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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과 복음

 

새해가 되면 자기계발서가 잘 팔린다. 새로운 마음으로 뭔가를 해 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자기계발, 성공, 마케팅, 리더십, 대화법, 연애, 인생 등 다양한 주제의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런 것을 베끼고-메모하고-이해하고-익히고-실천하라고 주문하기도 한다.

하루만이라도 실천해보자’ ‘기회를 잡아라 끝까지 물고 늘어져라’ ‘삶을 바꿀 수 있는 힘, 내 안에 있다’ ‘어떤 어려움이라도 마음을 열고 밀고 나가면 해결된다. 어렵다, 안 된다, 힘들다고 하지 말라. 마음을 밝혀라, 그리고 자신을 해방시켜라등의 표제어를 달고, ‘실패를 성공으로 만드는 방법’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 ‘긍정적인 사람이 되는 방법

직장에서 살아남기’ ‘부자가 되기 위한 행동수칙’ ‘똑똑하게 화내는 방법’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는 단계’ ‘자신감 기르기’ ‘감정관리’ ‘이미지 메이킹등 온갖 주제와 실천사항들이 쓰여 있다, 직접적 설명으로, 혹은 이야기 식으로, 만화로 다양하게 손짓하고 있다. 읽어보면 도움이 되고, 해 보고 싶은 의욕이 생기기도 하고,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얼마간 목표를 이루기도 한다.

그런데 작심하고 열심히 뭔가를 하는 것 같은데, 한 해가 지나고 보면 제자리 맴돌기가 대다수다. 뭐가 문제일까? 의지력 부족일까? 목표가 명확하지 않아서 일까? 실천사항이 구체적이지 못해서 일까? 아니면 ~ 탓일까? 이런저런 분석을 해보지만, 하여간 별로 변화하지 않은 자신을 착잡하고 짠한 마음으로 보게 될 때가 많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목표한 것을 착착 다 해내면 대단한 것일까?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정말 좋은 것인가?’는 별 게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교계의 모습으로 눈을 돌려본다.

수천억 원의 헌금을 쏟아 부어 어마어마한 성전을 짓고 새 성전 입당예배를 드린 것이 화제가 됐었다. 그날 순서에서 국내외 유명한 목사님들이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며 칭송했다.

입당예배 초청 광고에서도 그랬고, 그날 강단에도 하나님이 다 하셨습니다는 표어가 걸려있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 어려운 과정을 다 이겨내고(무시하고?) 그렇게 당당하게 완공을 해냈다. 나 같이 여린 사람들은 벌써 지쳐 나동그라지고 두 손 들고 말았을 텐데.

너무나도 비교되는 대단한 힘이 아닐 수 없다.(그 교회 담임목사님과 나는 대학교 동문 1년 선후배 사이이고, 그분이 그리 유명하지 않을 때 우리 교회에 와서 설교를 한 적도 있다).

그 힘의 근원은 무엇일까? 하나님께서 강력하게 이끌어주시는 믿음과 비전일까? 강력한 의지력과 야망일까? (며칠 전에는 궁금한 이야기 Y’ 취재방송에서, 본래 사용하던 예배당 건물을 에워싸고 벌이는 추태로, 사람들의 분노와 부끄러움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어떤 이는, 그 표어를 이렇게 살짝 꼬았다. “하나님이 당하셨습니다.”

(과연 하나님의 은혜와 역사하심이었는지, 하나님을 빙자해서 엄청난 모욕을 안겨준 짓이었는지는, 이 지면 성격이 ‘(목회)단상이기에 이러쿵저러쿵 따지지 않고 넘어가기로 하겠다.)

하나님이 다 하셨습니다!’ vs ‘하나님이 당하셨습니다!’ 하찮아 보이는 ‘o’ 받침 하나가 붙느냐 안 붙느냐에 따라서 정 반대가 되고 말았으니, ‘하나님(신본주의)이냐? 사람(인본주의)이냐?’도 한 순간에, 마음 삐끗 잘못 먹으면 저 천국에서 지옥으로 곤두박질하고 만다는 것을 생생히 깨닫게 한다. , 두렵다.

이젠 남 이야기 그만하고 그럼 나는 어떤 목회를 하고 있을까? 내 자신은 하나님의 뜻대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한다고 하면서, 하나님을 이용해 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 (떨리는 목소리로 감정을 잡아가면서, 그럴듯한 예화를 끌어 붙여 설교한 적도 있었을 것이다).

 

제목으로 돌아가 보자. 자기계발 vs 복음.

단순하게 말하면, ‘자기계발은 자기 자신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추슬러 세워서 자기 능력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복음은 자신의 연약함과 죄성을 철저하게 인정하여 십자가에 못 박혀 완전히 죽고, 부활하신 예수님과 하나 되어 성령님의 인격과 능력 가운데 거듭난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 하겠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이렇게 말하지 않았겠는가.

내가 부득불 자랑할진대 내가 약한 것을 자랑하리라” (고후 11:30) “형제들아 너희를 부르심을 보라 육체를 따라 지혜로운 자가 많지 아니하며 능한 자가 많지 아니하며 문벌 좋은 자가 많지 아니하도다” (고전 1:26)

목회에서도 자기 스펙 쌓기에 열중하고 자랑하며, 자기 능력을 극대화 하여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멋진 말로 잘 구슬리고, 성도들을 잘 관리해 우리 목사님 훌륭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 침례자 요한의 자리에 있기를 원하는지, 예수 그리스도의 보좌를 차지하고 싶은지?

복음은 자기계발과 근본이 다르다. 물론 서로 대립적인 관계만은 아니고, 보완적인 면도 있어서 자기계발이 얼마간 유익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뿌리는 완전히 다르다. ‘내가 하느냐, 주님이 하시느냐차이다. ‘내가 주인인가, 예수님이 주인인가차이다. 복음의 힘을 빌려서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복음이 나를 통해서 하실 뿐이다 (1:16~17).

목회에서 성공을 부러워하지 말자. 감사할 기도제목일 수 있지만, 인격과 겸손이 따르지 못하면 망하는 길이다. 목사답다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집을 나설 때 거울을 보듯, 하나님의 거울 앞에 날마다 비춰보고 더럽고 냄새나는 것들을 보혈의 복음으로 씻어내자.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너희에게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나니 (2:13).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2:20)

 

김효현 목사 / 늘푸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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