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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그 만큼


10여 년 전 예기치 않게 어느 기독교인들의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 중에 교회에서 사역하기도 하고 기관에서 사역하기도 했던 한 분이 이야기 중에 이런 말을 했다. “교인은 자기 목회자를 따라가기 때문에 수준이 자기 목사 수준이다. 목사를 보고 교인을 보든 교인을 보고 목사를 보든 내가 겪어본 경험에 의하면 교인은 영락없이 자기 목사 수준, 딱 그만큼이다.”


그 분은 내가 목사인줄 알면서도 거침없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 그만큼 확신하고 있다는 말일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바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정말 그럴까?’하며 우리 교회 교인들을 생각하는 순간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당황스러웠기 때문이다.


몇 안 되는 교인들이지만 개중에는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교인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믿은 지 얼마 안 되지만 덕스러운 믿음 생활을 하는 이가 있는 반면 목사인 나로 하여금 자괴감을 느끼게 할 정도로 변화되지 않는 이도 있기 때문이다.


그 때가 내가 우리 교회에서 목회한 지 10년 가까이 되었을 때니 아무리 내가 열두 번째 목사라고 하더라도 교인들의 당시 신앙 수준에 내 책임이 상당히 있음을 부정하기 어려웠다. 일반적으로 개인 대 개인 또는 개인 대 집단, 집단 대 집단의 관계에서 성공이나 실패, 발전이나 퇴보의 책임이 어느 쪽에 있는가를 판단하자면 영향력 측면에서 주도적인 입장에 있는 사람의 책임이 크다는데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을 주로 받아주는 대안학교를 알고 있다. 거기서 일하시는 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들 중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수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과정을 마치고 상급학교에 진학해 건강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고 한다.


그렇게 되기까지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였겠지만 내가 보기에 가장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바로 선생님들이다. 그 분들을 만나보면서, 그리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그 분들은 참스승이시구나라는 마음이 들었었다. 나의 학창시절을 되돌아봐도 내 자녀들의 학교생활을 살펴봐도 선생님들의 영향은 정말 크고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제자는 스승만큼 자란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청출어람(靑出於藍)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제자가 스승보다 뛰어나다는 말인데 이 말에 따르면 제자는 스승만큼 자란다는 말은 맞지 않는다. 하지만 굳이 청출어람이란 말이 있는 것은 모두가 그러한 것이 아니라 아주 드물게 제자가 스승보다 뛰어난 경우도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자는 스승만큼 자란다는 말은 절대 진리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러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과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같은 정치가들의 관계에서는 어떨까? 얼핏 생각하면 국가의 지도자적 역할을 하는 정치가들이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주도권이 정치가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나라의 모든 문제의 책임을 그들에게 돌린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의 막강한 영향력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들을 그렇게 하도록 뽑아준 것은 국민이기 때문이다.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하고 자기과시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뽑아놓으면 국민을 속이고 국민의 이익보다는 자기과시를 위해 국가를 위한다는 포장을 씌워 혈세를 쏟아 부을 것은 뻔한 이치다.


성추행으로 몰려난 자를 또 뽑아주고 욱일승천기 휘날리는 일본 자위대 기념식에 의기양양하게 앉아 있던 자를 또 뽑아주면 그들은 그들답게 일할 것이다. 정치에 있어서 가장 주도적인 존재는 유권자인 국민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나라의 정치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정치의식 수준만큼 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민주주의가 자생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들어와 학습된 것인데 이 경우 민주적 정치발전에 있어 지도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북한의 경우 김씨 왕조가 3대째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북한 주민들이 한 번도 민주주의를 경험하지도 배우지도 못한 것이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그들은 조선왕조를 이어 일제 군국주의를 경험한 후 곧장 김일성 우상화를 통해 세워진 왕조국가에 들어갔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실감할 틈이 없었다. 우리나라도 초기 지도자들이 독재를 하지 않고 국민들로 하여금 민주주의를 보다 잘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왔다면 우리의 정치 수준은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정치수준 발전에 국민의 의식수준이 가장 중요하지만 아직은 정치지도자들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목사의 수준과 교인의 신앙 수준의 관계는 목자라는 말 속에 담겨진 의미처럼 목사에게 주도권이 있으니 일차적으로 목사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교회는 공동체이기에 교인들의 영향력 또한 중요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위기에 빠진 한국 교회가 당면한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성도들의 의식이 깨어나야 가능하다는 주장에 따르자면 성도들의 수준이 목사의 수준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고 또 미쳐야 한다는 말로 이해될 수 있다. 성도의 신앙수준은 목사의 수준 만큼이고 목사의 수준은 성도의 수준 만큼이라는 말이 가능할 것 같다


고성우 목사

반조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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