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사랑하심을(새563/통411)
작사: 애나 워너(Anna Bartlett Warner, 1827?-1915)
작곡: 윌리엄 브래드버리(William Batchelder Bradbury, 1816-1868)
1. 예수 사랑하심을 성경에서 배웠네. 우리들은 약하나 예수 권세 많도다
(후렴) 날 사랑하심 날 사랑하심, 날 사랑하심 성경에 쓰였네
2. 나를 사랑하시고 나의 죄를 다 씻어, 하늘 문을 여시고 들어가게 하시네
3. 내가 연약할수록 더욱 귀히 여기사, 높은 보좌 위에서 낮은 나를 보시네
4. 세상사는 동안에 나와 함께 하시고, 세상 떠나 가는 날 천국가게 하소서
애나 워너(Anna Warner)는 일찍이 부모님을 잃었다. 그녀가 어렸을 때 엄마가 세상을 떠났고 변호사였던 아버지마저 몇 년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다. 애나와 언니 수잔(Susan Warner)은 글 쓰는 재능이 뛰어났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두 자매는 생계를 꾸리기 위해 청소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다행히 첫 작품으로 발표된 ‘넓고 넓은 세상’(The Wide Wide World, 1850)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 후 두 자매는 여러 작품을 내놓았다.
찬송 “예수 사랑하심을”이 지어진 동기는 꽤나 흥미롭다. 자매가 함께 지은 소설 ‘세이 앤드 씰’(Say and Seal, 1860)에는 애처로운 장면이 나온다. 소설의 주인공인 주일학교 교사 존 린덴과 그의 약혼자 페이스 데릭은 죽어가는 어린소년 조니 팩스를 방문한다.
걷지도 못할 정도로 병세가 심각해진 어린 조니는 린덴 선생님에게 “노래를 불러주세요”라고 간신히 부탁한다. 숨쉬기조차 힘들어하며 죽어가는 어린 조니를 품에 안은 린덴 선생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준다.
예수님이 날 사랑하시는 걸 알아요.
Jesus loves me! This I know,
성경이 그렇게 말해주기 때문이죠.
For the Bible tells me so;
어린 아이들은 주님의 것이에요.
Little ones to Him belong,
그들은 약해도 주님은 강해요.
They are weak but He is strong.
이 노랫소리를 들은 조니는 은은한 미소를 짓고 머리카락을 빗겨달라고 한다. 이제 마음이 편안해진 조니는 하늘나라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평안히 눈을 감는다.
소설 내용가운데 주일학교 선생님이 죽어가는 아이에게 불러준 시가 “예수 사랑하심을”이다. 가상의 이야기를 위해 쓰인 찬송이지만 이 시가 실제 찬송으로 불리자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20세기의 신학자 칼 바르트(Karl Barth, 1886-1968)가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은퇴강연을 마쳤을 때였다. 학장이 학생들에게 “박사님이 여러분의 질문을 모두 받을 수 없으니 내가 여러분을 대신하여 한 가지만 질문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바르트에게 질문했다. “박사님, 바르트 신학의 요점을 말씀해 주십시오”
수많은 저술과 강연을 통해 신학을 주장하던 그에게 그 질문은 한마디로 말하기 어려운 질문 같았다. 학생들은 숨을 죽이고 그의 말에 귀 기울였을 때 바르트 박사는 눈을 감고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나의 신학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그는 노래를 불러 대답을 대신했다. “예수 사랑하심을 성경에서 배웠네. 우리들은 약하나 예수 권세 많도다....”
이 짧은 찬송은 성경의 많은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예수님, 사랑, 성경, 우리들의 연약함, 예수님의 권세, 죄의 용서, 구원, 주님의 자비, 주님의 동행, 천국, 영생”에 대한 진리를 선포한다. 예수님의 사랑은 성경에 기록된 진리이며 신학의 핵심이다.
예수님은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 천국 문을 활짝 열고 맞이하시는 분이시다. 예수님은 우리의 몸과 마음이 연약하더라도 사랑으로 지켜주시는 분이시다. 우리가 연약할수록 돌보시는 보호자이시다. 상한 갈대도 꺾지 않으시고 꺼져가는 등불도 끄지 않으시며(사 42:3), 약한 자를 긍휼히 여기시는 분이시다.
우리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함께하시기 때문이다. 주님의 동행은 우리가 영원한 여호와의 집으로 인도될 때까지 계속되는 것이다. 찬송이 언급하고 있는 천국에 대한 소망은 소설 속의 내용처럼 죽어가는 어린 조니 뿐만 아니라 모든 크리스천에게 주는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이다.
이 찬송은 원래 어린이를 위해 쓰였지만 나라와 세대를 초월하여 지금은 남녀노소 모두가 즐겨 부른다. 어린이는 가사와 음악이 단순해서 좋아하고, 어른은 어린 시절에 예수님께 고백했던 추억을 생각하며 애창한다. 이 찬송은 음악과 가사의 주제가 간결하여 표현하기 쉽다.
소설 ‘세이 앤드 씰’을 읽던 윌리엄 브래드버리는 소설 속의 찬송시에 감동을 받고 어린이도 쉽게 부를 수 있게 곡을 만들었다. 그는 원래의 시에 후렴가사인 “날 사랑하심, 성경에 쓰였네”를 덧붙여 작곡했다.
한국 찬송가책에는 곡명이 ‘차이나’(CHINA)로 표기되었는데 곡명이 붙여진 이유가 있다. 중국 선교초기에 미국 선교사들이 중국에서 복음을 전할 때 어린이들은 이 찬송을 아주 좋아했다.
찬송의 선율이 5음 음계로 구성되어 동양적인 색체를 풍기며 단순하기 때문에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찬송이다. 선교사들이 본국에 보고한 이러한 내용이 전해지자 미국 ‘침례교찬송가위원회’가 「찬송가」(1956)를 만들 때 곡명을 ‘차이나’(CHINA)라고 붙였다.
김남수 교수 / 침신대 교회음악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