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을 나와 차도를 건너면 오래된 상점가가 펼쳐진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보약과 향신료의 향이 가득한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하얀 간판 위에 ‘침례회서관’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단순한 서점이 아니다. 침례교 선배들의 추억이 깃든 공간이자, 침례교 미래 세대의 아지트와 같은 장소다.
1968년 군경선교부의 모태인 군인전도부가 건립한 이 건물은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교단의 목회자와 성도들이 교제하며 신앙을 나누는 만남의 장이 되어왔다. 지금도 여전히 대전 지역 신앙 공동체의 문화 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역사와 전통
대전침례회서관의 역사는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군인전도부에서 시작된 이곳은 1987년 중부권 문서보급사역을 위해 교회진흥원이 서점을 오픈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대성 목사는 “요단서적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대전침례회서관은 중부 이남 지역을 아우르는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교단의 목회자와 성도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단의 목회자와 신앙인들이 찾아와 교제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는 “이곳은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곳이 아닙니다. 목회자들이 서로 만나 사역을 나누고 돕는 통로가 되는 곳이지요.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고, 책과 독자가 연결되며, 교회와 교회가 연결되는 장소입니다. 우리는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과거의 추억, 현재의 만남, 미래의 꿈
이곳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장소이자 세대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이대성 목사는 “타 지역에서 오랜만에 대전을 오신 분이 자녀와 함께 서점을 방문하고 자신의 학창시절에 이곳에서의 기억을 자녀에게 이야기 해주는 것을 종종 듣는다”고 한다. 오랜 세월 이곳에서 책을 사거나 신앙적 만남을 가졌던 사람들은, 이제 그들의 자녀들과 함께 방문하며 과거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SNS를 통한 디지털 소통이 익숙한 시대지만, 얼굴을 마주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신앙의 정서를 나누는 아날로그 감성을 그리워하는 이들도 많다. 그래서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자신이 경험했던 감동을 전하고 싶어 이곳을 찾는다. 또는 연세가 지긋하신 분이 찾아와서 “아직도 그대로네. 잘 지켜주고 버텨주고 있어줘서 고맙다”고 하시는 분도 있다고 한다. 서관의 외관과 내부를 조금 새롭게 함으로써 이제는 젊은 세대들이 관심을 가지고 서점을 방문한다. “아! 이런 곳도 있네요”라며 서점 안에서 책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밖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서관은 책과 기독교 용품을 판매하는 곳을 넘어, 북콘서트와 독서모임을 운영하며 신앙과 문화를 잇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 목사는 “제가 점장으로 사역하며 처음으로 개최한 북콘서트는 김관성 목사의 ‘본질이 이긴다’를 소개하는 자리였습니다. 책과 신앙, 그리고 삶을 이야기하는 시간이었죠. 정말 뜻깊은 순간이었습니다”라고 회상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중단된 독서 모임도 다시 활기를 찾기를 기대하고 있다.
기독교 서점의 위기와 대응
태블릿과 스마트폰으로 책을 읽는 시대, 오프라인 서점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특히 기독교 서점 시장은 더욱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대성 목사는 “기독교 서적 시장은 규모가 한정적인데, 이제는 옆 서점과의 경쟁이 아니라 온라인 유통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오프라인 서점들이 해마다 문을 닫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대전침례회서관은 온라인(씨드북스 스마트스토어)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며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그는 “현재 도서정가제가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할인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개편된다면 오프라인 서점이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책방에서만 만날 수 있는 숨겨진 보물들
최근 출판 시장에서는 위로와 소망, 기도를 주제로 한 감성적인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1인 출판사들이 증가하면서 다양한 책들이 출간되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반면 독자들이 볼륨이 있는 도서를 읽는 것에 주저하는 경향이 있는데 독서모임을 통해 함께 읽어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
이 목사는 오프라인 서점의 장점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보석 같은 책들을 발견할 수 있는 유익이 있다며 ‘일상의 의미’(폴라 구더 지음, 도서출판 학영)란 책을 서점에 숨겨진 보석 같은 책의 예시로 추천했다.
미래를 향한 기대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서점도 새로운 방식으로 독자와 소통해야 한다. 이대성 목사는 구독 서비스를 도입해 독자의 취향에 맞는 책을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서점은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가고, 독자들은 양질의 도서를 꾸준히 접할 수 있다. 또한, 서관의 2~3층을 지역 교회와 성도들이 활용할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도 있다. “이곳이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신앙을 성숙하게 하고 꿈을 꾸게 하는 장소가 되기를 바랍니다”라는 기대를 밝혔다.
교단에 문화사역을 할 수 있는 서점이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결국 교단을 위해서 사용되어 진다. 현재 교회진흥원에서 실행하고 있는 공과 무상보급과 같은 일이다. 그는 “가능하면 교단 서점을 이용해 주신다면,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대를 이어 신앙을 지키는 공간, 대전침례회서관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기를 기대해 본다.
대전=범영수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