’가 2021년 초판 발행 후 3년 만에 개정판으로 출간됐다. 이 책은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를 담은 365일 묵상집으로 처음 출간됐을 때는 코로나가 우리 일상과 영혼을 깊이 잠식하고 있었다. 단절과 고립의 비대면이 일상화되는 과정에서 개인과 교회는 전에 겪어보지 못한 팬데믹 상황에 적응하고 극복하느라 많은 고통과 고민을 감내하고 있었다. 성도 개개인뿐만 아니라 교회 공동체도 예배에 대한 정의, 교회의 건강성과 대사회적 역할 등 맞닥뜨린 문제에 지역 교회는 심지어 존폐를 걱정하게 되는 누란지세(累卵之勢)에 내몰리며 치열한 씨름을 하게 됐다. 개인이 삶의 자리에서 넘어서야 할 문제와 특정 지역 교회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지엽적인 해법이 도모됐지만, 역사의 교훈에 따라 결국, 이 문제의 근원적 해법은 영원한 생명의 근원인 성경에서 성경으로 돌아갈 때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와중에 출간된 이 책은 이 해법을 찾는 여정에 더할 나위 없는 안내자였다.
목사이면서 한국 근대 100년 문학사에 최고 소설로 꼽히는 ‘광장’의 최인훈 작가를 은사로 모신 저자는 성경 66권 모두에서 묵상 구절을 뽑아 독특한 인문학적 감성과 언어로 복음의 진수를 명확하고 풍성하게 풀어 놓았다. 즉, 본 묵상집에는 인문학적 감성과 언어가 풍성하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는 이를 결코 겉멋을 한껏 내어 화려하게 표현하지 않고, 깊은 성경 묵상을 담아 정갈하고 담백하게 마음에 스며드는 통찰력을 따스함으로 담아낸다. 그래서 성경과 함께 묵상집을 읽고 있다 보면 어느새 마음 한가운데서부터 따뜻하면서도 잔잔한 파문이 일어 독자의 마음이 주님을 향하도록, 주님께 대한 갈망이 일어나도록 이끈다. 그 결과 코로나 기간에 영혼의 갈급함을 채우고 다시 소생하기를 갈망하던 성도와 교회를 생수의 강인 성경에 깊이 빠져들게 했다. ‘오직 성경으로’라는 종교개혁의 기치처럼 성경 묵상에 깊이 사로잡히는 시간을 통해 갈급한 영혼을 말씀의 생명수에 흠뻑 젖어 들게 해 다시 힘을 얻게 한 것이다.
3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코로나가 종식됐지만, 코로나 이전과는 다른 국면이 돼버린 상황을 마주하면서 저자는 초판의 많은 내용을 새로운 통찰과 해석의 정으로 다듬었다. 팬데믹 종식 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는 의미로 겉옷(표지)도 새 단장을 했다. 독자는 개정판을 통해 한층 더 신선하고 깊이 있는 성경 묵상의 심연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성경 본문을 통해 저자가 묵상하는 주제는 우리가 삶 속에서 경험하고 마주하게 되는 거의 모든 영역과 문제에 관한 내용이다. 그리고 이 묵상의 끝자락에는 언제나 저자의 복음에 대한 선명한 확신과 영혼 사랑과 구령에 대한 식지 않는 열정이 자리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 아직 예수님을 영접하지 못한 사람, 즉 오늘날의 ‘데오빌로들’(하나님께서 사랑하셔서 구원하기 원하는 자)이 주님을 만나게 되는 간절한 소망과 이미 주님을 만난 ‘데오빌로들’(하나님께서 사랑하셔서 이미 구원받은 자)이 흉흉한 세상 속에서도 말씀에 깊이 천착해 흔들림 없이 제자의 길을 완주하기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미 전작을 통해 경험했듯이, 저자의 목회와 삶의 자리에 기반한 인문학적 통찰력이 성경 본문과 어우러져 다시 한번 우리 영혼을 각성하고 시원케 하리라고 믿는다.
박찬익 목사(교회진흥원, 행복한교회 협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