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귀하신 주님의 이름으로 인사드립니다.
계속 가물었던 땅에 비도 자주 내리고, 아침저녁으로 제법 차가운 느낌을 받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6월을 지나면서 더 짙어질 파라과이의 겨울은 낮아지는 기온과, 높아지는 습도로 눅눅해지는 환경과 언제 바뀔지 모르는 기온으로 항상 4계절 옷이 다 나와 있어서 정리가 안 되는 삼중고의 삶이 기다리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파라과이는 역시 더워야 제격이야’를 외치기 시작하는 이즈음에, 주님께서 베푸신 은혜와 평안의 소식과 함께 그간 있었던 사역지의 소식들과 기도 제목들을 보내 드립니다.
Altar Familiar교회 소식(으빠네 쎈뜨로 지역)
주님의 은혜와 페이쓰빌 한인침례교회의 후원으로 ‘알따르 파밀리아르’ 교회의 건축이 지난 3월 초에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건축이 시작되면서 교회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던 일부 주민들의 여론도 수그러들었고, 오히려 긍정적인 관심이 높아진 것은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건축이 가능하도록 헌신하시는 교회와 성도들, 기도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완공과 더불어 필요한 집기들의 마련과 교회 성장을 위해서, 또한 건축을 맡은 Artilio 형제가 끝까지 일을 잘 감당하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는 7월 10일~12일에 교황의 파라과이 방문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가톨릭이 신앙이나 종교이면서도 동시에 뿌리 깊은 전통이자 문화로 정착을 한 남미에서는 사회적인 영향이 여전히 큽니다.
그런데 30년 만에 다시 이뤄지는 교황의 이번 파라과이 방문으로 복음주의 교회들에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을 합니다. 이제 막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는 알따르 파밀리아 교회뿐 아니라 파라과이의 모든 복음주의 교회들과 성도들이 깨어서 든든히 설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합니다.
믿음의 여인 술미나
부활주일 바로 전날인 지난 4월 4일(토) 새벽 산 로렌소 시(市)의 시장에서 발생한 큰 화재로 200여 상점들이 불에 타는 중에 또레푸에르떼 교회 교우들 중 11가정이 피해를 입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을 했습니다.
아침 일찍 TV 뉴스를 보고 교인들이 염려돼 시장으로 달려갔지만 화재가 발생한 지 6시간이 지난 그 때까지도 불길은 여전한 상태였고, 소방차와 소방대원들, 경찰들과, 아직 타지 않은 물건들을 꺼내오려는 상인들, 그리고 꺼내온 상품들을 도둑들로부터 지키려는 사람들과 구경꾼들로 시장 주변은 온통 아수라장이었습니다.
교우들 중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은 가게와 창고까지 모두 타버린 ‘술미나’였습니다. 뭐라 위로할 말을 찾지 못하는 제 손을 붙잡은 술미나가 사진 속의 그 미소 띤 얼굴로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목사님, 뭔가 저희가 알 수 없는 하나님의 뜻이 있을 거라는 생각 외엔 원망스럽거나 절망스런 생각이 하나도 들지 않아요. 없어진 것은 언젠가 다시 찾으면 되고, 다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주님께서 저의 마음과 생각을 평안하게 지켜주시는 것이 오히려 기쁘고 감사할 뿐입니다.” 그 고백을 듣는 순간 저는 더욱 할 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다음날인 4월 5일 부활 주일 오후에 또레푸에르떼 교회를 통해 새로 시작한 지교회의 창립 예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배를 위해 가는 길에 술미나의 집에 잠시 방문했다가 자기를 위로하기 위해 찾아온 친구들에게 오히려 복음을 전하며 성경공부를 인도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공부를 마치고는 예배 장소까지 3km 정도를 걸어 와서 그 전날 모든 것을 화재로 잃은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의연한 모습으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예배에 참석한 다른 이들을 기쁘게 섬기기까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예순 중반의 나이로 얼마 전 손녀까지 얻은 술미나는 과거 또레푸에르떼 교회의 개척 당시 저와 함께 짐을 졌던, 그래서 저에게는 ‘빌립보 교회의 루디아’와 ‘고린도 교회의 스데바나’ 같은 사람입니다.
젊은 날들의 모든 수고와 땀이 바로 눈앞에서 연기와 불속으로 사라지는 참담한 절망 가운데서도 오히려 주님이 주시는 평안을 감사하고, 일상의 삶을 유지하며 변함없이 다른 성도들을 섬기려는 술미나의 모습에서 믿음으로 살아왔고 또한 믿음으로 살기를 힘쓰는 인생의 참되고 위대한 승리가 어떤 것인지를 분명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주님은 그와 다른 성도들의 잃은 것들을 반드시 회복시키실 것입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믿음을 지닌 성도가 참으로 존경스럽고 자랑스럽습니다.
또한 이것은 선교지에서 이러한 역사가 가능하도록 항상 기도하시고 협력하시는 고마운 여러분들과 마땅히 함께 누릴 영적인 보람과 열매입니다. 여러분의 귀한 동역에 항상 감사합니다.
-기도제목 -
1. 화재로 피해를 입은 성도들과 상인들에 대한 피해 보상과 복구가 정상적으로 그리고 속히 이뤄지도록.
2. 또레푸에르떼 교회를 통해 학교가 세워져서 교육 선교 사역에 대한 비전을 이룰 수 있도록
3. 건축되는 교회를 통해 알따르 파밀리아 교회(으빠네 쎈뜨로)의 성도들이 복음 전파 사역에 더욱 힘쓰도록
4. 7월 교황의 방문이 오히려 복음주의 교회들과 성도들이 더욱 든든히 서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도록
2015년 5월
고현묵-변성희 선교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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