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는 혼자서도 거뜬히 여러 화음을 동시에 만들어 낼 수 있는 독특한 매카니즘을 가진 악기이다. 그래서 피아노는 악기 중에서 보편적으로 혼자 연주하는 것이 가능한 유일한 악기이기도 하다.
홀로 씨름하고 홀로 연주하지만 또 혼자서 무대의 조명을 온전히 다 받을 수 있는 악기인 동시에 다른 악기들과 함께 연주하며 선율악기들의 빈 공간을 채워주고 받쳐주며 돋보이게 해 줄 수 있는 음역과 음향을 가진 악기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피아노가 발명되고 발전한 후 300년이 훌쩍 넘는 시간 속에서도 악기의 왕이라는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온 악기이다.
이렇게 혼자서도 돋보이는 악기이기에 고독하기도 하고 또 자칫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인 사고가 습관이 되기도 쉬운 것이 피아노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독자적인 피아노 연주에 있어서 나누며 배려하는 작업을 통해 또 다른 차원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해 주는 음악이 있다.
바로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작품 365번이다. 피아노의 신동으로 당시의 유럽 사회를 놀라게 했던 모차르트는 자신을 조금 내려놓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조화를 이루는 연주를 통해 더 풍성해지는 음악의 비밀을 이 작품을 통해 발견한다.
흔히 협주곡하면 한 사람의 독주자를 중심에 두고 수 십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함께 호흡하며 독주자를 무대의 꽃으로 만들어 주는 연주형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솔로연주자들에게는 큰 희열과 만족감을 주는 연주형태이다. 그러나 모차르트는 한 대가 아닌 두 대의 피아노가 함께 연주하는 협주곡을 통해 협주곡 연주의 성취감과 기쁨을 상대 연주자와 효과적으로 나눌 줄 아는 지혜를 요구한다.
이것은 보다 깊고 성숙한 음악적 통찰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나누고 배려하고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고 함께 하려는 마음이 필요한 작업이다. 이 작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음악은 아름답고 품격에 넘칠 뿐 아니라 기대하지 못한 큰 기쁨으로 재생된다.
우리 삶속에서 모차르트의 음악적 예지를 배울 수 있으면 세상은 좀 더 살만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누구나 혼자 중심에 서서 모든 관심과 칭송의 대상이 되려고 애쓴다. 남보다 더 많이 갖고 남보다 더 많이 인정받고 남보다 앞서보려고 우리는 참 많은 노력과 시간을 쓴다. 이것을 자신의 가치를 결정하는 경쟁력이고 세상을 사는 지혜이며 삶의 꿈이라고 정당화하기도 한다.
물론 삶을 향한 치열함, 절실한 노력, 그리고 그것에 대한 보상을 나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지극히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야망을 위해 타인의 상처를 돌아보기보다 그 상처를 들춰내고 남을 배려하기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무시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은 타인과 함께 나누고 소통하며 배려하는 마음이 얼마나 더 크고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 수 있는가를 말해준다. 사람의 이기심과 욕심에 대한 조용한 꾸지람이고 좀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하라는 음악적 촉구이다.
깊어가는 가을,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을 들으며 모차르트의 교훈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서로 사랑하라는 우리 주님의 준엄한 명령을 말만으로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작은 나눔과 배려를 통해 실천하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삶을 위한 마음의 양식이 될 수 있는 음악! 두 대의 피아노가 나누는 배려와 소통의 아름다운 대화를 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