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마당에 서서

해 질 무렵 문득 일어나는 마음을 따라 마당에 나가 선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몸을 부드럽게 감싸듯 스쳐 지나간다.
순간 사방에서 온갖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온다. 집안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정말 많은 새들이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 함께 살고 있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서쪽 하늘을 보니 조각구름들과 어우러진 노을이 그 어느 꽃보다 화려하고 곱다.


지는 해가 걸린 사철나무 울타리가 어느 새 사람 키보다 크게 자라있다. 예배당 새로 지을 때 심었으니 15년이 지났는데 거름 한 번 준적 없어도 참 잘도 자랐다.


사철나무 울타리 밑에 있는 장미나무에 노란 장미가 세 송이 피어있다. 빨강, 분홍 장미와 함께 세 그루 심었었는데 둘은 몇 년 못살고 죽고 노란 장미만 10년을 넘게 살아남아 꽃을 피운다.

 

심은 것도 박토에 심은 탓인지 사철나무에 가깝게 심은 탓인지 제대로 자라지 못해 키가 1미터도 안 되고 약 한 번 해준 적 없는데 해마다 초여름에 한 번, 가을에 한 번 서너 송이의 노랗고 예쁜 꽃을 피운다. 아내는 이 장미를 보고  “참~ 충성스럽게 꽃을 피우네,”라며 감탄한다.

 

누가 알아주든 말든, 대접을 해주든 말든 해마다 어김없이 꽃을 피우는 것이 기특한 나머지 장미에게 내리는 칭찬이리라. 아내의 말을 떠올리며 충성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본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길을 저 장미만큼 충성스럽게 가고 있는가?’


비행기 소리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본다. 까마득하게 높은 하늘에 비행기가 지나간다. 우리 집 머리 위 하늘은 비행기가 다니는 하늘길이다. 남쪽으로 가는 모든 비행기가 지나다니는 듯 어떤 때는 오르내리는 비행기가 동시에 네다섯 대가 동시에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우리 집 위에 하늘길이 있다는 것을 10년이 넘게 살도록 알지 못했었다. 지금만큼 많이 다니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많이 다녔을 텐데 알아채지 못했다. 비행기 소리도 듣고 어쩌면 더러 보기도 했을 텐데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교인들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수십 년 동안 살았지만 자기도 몰랐다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한’ 채로 살아왔던 것이다.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는 수많은 부류의 사람들을 향해 구약의 선지자처럼 한탄하며, 교인들에게 외쳤던 나인데, 그런 나도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한 것이 있었던 것이다. 내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한 것이 어디 하늘 길과 거기를 다니고 있던 비행기뿐이었으랴!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는 것이 있을지 모른다. 아니 보려고도 하지 않고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있을지도 모른다. 열리고 깨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몇 년 전 날아가는 비행기만 바라봐도 가슴이 설레던 적이 있었다. 조그만 시골 교회 목사인 내게 외국에 나갈 기회는 거의 없었는데 어느 선교지에서 작은 신학교를 운영하던 선교사님께 특강 부탁을 받고 다녀오게 됐다. 관광을 하러 간 것은 아니었지만 혼자 처음 하는 외국여행의 여운은 꽤 오랫동안 지속됐다. 그렇다고 해서 외국을 내가 서울 다녀오듯 다니는 사람을 부러워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그들의 일을 하고 나는 나의 일을 하는 것이니. 하지만 여건만 허락된다면 외국여행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등을 돌리니 예배당 앞 언덕 아래 ㄱ집사님 집 지붕이 보인다. “어머님이 소천하셨습니다.”라는 집사님 아들의 전화를 받은 지 몇 시간이 지났지만 허전한 마음이 쉬 가라앉지 않는다. 얼마나 건강하고 일을 많이 하던지 젊은 사람들도 고개를 흔들 정도이었는데 몇 년 전 넘어진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해지자 자식들에게 의탁하러 서울로 올라가더니 3년 만에 소천하신 것이다.


거의 60년이 되어가는 우리 교회의 역사 속에서 ㄱ집사님의 이름을 빼고는 그 서술이 어려울 정도로 온갖 충성을 다하던 분이다. 사람인지라 흠이 없을 수는 없지만 그 분만한 충성과 열심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지금도 예배당 정원에는 그 분이 심어 놓은 나무들이 곳곳에 자라고 있다. 그리도 교회를 사랑하시더니 당신이 늘 앉아 예배드리던 자리에 다시 한 번 돌아와 앉아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신 것이다.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는 빈 집으로 남겨진 집사님 집 지붕을 내려다보노라니  허전한 마음이 더해지는 듯하다. 만약에 천국에 대한 소망이 없다면 인간이 허무에 빠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교회에 죽음이 멀지 않은 노인들이 많다보니 천국의 소망은 막연한 미래가 아니라 보다 현실적인 소망으로 느껴진다.

 

헤어짐의 아쉬움과 빈자리의 허전함을 피할 수는 없으나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만날 소망이 있다는 것이 정말 큰 위로가 된다. 해가 지고 바람이 서늘하다. 가을이 깊어간다.  
고성우 목사 / 반조원 교회



총회

더보기
114차 총회, 법무법인 성현과 업무협약
114차 총회(총회장 이욥 목사)는 지난 4월 2일 서울 여의도 총회에서 법무법인 성현(대표 최재웅 변호사)과 법률 지원에 대한 업무 협약을 진행했다. 이번 협약은 기독교한국침례회 총회와 관련된 법률적 조언을 비롯해 총회 업무와 관련한 법령 등 법규의 해석을 법무법인 성현이 지원하며 법률 분쟁에 대한 예방 및 대응방안 등을 공유하기로 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이욥 총회장은 “침례교회는 총회 규약과 기관 정관 등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여러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 법적인 논쟁으로 인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를 뒷받침 해줄 수 있는 법률 자문 기관이 필요하다. 이번 업무 협약으로 총회가 보다 사역에 집중할 수 있는 토대가 되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성현 최재웅 대표는 “이번 교단 총회와의 업무 협력 체결로 총회에 대한 법률적 지원은 물론 교단에 속해 있는 여러 교회와 성도들의 개인적인 법률 상담도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법무법인 성현은 2016년에 설립했으며 민・형사 사건은 물론 재개발・재건축, 기업인수・합병, 증권, 금융, PF에 관한 사건 등을 수임・처리하며 종합 로펌으로 성장했다. 대표 최재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