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선포로 인해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충격을 받은 상황에서 한국교계도 각자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교단 중에서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기독교대한감리회였다. 기감은 2월 4일 새벽 2시 40분 “비상계엄 즉각 해제를 강력히 촉구한다”란 제목의 긴급 성명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선포를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기감은 테러나 재난으로 인한 국가 위기 상황이 아닌 상태에서 단지 정치적 이유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국민들이 납득하기도 어렵고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를 지키라고 대통령으로 선출해 준 국민들에 대한 배신행위이자 헌법정신에 반하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은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죄악의 정권은 하나님과 역사 앞에 씻지 못할 대죄를 저지르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하나님의 실소를 자아내고 마침내 스스로 망할 자충수로 끝나고 말 것”이라며 “한국교회는 이제라도 역사의 죄인을 동조했던 죄악을 참회하고, 불의의 척결에 함께 나서야 한다”고 그동안 윤석열 정부를 비호했던 보수 개신교계의 자성을 촉구했다.
성서한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를 강력히 규탄하며 대통령의 즉각적인 계엄령 철회와 하야를 촉구했다. 성서한국 “윤석열 대통령은 이제 더 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반헌법적이며 비민주적인 계엄령을 철회하고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YWCA연합회는 “위법한 계엄령으로 헌정질서 파괴한 윤석열 정권은 퇴진하라”라며 “한국YWCA는 시민들과 함께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행동을 끝까지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교회인권센터도 성명을 통해 “한국교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강력히 규탄하며, 이를 헌법적 가치를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반인권·반민주적 행위로 단호히 규정한다”며 “그리스도인들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파괴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정의와 평화를 위해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공협 “국회도 책임 있어”
정부를 향한 비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는 “대통령은 자신의 지위가 어디에서 왔으며 어떤 책임을 부여받았는지를 진지하게 성찰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면서도 “현재 국정이 혼란스러운 것은 행정부만의 책임이 아니라 국회 역시 그 책임이 있다는 것은 온 국민이 인식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의 책임이 정부에만 있지 않다는 분석을 내놨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 또한 “북한 공산세력의 지속적인 위협 속에서, 정치 지도자들이 사사로운 당리당략을 초월해 국가의 안정을 위한 화합과 협력을 이루길 간절히 바란다. 국가의 번영은 국민의 단합과 지도층의 책임 있는 행보에 달려 있음을 강조하며, 모든 정치적 논쟁이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와 국민의 행복을 지키는 방향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며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것보다는 정치권이 다툼을 벌여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교회협 “질서있는 퇴진, 또 다른 국정농단”
지난 12월 7일 국회에 상정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으로 폐기되자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기장은 교회와사회위원회 이름으로 낸 입장문을 통해 탄핵을 무력화시킨 여당의 행태에 대해 “국정 책임을 지는 여당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민이 일임한 권리를 무기력하게 포기해 버렸다”다고 지적하며 △국가 내란을 획책한 윤석열 대통령은 모든 죄를 고백하고 즉각 사임하라 △ 국가 수사기관은 범죄자들을 수사하고 그 결과를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라 △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찬성함으로써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지켜라고 촉구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무산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로 민주주의에 기초한 헌정이 유린됐다. 유일한 헌정질서 회복의 길인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이 무산된 것에 대해 국민들은 다시 한 번 절망하고 있으며 분노하고 있다”고 말하며 ‘질서 있는 퇴진’이란 정치적 해법은 또 다른 국정농단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교회협은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는 길은 여전히 헌정절차에 의한 즉각 탄핵 뿐”이라고 강조하며 “교회협은 국회가 조속히 탄핵 절차를 밟아 헌정질서를 회복하기를 기도하며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크리스천기자협회(회장 송주열 기자)도 임원회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단죄하고,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국민 대다수의 목소리를 외면한 정부 여당 국민의힘의 작태가 국민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며 “내란수괴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투표 행위조차 집단 거부한 정부 여당은 국민들을 배신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협은 “믿음은 행동”이라고 강조하며 “우리 기독언론인들은 기독사관으로서 크리스천기자협회 윤리강령에 따라 교회와 사회 앞에 역사적 진실을 알리기 위해 예언자적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교회 대표기관 한교총, 조용한 행보 눈길
한편, 한국교회를 대표하고 있는 한국교회총연합은 그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어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의료대란으로 한참 시끄러울 당시 여러차례 시국 호소문을 발표하며 의사들을 향해 현장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교총의 한 관계자는 “정기총회 준비로 바빠 입장문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범영수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