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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숙 교수의 문화나누기> 사랑의 묘약


시대에 따라 특별히 부각되는 단어가 있다. 그 시대의 정서와 현상을 집약적으로 나타내는 이런 단어들은 그 시대의 보편적 시각과 생각을 알게 하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날도 예외는 아니다. 요즘 들어 많이 듣게 되는 단어가 치유라는 말이다.


언뜻 들으면 나의 상태가 조금 여유로워져서 이제는 타인을 염려하는 단어 같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나의 상처가 아파서 그 상처를 싸매고 감싸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비치는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런 현상과 함께 우리 사회는 각 분야마다 심리 치료, 힐링 등의 치유방법의 열풍이 불고 있다. 그만큼 상처가 많은 사회라는 뜻이기도 하고 또 특별한 관심과 돌봄이 필요한 시대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과연 사람은 스스로를 치유하는 능력이나 방법을 가지고 있기나 하는가? 사람이 하는 치유가 상처를 말끔하게 낫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나? 다양한 상담과 치료의 방법론이 제시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런 질문과 함께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하는 문제이다


 이탈리아의 작곡가, 도니제티(Gaetano Donizetti,1797-1848)의 오페라 중에서 사랑의 묘약이라는 작품이 있다. 내용은 지극히 통속적이고 한편으로는 어이없기까지 하지만 엉터리 약장수에게 속을만큼 사랑과 관심에 목말라 하는 인간의 내면이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인위적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게 할 수 없고 오직 진심과 순수함만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음악이기도 하다. 오페라의 결말은 사랑의 묘약은 바로 깊고 진실한 사랑 그 자체라는 것으로 끝난다. 그리고 그 진실한 사랑에는 언제나 헌신과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을 교훈해 준다.


이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아리아 중에 하나가 남자 주인공이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남 몰래 흘리는 눈물이다. 사랑하는 여인을 얻기 위해 갖은 방법의 노력을 하고 결국에는 그 여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고 하는 주인공 남자의 애절한 호소인 이 노래는 듣는 사람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할만큼 아름답다. “나 그대에게 사랑이 꺼지지 않게 해주기를 비오라는 가사처럼 꺼지지 않는 영원한 사랑을 갈망하는 주인공의 진심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사람을 향해 진심을 갖는 것, 이 시대에 이것만큼 필요한 것도 없지만 또 이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물질과 권력 만능주의에 젖어있는 요즘 세상에서 사람을 대하면서 계산 없는 순수한 마음을 갖은 사람들을 찾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관계 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계산하며 조금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의리나 신의를 저버리는 일도 있다.


혹은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많을 사람들을 다치게 하고 상처 주는 일을 하면서도 자신의 정의로움과 옳음만을 고집하기도 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똑똑한 것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세상은 이런 사람을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관점으로, 예수님의 마음으로 볼 때에도 이것이 능력일까?


아마도 우리 주님이신 예수님은 이런 세상을 바라보시며 근심하실 것이다. 마음의 회개와 회복을 촉구하실 것이다. 이런 주 예수님의 마음을 닮는 것, 그 마음을 헤아리며 그 분이 가지셨던 심정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우리들을 치유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의 묘약일 것이다. 사람이 생각해 내는 다양한 치유의 방법들 역시 주님의 심정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그다지 쓸모가 없을 것이다.


우리를 치유하고 회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부활이신 예수님의 사랑이다. 그 분의 사랑을 덧입고 그분의 사랑 안에서 주변의 관계들을 대하는 것이 곧 우리가 그토록 원하고 필요로 하는 진정한 사랑의 묘약일 것이다. 남 몰래 눈물 흘리는 우리 모두를 진정으로 치유할 수 있는.....

 

최현숙 교수 / 침신대 교회음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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