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란 말은 사실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필리핀 전도대회라 과연 내가 몇 명이나 전도할 수 있을까? 아, 하루에 한명씩 결신해서 총 5명만 전도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필리핀으로 출발했다.
월요일은 오전에 개회예배를 드리고 오후에 땅 밟기 겸 초청장을 주는 일을 했고 본격적인 전도는 화요일부터 시작됐다.
사실 나는 허리가 전방전위증이라는 병이 있고 통증과 저림이 심해서 어떤 때는 허리 쪽과 다리가 저리다 못해 마비가 오는 것 같을 때도 있는데 내심 어떻게 이 일을 해낼까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내 모든 사정을 알고 여기까지 오게 하신 분도 하나님인데 ‘모든 걸 책임져주시겠지’하고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나갔고 한 집 가서 전도하고 두 집 가서 전도를 하다 보니 용기가 생겼다.
두 눈을 크게 뜨고 집중해서 듣고 예수님을 영접하는 그들을 보며 내 마음에는 두려움 대신 더 열심히, 더 많은 이들에게 이 복음을 전해줘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들어갔다. 놀라울 정도로 필리핀 사람들은 거의 다 거절하는 사람이 없었고 복음을 전했을 때에도 참 쉽게 예수님을 영접했다. 한국에서 전도와는 참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땅은 지금 추수 할 때란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넓게 널려 있는 추수할 땅과 같다는 생각이 말이다. 저녁에 알게 된 이야기이지만 필리핀 사람들끼리는 복음 전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빈부의 차이도 심하고 그들은 서로를 무시하며 복음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저 한국인이라는 것이 전도 상품이 된 것이다. 한국인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저들은 그렇게 복음을 잘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었다. 한국인이라는 것이 전도하는데 잘 먹히게 된다면 이런 일은 우리가 더 힘써서 해야 할 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전도한 지역은 대략 중산층이 살고 있는 곳이었는데 여기도 마찬가지로 좀 잘산다고 하는 사람은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듣기를 거부했다. 한국이나 여기나 하나님이 우리 사람들에게 주신 풍요가 오히려 하나님께 나아가는데 방해가 되는 것을 보니 사람들은 참 욕심이 많은 존재이고 풍요가 다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전도한 지역은 잘 사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체로 가나하고 추한 모습의 사람이 많았다. 우리나라가 아주 가난하고 폐쇄적인 나라일 때 선교사들이 가난을 비웃고 무시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의 사랑을 더 전해야 하는 사명으로 생각했던 사실이 너무나 생각나게 되었다. 나도 전도하면 할수록 그런 마음이 들어갔다.
가난한 저들이 이상하지 않았다. 더럽고 무언가 줄 것을 바라고 있는 것 같은 저들이 무시 되지도 않았다. 오히려 한 사람 한 사람 만날 때마다 우리나라에 첫발을 디디며 우리 가난한 민족에게 손을 내밀었던 선교사들이 생각나며 나도 필리핀 사람들에게 긍휼과 사랑의 마음으로 다가가게 되었다. 그 긍휼한 마음은 나의 마음을 재촉하고 재촉해서 나는 더 부지런히 힘쓰며 사람들을 만났고 한 명 또는 그룹으로 심지어 대학교 강의실까지 가서 복음을 전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했지만 그만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좀 더, 조금만 더, 한 사람만 더 하며 자꾸 복음을 전하게 되었다.
복음을 받아들이던 사람들의 모습, 초청장에 응해서 교회에 몰려든 사람들, 예배시간 몇 시간 전부터 교회 와서 앞마당에서 뛰놀고 있는 어린이들….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필리핀은 지금 이때가 복음을 전할 때이고 그들의 로망이 된 한국 사람들이 이 일을 더 많이 감당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아멘선교회는 정말 벅찬 일정으로 우리를 이끌고 갔다. 잠도 충분히 못 잔다. 반찬도 5일내내 비슷하다. 그런데 벅찬 일정이 오히려 감사하고 좋았다. 다른 생각 할 시간도 없었고 아플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고 오직 한 가지, 전도하는 생각만 하게 하는 일정으로 이끌고 가는 이 선교회가 좋았다.
모두들 열심히 하고 모두들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좋았다. 필리핀이 전도하기에 좋은 이시기에 더 많이 전도해서 우리나라가 복음으로 누린 행복과 자유와 영원한 하늘나라의 소망을 필리핀 사람들 모두가 누리길 소망해 보았다. 아주 많이….
곽윤하 전도사 / 한돌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