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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영 목사의 군선교 이야기-2

꺼져가는 생명에 구원의 불빛이!


지금으로부터 8년 전 이맘때쯤 주일저녁 예배 후에 목양실 문을 두드리는 영혼이 있었다. 간단한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한 병사로 교회에서 가끔 특송을 하던 음악을 전공한 형제였다. 이 형제는 자리에 앉자마자 대뜸 하는 말이 목사님 저 걸린 것 같아요!” “뭐가?” 한동안 침묵이 흐른 후에 나지막하게 하는 소리가 에이즈(AIDS). 군병원에서는 검사를 의뢰 중이라고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걸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하는 말이 지금 죽을 궁리만 하고 있습니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진짜 죽을 사람은 죽는다고 얘기 안 하고 죽는 것이 예전의 속설이었다면, 요즈음 나온 정설은 그때와는 다르게 자살예정인 사람은 죽겠다라는 말을 한다고 알려졌다. 그러하듯이 그 형제의 눈은 시뻘겋게 충혈이 되어 있었고 다혈질적인 성향을 보이는 그 형제의 표정을 보니 진짜 죽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일단 안정을 취하게 한 다음 그 후에 몇 차례 상담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은 하는 일의 성격상 여자관계가 매우 복잡했고, 감염은 미국유학 중이면서 방학이라 잠시 귀국한 여성에게서 전염된 것 같다는 고백을 했다.


계속해서 일관되게 자살하겠다고만 하는 형제에게 어떻게 하면 살 생각이 있느냐고 질문하니 2가지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가족들에게 일체 비밀로 해 달라는 것과 전역이 40일 정도 남았는데 퇴원 시기를 그 때에 맞춰 달라는 내용이었다.



당시에는 이런 환자는 발견되는 즉시 바로 전역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참으로 난감했다. 공교롭게도 지휘관인 병원장이 새로 부임한 때라 얘기하기도 곤란했다. 그러나 한 영혼이라도 구령해 보겠다고 군선교에 헌신한 필자로서는 전역조치 되면 나가서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이 영혼을 포기할 수 없어서 담당 군의관과 병원장을 설득해서 결국은 국군의무사령부의 허락을 맡아 40일을 보장받고 영혼 돌봄의 사역에 임하게 됐다.


문제는 중환자실에 격리되어 있는 형제와 함께 할 기간병이 필요했는데 이런 경우에는 지휘부와 담당 관계자 외에는 대외비로 보안이 철저하여 드러내놓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고민이 됐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준비된 영혼을 허락해 주셨다. 전입병 당시 관심 병사였다가 은혜 받고 신우회장을 맡고 있던 전역을 앞두고 있었던 형제가 자원한 것이었다. 그 형제의 해당과 의무병이라서 이 내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때부터 그 형제를 위한 사역은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 그 형제의 동선이 중환자실 격리실에서 교회와 산책에 이르기까지 은밀하게 모든 것이 이뤄져야 해서 40일 동안 피가 마르고 숨이 막히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사실 이 질환은 혈액과 체액으로만 감염되는 것이기에 주의만 잘하면 일상생활에서는 크게 염려될게 없는데도 한국 사람들은 옮을까봐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혹시라도 함께 예배드리는 병사 중에서 이 사실을 외부에 알려 민원이라도 제기되면 어쩌나 하는 염려가 컸다.


그리고 간부 집사님 한분이 늦게 결혼해서 40세에 쌍둥이 아들을 얻고 신생아를 안고 예배에 출석하던 시기였기에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었다. 의학적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었지만 그 형제가 사용하는 마이크와 컵 등을 담당자가 일일이 지켜봤다가 소독하는 일도 쉽지가 않았다.


엄마! 형식적인 신앙생활 청산 하세요!”

이런 와중에 그 형제와 성경공부를 시작한지 일주일 만에 역사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하루는 새벽기도를 마치고 형제가 있는 격리병실에 갔는데 병상에 앉아있던 형제가 큰 절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이어서 형제는 목사님 일주일 동안 죽음의 공포 때문에 잠을 한숨도 잘 수가 없었는데 성경 공부를 하면서 마음이 평안해졌고 말씀을 읽다가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하나님을 만나게 됐습니다. 이제는 천국에 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 언제 죽는다 해도 여한이 없습니다.”라고 고백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 엄마와 통화를 하고 싶다고 하여 전화를 연결해 주었는데 확신에 차서 하는 말이 엄마 나 하나님을 만났어요. 소원이 있는데 엄마! 형식적인 신앙생활 청산하세요! 지금부터라도 신앙생활 제대로 하시고 예배도 진실되게 드리세요!”라는 것이었다. 짧은 기간에 강하게 역사하시는 주님의 임재하심에 감사와 감격이 밀려오는 순간이었다.


그때부터 형제의 삶의 자세가 놀랍게 변화되었다. 우선 찬양하는 모습이 달라졌다. 음악성을 자랑하는 찬양이 아니라, 죽음을 경험하고 난 구원의 기쁨과 새 생명을 얻은 거듭남 속에서 우러나오는 영혼의 울림소리였다. 감사의 눈물과 온몸을 떨면서 절규하듯 찬양하는 형제의 모습에서 형제를 붙들고 계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느껴졌다.


전역을 일주일 앞두고는 사회적응 훈련과 어떤 유혹이라도 물리치기위한 성구 암송 및 환경 극복훈련을 실시했고 전문교회를 소개해 줬다. 귀한 은혜 체험을 의무사 MCF(기독간부모임)회지에 간증문을 기고하고 전역한 형제는 지금도 건강한 모습으로 신앙생활 하며 자기의 일도 의욕적으로 하면서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 이후에 이런 일들이 필자에게는 자연스럽게 특수사역으로 이어져 왔다. ‘AIDS(후천성 면역결핍증)’는 발병하면 많은 수가 2년 안에 사망하는 무서운 병이다. 그러나 그 전단계인 감염된 상태를 ‘HIV(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감염이라고 하는데 이때는 약을 잘 먹고 몸 관리만 잘하면 건강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군에서 발견되는 환자가 대부분 이 단계이다. 현재 에이즈 감염이 확인된 군 장병이 느는 추세이다. 신병교육대의 헌혈과 또는 다른 질병을 진료하는 과정에서 확인되고 있다. 개인마다 감염기간도 다르고, 필자가 알기로는 고비용 문제로 징병검사시 에이즈 검사를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한 보건당국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본다.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부모의 욕심에 의한 자녀 유학은 피해야 하고, 군대 간다고 송별회하는 과정에서 유흥가에서 감염되는 사례도 많아 교회 청년부에서도 군 입대를 앞둔 형제들에게 필히 교육을 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우리나라는 인권문제 등 여러 이유로 HIV 감염자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안 되고 있기 때문에 각자가 조심하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한때의 실수로 난치병에 걸렸지만, ‘사마리아 여인간음한 여인에게 다시는 죄짓지 말라고 손을 내미셨던 주님을 기억하며 낮은 곳에 있는 영혼들을 돌봐야 하는 교회의 사명을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할 때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믿음의 기도는 병든 자를 구원하리니 주께서 그를 일으키시리라 혹시 죄를 범하였을지라도 사하심을 받으리라” (야고보서 5:15).


유지영 목사

국군춘천병원 새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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