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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선교사 부부

누구든지 자기 친족 특히 자기 가족을 돌아보지 아니하면 이는 믿음을 배반한 자요 불신자 보다 더 악한자니라”(딤전5:8) 교단마다 앞 다투어 경쟁이나 하듯 많은 선교사들을 훈련하여 많은 나라에 파송하고 있다. 또한 파송된 선교사들의 현지 사역을 돕기 위해 많은 교회들이 선교비를 책정하여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적인 선교사 재교육이나 훈련 프로그램들을 지원하는 사역들은 미미하거나 형식적인 프로그램으로 마치는 경우가 많다.


어느 원로 목사님의 고백이다. 15년 전 자신의 교회에서 파송한 200여 선교사들의 현지 사역을 순회하던 중에 선교사님들의 가정들이 문제가 많음을 알게 되었다. 선교사 가정 안에서 해결되지 않은 부부 갈등이나 자녀문제들로 인하여 사역의 기쁨도 즐거움도 없이 분노와 원망으로 사역을 감당하는 것을 보고 적지 않게 놀랐다고 한다. 또한 현지인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사역을 중단하는 사례도 원만치 못한 선교사 부부관계에 있음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고국에 돌아와 교역자 회의와 선교위원회 회의를 통해 실제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기로 하고 연구한 결과 현지 선교사 부부들의 가정을 바로 세우는 것이 우선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선교사 부부세미나를 2년에 한 번씩 개최하기로 하고 시작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비록 많은 예산을 지출해야 하는 부담으로 인해 격론도 있었지만 실행 후 지금까지 이 교회는 이 사역에 많은 인원과 재정을 투자하고 있다. 이 사역에서의 수입은 0(제로)이다. 예산 100% 투자이다.


그러나 이사역의 결과는 놀라울 만큼 컸다. 선교사님들의 가정이 회복이 되니 사역도 극대화 되고 기쁨과 감사의 간증들이 넘쳐났다. 매 회 때마다 선교사 부부들의 간증들이 책자로 발행되고 고국에 돌아와 선교 보고할 때 마다 전 교우들이 감동을 받고 은혜를 받으니 선교 헌금도 차고 넘치게 되었다. 이 교회에서 지원하는 선교사 부부세미나의 좋은 소문들로 인하여 몇몇 대형교회들이 똑같은 선교사 부부세미나를 열기 시작했고 꾸준히 이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장로교 통합측, 역시 내년 2월 첫 주간에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선교사 부부세미나를 충신교회의 전폭적인 예산 후원을 받아 처음으로 개최한다.


지난 주간에는 제13차 중남부아프리카 선교사 영성수련회에 처음으로 부부수련회를 포함시켰다. 매년 실시하는 선교사 영성수련회이며 오륜교회(김은호 목사)가 모든 경비를 지원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Golden gate international park 에서 개최된 이번 13차 대회에는 17개국 130여 선교사 가정들이 모였다. 수련회 후 설문 결과 그 동안 있었던 모든 영성수련회 중 가장 필요하고 의미있는 수련회였다고 평가되었고 내년에는 부부세미나로만 개최하기로 연합회 임원단에서 의결하기도 했다. 선교사들도 가정이 안정되고 평안해야 사역도 기쁨으로 감당할 수 있다는 경험을 한 것이다.

 

이 선교사 수련회에서 경험한 작은 이야기를 소개한다.

수련회 두 번째 날, 오후에 선교사 부부들을 위한 강의를 마치고 잠시 쉬고 있는데 50대 후반의 한 여성 선교사가 찾아 왔다. 그리고는 불쑥 2년전에 남편이 위암으로 위를 70%를 절제한는 수술을 받았는데 지금 다시 재발되어 병중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제가 선교를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요?

아니면 그래도 선교를 위해 이곳에 계속 있어야 하나요? 어느 것이 하나님의 뜻인가요? 물어왔다. 그렇게 시작된 상담은 저녁시간 될 때까지 이어졌다. 이 여인은 10여년 전, 아내가 신학교에 간다면 이혼하겠다는 남편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신학을 한 여인이었다. 또한 아프리카에 와서 선교하면서 느낀 보람들을 말하면서나는 참 행복한데 가족들이 행복하지 않아 고민이라고 고백한다.


상담하면서 정말 행복하시냐?”정말 선교가 보람이 있느냐?”고 간간히 물었다. 상담이 진행되면서 울기 시작하는 노령의 여인 어깨위로 한없는 외로움과 서러움이 무겁게 앉아 있음을 보았다.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자녀에 대한 그리움이 산같이 쌓여 있는데 스스로 선교 사명이라는 위안 속에 깊이 숨어 있었던 여인. 무능한 남편으로 인한 경제적인 압박과 그럼에도 불편하기만 한 시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일, 또한 세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무거운 짐들이 겹쳐 신음하는 사이 교회는 이 여인의 피난처가 되어 주었다.


교회에서 살다시피 하던 이 여인은 결국 교회에서 운영하는 신학교에 입학하게 되었고 그 후에 삶은 가정보다는 교회가 우선이요 주의 일(?)이 우선이 되어 갔다. 문제는 그럴수록 남편과의 갈등은 점점 더 수렁으로 빠져들었고 아이들과의 갈등도 점점 더 깊어만 갔다. 가족들은 모두가 자신을 나무라고 질책하는데 반하여 교회는 자신을 인정해 주고 세워주는 곳이 되어 갔다. 결국 불편한 가족 관계 속에서 지쳐가던 이 여인은 아프리카 선교사로 지원하게 되었고 지금은 가족들과 헤어진 채 홀로 아프리카에서 선교의 사명을 감당하며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상담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 여인은 서서히 자신의 본 모습을 직면하면서 자신이 거짓 되게 살아왔음을 보기 시작했다. 아프리카에 온지 6년 동안에 이루어 놓은 것은 별로 없었다. 10명도 채 안되는 성도들과의 지난 6. 고국에서 보내오는 선교비로 겨우 겨우 삶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했고 최선을 다했는데 선교사 세계에서 마저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의 삶이 한없이 초라했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작은 목회가 자신의 사명이라고 고백하며 살았는데, 문제는 자기 때문에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는 남편, 어릴 때는 교회를 잘 다녔던 자녀들 마저도 이제는 기족을 버리고 선교한다고 아프리카로 떠난 어머니로 인해 상처받고 교회를 등진지 오래 되었다고 고백한다. 한국에 있는 남편은 착한 남편이기에 지금도 아내가 한국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단다.


신학교에서 공부하는 일로, 교회일로 밖에서 살다시피 할 때도 비록 간간히 불평을 하셨지만 자기 아이들을 길러주신 착하신 시어머님께 평생 불효했다며 비로소 흐느껴 운다. 하나밖에 없는 딸이 시집간지 몇 년인데 사위에게 밥 한번 지어주지 못한 장모였다고 운다. 어깨를 안아드렸다. 주님이 이 가련한 여인을 꼬옥 안아 주실 것 같아 그렇게 꼭 안아드렸다. 소리내어 우는 울음 속엔 회한과 죄책과 외로움이 깊게 묻어나고 있었다.


이 여인이 재차 묻는다“. 목사님, 가족에게로 돌아가야 하나요? 그러면 이곳 교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프리카에 뼈를 묻을 각오로 하나님께 기도하고 왔는데 가족 때문에 사명을 버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신앙적 결단이 아니지 않은가요?” 이 여인에게 이렇게 답해 주었다“. 하나님께서는 목사님께 목사의 직분을 허락하시기 전에 이미 아내와 어머니의 직분을 먼저 주셨습니다. 그 직분이 목사의 직분보다 결코 가볍지 않은데 목사님은 오직 목사만이 가장 귀한 직분인 것으로 생각하며 살아오셨습니다. 목사님은 바울처럼 결혼하지 않고 혼자 선교하며 사셨어야 옳았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목사님을 목사로 부르시기 전에 먼저 결혼하게 하셨고 남편과 자녀들을 주셨습니다. 결혼하셨다면 하나님께서 나에게 먼저 가정을 맡기셨다는 믿음을 가지셔야 옳습니다. 그런데 그 가정을 소홀히 하셨습니다. 지금 있는 성도들은 목사님이 아니라도 다른 목사님 밑에서 신앙훈련을 할 수 있지만 한국에 있는 병든 남편과 자녀들에게는 반드시 당신이 필요합니다.

그 자리는 다른 사람이 대체 할 수 있는 포지션이 아닙니다. 병든 남편과 자녀들에게 필요한 아내와 어머니는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답니다. 당신만이 하실 수 있는 고유의 일이지요서럽게 우시는 여인의 어깨를 안아 드렸다.


마지막 저녁 집회에서 앞에 앉아 환히 웃는 모습을 보았다. 그늘진 얼굴이 없어졌다. 수심에 찬 듯한 얼굴이 없어졌다. 집회 후 저를 찾아와 손을 꼭 잡아주시는 손길에 깊은 사랑이 힘있게 전달되어 왔다. 늙으신 시어머니와 병든 남편을 간호하며 자녀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다하며 사실 여인에게 축복을 기도한다.

이희범 목사 / 지구촌가정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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