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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어린 시절 이해하기

한 젊은 의사 부부가 이혼하기로 결정하고 양쪽 집안에 통보했다. 부모님들은 잘 살고 있는 줄 알았던 자녀 부부의 이혼 소식에 놀라 어쩔 줄 모르다가 상담실을 찾아 왔다.

남편과 아내는 각각 의사로 사회에 봉사하고 있는 장래가 촉망되는 부부이다. 올망졸망한 두 남매를 키우면서 남부럽지 않게 살아가고 있는, 외적인 모습에서도 어두운 데라고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잘 어울리는 모습의 부부였다.


상담 중에 부부학교에서 교육 받기로 했고 교육 후에도 변화가 없으면 그때 이혼하기로 서로 합의하고 이혼일정을 뒤로 미루었다. 전체 열 두 번 모임 중 두 번째 모임에서 아내가우리 남편은 봉급을 타면 내놓지 않아요, 지금까지 우리 부부는 각자가 벌어서 각자가 알아서 쓰며 살아 왔어요한다.

이 부부는 6년 전 남편이 군의관으로 복무하고 있을 때 중매로 결혼했다.

결혼한 후 첫 달에 큰 싸움을 하고 말았는데 공교롭게도 그 날이 남편의 월급날이었다. 결혼 후 남편의 첫 월급날에 아내는 수고한 남편을 위하여 열심히 집안을 정성껏 청소하고 예쁜 홈 드레스도 입고 맛있는 저녁상도 차렸다. 퇴근해서 들어오는 새 신랑을 호들갑(?)스럽게 반기며 영접해 주었고 최선을 다해 서비스를 하면서 저녁도 풍성하게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아내가 설거지까지 다 하고 났는데도 이 남편이 월급 봉투를 내놓지 않았다. 이상하게 생각한 아내가 물었다.

"자기, 오늘 봉급날 아니야?”

, 오늘 봉급날이야

그러면 봉급 받았어?”

, 봉급 받았지, ?”

왜가 뭐야? 봉급 받았으면 날 줘야지?”

, 돈 필요해? 얼마 줄까? 5만원? 10만원?”

무슨 소리예요? 살림은 제가 하잖아요! 다 주세요!”

행복해야 할 신혼의 첫 봉급날 나에게 다 줘!” “나에게 타 써!”로 울고불고 대판 싸웠는데도 남편은 지금까지 자신에게 월급봉투를 맡기지 않는단. 급기야 신부는 신랑이 자신을 불신하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고 갈등하며 다툴 때 마다 아내는 남편을 향해 구두쇠로, 돈밖에 모르는 남자로 매도하기에 전심전력을 다했다.


그 후 이 부부는 별 것 아닌 사사로운 문제도 그냥 지나가지 못하고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받게 되었고 결국 서로에게 이혼하자는 말을 쉽게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누구의 잘못일까? 누가 더 잘못했을까? 신랑일까? 아니면 신부일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의 생각을 묻고 싶다. 남편에게 아버지 이야기를 해보라고 했다. 남편이 자신의 어린 시절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하는 동안 아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비로소 남편을 이해할 수 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남편은 아버지에게서 돈 타 쓰는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등교하는 날 아침에엄마! 나 학교에 돈오천원 가지고 가야 되요. 돈 주세요하면 엄마는 안방에 있는 아버지를 부르며여보! 애가 학교에 돈 오천원 가지고 가야 한데요!”하고 소리를 지르면 아버지는 어험 큰기침을 하시고는 지갑을 꺼내서 오천원을 꺼내 엄마를 주셨다. 그러면 엄마는 아버지에게서 받은 돈을 아들에게 주면서학교 늦겠다. 빨리 가라!”하셨다.


이 남편이 돈을 관리하려고 했던 이유는 바로 어린 시절 자신이 보아온 아버지의 모습 때문이었던 것이다. 아내가살림은 내가 하는 거니까 다 달라고 요구했던 이유는 어디로서 부터일까? 그렇다. 아내 역시 자신의 부모와의 관계에서 온 것이었다. 남편에게서와 똑같이 아내에게도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하도록 했다. 아내의 어린 시절 장인 장모의 결혼생활을 듣던 남편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짓는다. 아내의 아버지(장인)는 봉급날이면 직장 동료들과 기분 좋게 한잔 하시고 오셔서 기분 좋게 아내를 부르며 월급봉투를 몽땅 아내에게 주시는 아버지였다. 이 남편과 아내의 머릿속 앨범 속에는 반짝이는 눈으로 찍어 놓은 사진이 서로 달랐던 것이다.


인간의 성품과 기질, 또한 습관과 태도는 학습이나 교육에 의하여 만들어지기 보다는 어린 시절 보고 듣고 경험되어진 것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것이훨씬 크다. 배우자의 성격이나 습관은 대부분 어린 시절 원가정에서 비롯된다. 그런데도 배우자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하여 배우자의 성격이나 습관을 이해하지 못해서 비난하거나 정죄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해되지 못하는 부분 때문에 갈등하고 고통스러운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부부들도 많다.


이러한 부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배우자와 충분히 나누라고 하면 쓸데없이 왜 어린 시절을 나누라는 것이냐?”하고 퉁명스럽게 반응하는 분들이 있다. 어린시절 너무 괴롭고 힘든 시절을 보내온 분들일수록 더욱 이런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분들일수록 어린시절의 아픔을 드러내야 하며 공감받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아픔들이 공감하는 배우자를 통해 치유되어야 한다. 어린 시절의 기억들은 정신분석적으로 매우 의미있는 기억들이다. 이야기 하다보면 스스로 자기 성격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배우자의 성격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성격은 어렸을 때부터 여러 가지 경험들이 농축되어서 만들어진다. 오늘을 살아가는 나는 지난 날 언젠가 하늘에서 뚝 떨어져서 지금 살아가고 있는것이 아니다. 여기까지 살아오면서 수없이 많은 경험들을 했다. 상처받은 아픈 경험들과 외롭고 슬픈 이야기들도 많다. 어떤 분들은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들을 쓴다면 소설 몇 편을 쓸 만큼의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아왔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 긴긴 이야기들이 농축되어서 오늘의 내가 만들어 졌고 나의 성격이 만들어 졌다. 사랑하는 배우자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그 성격이 살아가다가 어떤 일을 당하거나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되면 툭툭 튀어 나온다.


월급날만 되면 야간 부흥회(?)를 해 왔었던 이 부부에게 준 숙제는 6개월간의 교육 기간 중 전반기 3개월을 먼저 남편이 재정을 관리해 보고 후반기 3개월은 아내가 관리해서 6개월 후에 비교 분석(?)하여 재정 관리자를 결정하기로 했다.

6개월 뒤에 남편은 아내가 재정을 맡는 것이 좋겠다고 고백을 했는데 그 이유가 재미있다. 아내가 자신보다 더 많은 잔액을 남겼다는 것이다. 함께 했던 부부들이 박장대소를 했다. 그리고 수줍게 웃는 아내와 그 남편을 위해 모두가 격려하고 위로하며 집단 포옹을 하고 기도해 주었다.


지금까지 이해할 수도, 하지도 못했던 배우자의 성격이 있다면 해답은 어린 시절에 있다. 배우자의 어린 시절의 아픔과 눈물의 시간들을 들어보라. 진정한 이해가 일어나고 사랑이 피어난다. 오늘 저녁, 배우자에게 나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 하고 배우자의 어린 시절도 들어보면 어떨까?

이희범 목사 / 지구촌가정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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