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아동학대와 이로 인한 사망사건과 관련,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회장 이일하)를 비롯한 51개 단체는 지난 5월 22일 공동 성명을 발표해 정부가 아동학대예방 및 보호 업무를 국가사무로 환수하고 부족한 인프라를 시급히 확충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성명서에서 “울산 아동학대사망사건이 발생한 뒤 부랴부랴 통과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을 불과 넉 달 앞둔 지금, 과연 정부에 아동학대를 막겠다는 의지가 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의 아동학대예방종합대책에서 추가 예산이 필요한 항목이 모두 누락되는 등 특례법 시행을 위한 예산이 전무한 현 상태대로라면 특례법은 빈 껍데기, ‘기름이 없어 운행 불가능한 신형 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최근 학대신고가 지난해보다 30% 이상 급증했으나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원 수는 그대로”라며 “전국 50개, 상담원 수 375명에 불과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특례법이 정한 대로 신고 접수 후 5분 이내에 경찰과 함께 출동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하고 반문했다.
단체들은 지역에 따라 아동 1인당 학대예방사업 예산이 5배 이상 차이가 나는 등의 현실로 볼 때 선거권이 없는 아동의 생존권 보호를 위한 업무를 지방자치단체에 내맡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 아이가 전국 어디에 살든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하려면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된 아동학대예방 및 보호 업무를 국가사무로 환수하고 국고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폭력과 학대에서 아이들을 보호하는 일은 국가가 직접 책임져야 하는 최소한의 의무”라면서 ▲ 아동보호와 학대예방 업무 국가사무 환수 및 국고 지원 ▲ 아동보호전문기관 당 최소 15명으로 상담원 증원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전국 100개소 수준으로 확대 ▲ 학대피해아동 긴급보호 여건 마련 및 치료인력 배치 ▲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법률 조력인과 전담 경찰관 배치 등을 올해 안에 시행해야 할 긴급 과제로 제시했다.
아동관련 복지, 교육사업 분야에서 활동하는 단체 51곳이 아동과 관련한 이슈로 공동성명을 낸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아동학대신고는 2012년 10,943건에서 2013년 13,076건으로 늘었다.
올 들어서는 특례법이 시행되기 전인데도 월 평균 신고건수가 급증하는 추세여서 아동보호전문기관마다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또 학대피해아동 전용보호시설은 전국 36곳뿐이며 이중 심리치료 전문 인력이 배치돼 있는 곳은 5곳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