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리더십과 구성원으로 이뤄진 교회가 하나가 되는 일은 좀처럼 찾기 힘든 사례이다. 더욱이 장애인이 대부분인 교회가 기존의 교회와 하나로 통합을 이룬 일은 기적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이런 역사를 이룬 교회가 있다. 바로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남부사랑하는교회(한덕진 목사)이다.
2023년 말에 한덕진 목사가 섬기는 사랑하는교회가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는 건물 매각으로 불가피하게 이전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당시만 해도 장애인 성도가 40%가 넘는 미자립 교회였기에 다른 곳을 임대해서 리모델링을 할 수 있는 형편도 되지 않았다. 교회 자산이라고는 국내선교회에서 기금을 받아서 마련한 전세 자금 3000만 원이 전부였다.
평택남부교회(조종희 목사)는 담임목사의 은퇴를 앞두고 후임 목회자를 알아보고 있었다. 남부교회는 평택의 시골마을에 위치한 교회였지만 담임목사의 목회 사역에 순종하며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아름다운 성도들이 교회를 섬기고 있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교회의 만남은 평택남부교회가 사랑하는교회와의 통합을 결정하면서 이뤄졌다. 한덕진 목사는 “담임목사 통합을 처음 제안받았을 때, 적잖이 당황했다. 사랑하는교회 성도들의 40%가 장애인들이었다. 또한 저는 평안밀알복지재단 사역을 병행해야 하기에 교회가 하나 된다는 사실을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부교회가 이를 기쁨으로 받아 통합을 제안하고 사랑하는교회 또한 교회 이전을 놓고 깊이 기도하는 중이었기에 이렇게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강권하시는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두 교회가 사무처리회를 통해 교회 통합을 위한 합병위원회가 구성되고 각 교회별 4명의 합병위원이 새롭게 합쳐질 교회의 운영위원회로 구성됐다. 교회 통합은 2024년 5월 26일에 첫 예배를 드리며 시작하기로 하고 6월에 통합감사예배를 드리기로 최종 결정했다. 그동안 남부교회는 교회 시설을 정비하는 일에 매진했다. 평택남부교회는 장애인 성도들이 많은 사랑하는교회 성도들이 예배 참석에 불편함이 없도록 계단을 최소화하고 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는 경사로를 설치했다. 장애인 전용 화장실을 새로 마련하면서 기쁨으로 하나 됨의 발걸음을 준비했다.
당시 두 교회는 신앙의 방식도 색깔도, 심지어 사용하는 성경도 다른(개역한글, 개역개정) 버전을 사용하고 찬송가도 통일찬송가와 새찬송가를 사용하고 있었고 예배의 방식과 시간도 또한 달랐다고 한다. 한 목사가 기억하는 2024년 5월 26일에 드려진 첫 통합 예배는 감격과 더불어서 생소함을 동시에 겪는 특별한 예배였다.
한덕진 목사는 “두 교회가 남부사랑하는교회로 하나가 되면서 모든 것이 새로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서로에 대한 이해는 소통에서 시작되는 것이기에, 첫 예배를 드린 후 몇 주간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고 전했다. 남부사랑하는교회는 소통이 있는 만남을 위해서 지난 6개월 동안, 교회의 모든 사역 속에 소통을 담아 내려고 노력했다.
주일 오후 성경공부모임에 변화를 줘서 모든 성도들을 작은 목장으로 편성하고 변화를 줬다. 성도들은 비슷한 연령별로 모여서 성경을 읽고 느낀 점과 기도제목으로 함께 나누면서 서로를 알아가기 위한 6개월을 보냈다. 하나님의 은혜로 지난 6개월이란 시간 동안 성도들은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이해하며 우리가 하나가 된 진정한 이유를 알게 됐다”고 언급했다.
하나님은 이런 기도와 노력에 응답하셨다. 어떤 성도는 “지난 10년 동안 자신이 속한 교회의 성도들을 알게 된 것보다 통합한 후 6개월 시간동안 더 많이 친해진 것 같다”고 고백했다. 또 다른 한 성도는 “통합을 위해서 교회를 리모델링하는 기간에 나의 삶도 리모델링된 것 같다”고 간증했다. 통합의 새로움을 통해서 교회의 가장자리에 있었던 성도들이 봉사의 자리에 나오고, 기도의 자리에 나오기 시작하고, 장애인들을 배려해 서로는 품는 하나의 공동체라는 생각 속에서 봉사도 헌신도, 각종 기도회도 활력을 띄기 시작했다. 조금은 피동적인 신앙이었던 교회 구성원들은 보다 적극적인 믿음을 표현하고 자발적으로 나누고 섬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특히 장애에 대한 차별이나 거부감, 불편함보다 모두 귀한 남부사랑하는교회 성도라는 인식이 뿌리내리는 시간이었다.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 한 청년이 탁구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교회의 장로는 그 청년을 위해서 하우스와 탁구대를 설치해주기까지 했다.
남부사랑하는교회가 하나 됨의 길을 걸으면서 교회 인근 지역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인근에는 고덕신도시가 들어서고 있지만 이곳의 성도들이 교회를 찾기에는 접근성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교회 인근이 마을로 구성돼 있어 먼저 지역을 섬기는 교회가 되자는 취지로 동네 지역주민을 초청해 마을잔치도 열고 바자회를 가지며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무엇보다 교회에 장애인이 많다는 사실에 주위의 시선을 걱정하며 고민했지만, 오히려 약간의 불편함을 이해하고 받아주는 모습 속에 더불어 함께 하는 세상의 모습을 그려나가고 있다. 교회가 문턱을 낮추고 활기찬 모습을 띄면서 외딴 교회에 새로운 성도들이 조금씩 문을 두드리고 있다. 몇 가정이 남부사랑하는교회에 등록하며 이곳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닮아 가는데 노력하고 있다.
담임목사인 한덕진 목사는 평소 평안밀알복지재단 사역을 통해서 장애인들을 전문적으로 섬기고 있기에 적잖은 교인들을 전적으로 섬겨야 하는 단독 목회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늘 마음의 무거운 짐이라고 한다. 한 목사는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기에 장애인 사역도 감당해야하고 남부사랑하는교회의 모든 성도를 섬기는 것도 너무나도 귀한 것이어서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 제가 처한 목회의 현실”이라며 “정말 제 영혼을 다 쏟아내는 심정으로, 어떨 때는 육체적으로 많이 힘이 들지만 그럴 때마다 성령의 공급하시는 힘과 능력을 체험하며 일어선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을 위해 목회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위해 목회하기에 영혼의 무게를 보는 목회를 감당하고 싶다”며 “예수님 앞에서는 장애를 가진 영혼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기에 남부사랑하는교회가 예수님처럼 예배하고 순종하며 낮은 자를 섬기고 복음으로 세상을 치유하는 기적이 생생하게 일어나는 교회가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평택=이송우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