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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종교와의 대화”에 대한 침례교회의 견해 평가(3) Analysis of Baptists’ Views on “the Dialogue with Other Religions”


4. 다종교 세계 속에서 기독교인의 증거

타종교인들과 타종교 집단 간의 갈등이 관심의 대상이 되자 교황청 종교 간 대화 평의회(PCID)와 세계교회협의회 종교 간 대화와 협력 프로그램(Programme on Interreligious Dialogue and Co-operation, WCC-IRDC)이 주동이 되어서 이 주제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었다.


이어서 WCC가 세계 복음주의 연맹(World Evangelical Alliance, WEA)을 초청하여 5년간의 과정을 걸쳐 2011년에 다종교 세계 속에서 기독교인의 증거라는 문서를 발표했다. 2011년과 2012년 세계침례교연맹의 신학분과(METR)에서는 이 문서를 수용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이 문서는 7개 항의 기독교인 증거의 기초와 12개 항의 원칙, 6개 항의 권면으로 구성되어있다. 복음주의 관점에서 이 문서의 내용들을 비평해 보겠다.


증거의 기초 2항에서 기독교인의 증거는 예수 그리스도의 증거를 나누는 것이라고 하며 그 내용을 하나님 나라의 선포, 이웃을 위한 봉사, 궁극적으로 십자가로 인도될지라도 자신을 온전히 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선교사명은 세상에서 이런 증거를 나타내는 것과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랑을 보이는 행동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구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거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 혹은 대속이라는 표현의 사용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이곳에 사용된 하나님의 나라가 정확하게 어떤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지도 각 그룹에 따라서 해석이 서로 다를 수 있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4항은 사도행전 1722-28절에 나오는 바울의 아레오바고 강론을 대화의 예로 제시하면서 기독교인의 증거는 타종교와 타문화와의 대화에 참여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항의 가장 큰 약점은 어떤 종류의 대화라는 정의가 없는 점이다.


사도행전 17장의 사례를 대화로 봐야하는 지도 문제이다. 바울은 회개를 촉구(29)하는 전도 메시지의 일부로 타종교 상황을 설명한 것이지 순수한 대화 목적은 아니었다. 이를 대화의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빈약한 성서 강해라고 보인다.


5항과 6항은 기독교인의 전도를 격려하는 조항으로 긍정적이다. 특히 6항에서 기만과 강압적 방법을 이용한 선교활동의 금지는 일부 복음주의에서 행해지는 물질 중심이나 실적 위주의 선교에 좋은 경고조항이다.


7항에서는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의무이지만 회심은 궁극적으로 성령의 역사라는 언급을 한다. 이는 칼빈주의 신학에서는 어려움 없이 수용될 수 있는 표현이겠지만 복음주의 관점에서 볼 때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회심을 권하지 않도록 하는 간접적 표현으로 보일 수 있다.


원칙(principles)으로 제시된 12개 항목은 다음과 같다. 하나님의 사랑을 행함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음 그리스도인의 덕을 세움 섬김과 정의 치유 사역에서의 분별력 폭력에 대한 거부 종교와 신앙의 자유 상호 존중과 연대 모든 사람의 문화를 존중 잘못된 증거를 거부함 개인적 분별을 보장해 줌 종교 간 관계를 유지함 등이다. 주목할 부분은 개종은 적절한 숙고와 준비를 필요로 하므로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함을 권하는 것이다.


단기에 개종을 추구하다보면 문화적 오류나 의식적, 무의식적 강압이 작용하게 되는 것이 현실인데, 이를 금한 것은 적절한 주장이다. 종교와 신앙의 자유를 요구하며 어떤 정치적 개입도 금하는 것도 적절한 주장이다.


전반적으로 다종교 세계 속에서 기독교인의 증거는 침례교회의 신앙 관점에서 수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 다만 이 문서의 단점으로서 첫 번째는 타종교와의 관계 혹은 기독교 간 관계에서 차이점보다는 공통점만을 찾으려고 시도했다는 점이다.

에큐메니칼 운동에서 흔히 일어나는 단점인데 공통점만을 나열할 경우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실제 이를 적용할 경우 예상되는 많은 문제점들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종교의 핵심 사항인 신 개념이나 구원 개념의 차이를 언급하지 않고 타종교와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피상적인 결과를 얻을 뿐이다.

에릭 샤프의 대화 구분 중 세속적 대화의 차원에서는 거의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 무난한 지침이지만 본질적인 문제에 들어가면 구체성이 없는 껍데기 지침이 될 여지가 많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복음의 중심 메시지를 하나님의 나라로 규정하되 하나님의 나라 개념을 구체적으로 정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가톨릭과 에큐메니칼 그룹, 그리고 복음주의 그룹 간의 신학적 차이점을 건드리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제 이 세 그룹이 정의하는 하나님의 나라 개념은 극단적인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에큐메니칼 그룹은 점차 현세적이고 정치적인 하나님의 나라를 강조하고 있고 복음주의 그룹은 내세적 천국과 현세적 하나님의 나라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톨릭은 사실 가톨릭 내의 그룹 성향에 따라서 이 두 개념 사이를 오가고 있다.


이 정의에 따라서 구체적인 행동이 전혀 다르게 나타나는 점이 이 문서의 단점으로 보인다. 세 번째로는 종교의 자유나 대화에 근본적으로 개방되어있는 대상에게는 이 문서의 내용이 적용될 수 있지만 극단적 성향을 보이는 종교 그룹에게는 거의 적용되기 어려운 무력한 면을 보인다는 점이다.


오늘날 선교 대상의 상당 부분은 닫혀있는 창의적 접근 지역이다. 이런 지역에서 사역하는 사역자들은 이 대화 지침이 유용하지 못하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종교 세계 속에서 기독교인의 증거는 타종교 대화 내지는 타종교에 대한 증거에서 초보적인 기초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다만 대표적인 기독교 내의 세 그룹이 드물게 합의한 문서라는 점에서는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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